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MapleStory Universe)가 블록체인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적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성을 공유했다.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자유와 탈중앙화,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가 져야 하는 책임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해왔는지에 대한 5년간의 고민을 밝혔다.
넥스페이스(NEXPACE) 류기혁 블록체인 총괄은 NDC 2026 세션에서 "블록체인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려고 하면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 가진 가치를 현실 서비스에 맞게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구축된 블록체인 생태계다. 게임 '메이플스토리 N'을 비롯해 NFT 아이템, 토큰, 마켓플레이스, 외부 개발자 생태계 등을 포함한다.
류기혁 총괄은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로 투명성과 신뢰성, 자유, 그리고 확장성을 꼽았다. 데이터가 공개적으로 기록되고 규칙이 코드로 정의되기 때문에 누구나 서비스를 만들고 자산을 거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생태계가 확장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간극도 확인했다. 대표적인 문제는 자산 접근 권한(Approve), 가스비, 스마트 컨트랙트 배포였다. 먼저 블록체인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사용자 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동시에 해킹의 주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승인된 컨트랙트만 접근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도입했지만, 외부 개발자가 늘어날수록 운영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가스비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류기혁 총괄은 "가스비 자체의 금액보다 별도 토큰을 준비해야 하는 사용자 경험의 불편함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이용자 가스비를 전액 지원하는 구조를 선택했고, 이를 위해 퍼블릭 체인 대신 자체 노드를 운영하는 퍼미션드(Permissioned) 체인을 구축했다.

하지만 퍼미션드 체인을 선택하면서 새로운 책임도 생겼다. KYC(고객확인)와 AML(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수행해야 했고, 사용자 자산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스마트 컨트랙트 배포 자체를 제한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선택들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생태계 확장성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팀 내부에서는 "왜 블록체인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기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보안 절차와 규제 대응 과정은 예상보다 큰 부담이었다. 다만 최근 발생한 여러 블록체인 보안 사고를 보며 이러한 통제 장치의 필요성도 체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민 끝에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블록체인의 가치를 다시 정의했다. 게임과 서비스 간 활동과 기여를 투명하게 인정하는 '인정의 인프라'와, 데이터와 결제가 하나의 환경에서 동작하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 기반이 핵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놓은 해법이 '액션 모듈(Action Module)'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스마트 컨트랙트를 배포하는 대신 운영진이 검증한 기능 모듈을 조합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토큰 전송, 거래, 자산 이동 등의 기능을 모듈 형태로 제공하고 개발자는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구축한다.



류기혁 총괄은 "기존에는 누가 컨트랙트를 배포할 수 있는가를 통제했다면 이제는 어떤 행동이 허용되는가를 관리하는 방식"이라며 "책임은 모듈이 지고 자유는 조합으로 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그는 "5년 동안 내린 결론은 블록체인의 자유와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블록체인의 문법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그 가치를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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