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일 차 세션에서 인공지능(AI) 업계의 이목을 끄는 글로벌 석학의 강연이 진행됐다.
17일 열린 인공지능 세션에서는 전직 AAA급 게임 프로듀서 출신이자 현재 구글 딥마인드의 인셉션 팀을 이끌고 있는 알렉상드르 무파레크(Alexandre Moufarek) 디렉터가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How Google DeepMind is Advancing AI Research with Video Games'를 주제로, 구글 딥마인드가 비디오 게임을 시험대 삼아 인공지능 연구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그리고 차세대 핵심 연구 프로그램인 '월드 모델(Genie)'과 'AI 에이전트(SIMA)'의 최신 성과를 소개했다.

무파레크 디렉터는 과거 유비소프트에서 '고스트 리콘', '와치독스' 등의 AAA 게임 개발에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게임 기반 AI 연구와 AI 네이티브 경험 개발을 이끌고 있다. 그는 게임과 AI 연구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강조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미션은 인류에게 유익하고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을 구축하는 것이며, 그 중심에는 범용일반지능(AGI)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은 딥마인드 초기 연구부터 매우 강력한 '인프라'이자 가상 시험대 역할을 해왔다. 초기 아타리(Atari) 게임을 활용한 DQN 연구를 시작으로, 바둑의 한계를 깬 '알파고', '알파제로',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II 환경에서 초인적인 멀티태스킹과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의 판단 능력을 보여준 '알파스타'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적 돌파구가 모두 게임 연구를 통해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무파레크 디렉터는 이를 두고 "게임은 딥마인드의 DNA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제시한 첫 번째 차세대 연구 프로그램은 '시마(SIMA, Scalable Instructable Multiworld Agent)'다. 시마는 3D 가상 세계 내에서 인간의 자연어 지시를 이해하고 독자적으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AI 에이전트다.

시마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의 내부 코드나 API에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 유저와 동일하게 화면에 표시되는 '픽셀'만을 보고 환경을 인식한다는 점이다. 입력 역시 인간과 똑같이 키보드와 마우스 동작만을 출력하여 게임을 플레이한다.
예를 들어 유저가 자연어로 "우주선에 탑승해 날아가라"고 지시하면, 시마는 화면의 시각 정보를 분석해 우주선의 위치를 파악하고, 조작 키를 입력해 지시를 수행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범용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노 맨즈 스카이, 발하임, 시뮬레이터류 등 시각적 스타일과 매커니즘이 전혀 다른 다양한 3D 게임 환경에서 시마를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훈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브 온라인' 환경으로까지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핵심 축은 가상 환경 자체를 생성해 내는 생성형 AI 기반의 월드 모델 '지니(Genie)'다. 지니는 단일 이미지나 비디오, 혹은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받아 플레이어의 조작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상호작용 가능한 가상 세계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2024년 2월 처음 공개된 '지니 1'은 2D 플랫폼 게임 스타일의 짧은 루프 생성에 그쳤고 장기 기억과 프레임 레이트 측면에서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불과 18개월 만인 2025년 8월 공개된 '지니 3'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현재 지니 3는 초당 24프레임 속도로 가상 세계를 실시간 렌더링할 수 있으며, 720p 해상도의 사실적 고화질 그래픽을 지원한다. 특히 플레이어가 가상 세계 내에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돌아보아도 이전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 '세계 일관성(World Consistency)'과 수 분 이상 물리 법칙이 지속되는 장기 기억력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또한, 고정된 환경을 주는 것을 넘어 세대가 시작된 이후 실시간 프롬프트 주입을 통해 월드 내 이벤트를 제어하는 '프롬프트형 월드 이벤트' 역량까지 갖췄다.
무파레크 디렉터는 강연 후반부에서 '시마'와 '지니'가 결합하여 만드는 'AGI 연구 플라이휠(Flywheel)'의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AI 에이전트가 행동을 취하면 월드 모델이 그에 반응해 실시간으로 새로운 환경을 생성하고, 에이전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가상 세계 속에서 다시 학습을 이어가는 형태다. 이러한 피드백 루프는 현실 세계의 위험 요소 없이도 AI의 일반화 및 학습 능력을 폭발적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된다.

끝으로 그는 "새로운 AI 기술이 무조건 재미있는 게임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게임 개발자들과 협력하여 '말하기보다 프로토타입으로 보여주는(Show, don't tell)' 정직하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끊임없이 변수를 테스트하고 재미를 찾아 나가야(Find the fun) 한다"며, 글로벌 개발사들과의 지속적인 개방형 파트너십과 윤리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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