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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26] "또 마지막에 부르실 건가요?"... 현대 게임 개발 구조에서 들여다 본 사운드 설계의 빈칸

 

 
많은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서 사운드는 여전히 시스템 설계와 그래픽, 콘텐츠가 어느 정도 완성된 후반 단계에나 합류하는 ‘마무리 작업’으로 다뤄지곤 한다. 하지만 그래픽과 물리가 실시간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대 게임 환경에서, 사운드를 후반에 끼워 맞추는 선형적 구조는 대량의 수정 작업과 QA 이슈, 나아가 구현상의 타협을 낳는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16일 판교 넥슨 사옥 1층 1994홀에서 개최된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6)에서 오디오 전문 스튜디오 '커넥트 플러스 에코(CONNECT+ECHO)'의 키타무라 카즈키 대표와 최희조 디렉터는 '또 마지막에 부르셨네요 - 사운드가 항상 늦게 등장하게 되는 개발 구조의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대에 올랐다.
 
이날 강연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몬스터 헌터, 철권 8 등 세계적인 트리플 A급 게임들의 사운드를 책임져 온 두 전문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운드를 결과물이 아닌 게임 구조의 일부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게임 프로젝트는 기획과 시스템 설계, 그래픽 제작, 콘텐츠 구현이 어느 정도 완료된 이후 사운드 작업이 시작된다. 사운드팀은 이미 결정된 구조와 일정 안에서 결과물을 맞춰야 하며, 시스템 구조나 연출 타이밍, 구현 방식 자체를 수정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최 디렉터는 과거 선형적이고 단순했던 게임 환경과 달리, 현대 게임은 고도화된 엔진과 실시간 물리 반응에 기반해 사운드 시스템 역시 구조적인 진화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특정 이벤트가 발생할 때 사운드를 단순히 재생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현대 게임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동작한다. 실시간 물리 연산과 날씨 변화, 환경 상호작용,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사운드 역시 단순 재생을 넘어 시스템의 일부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복잡한 맥락을 파악하는 ‘절차적 오디오’ 기술이 요구된다.
 
 
발표에서는 '파도 소리'를 예시로 들었다. 과거에는 단순히 파도 이벤트가 발생하면 관련 효과음을 재생하면 됐다. 하지만 현대 게임에서는 파도의 높이와 속도, 바람의 세기, 플레이어와의 거리, 충돌 강도, 날씨 상태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사운드가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즉 사운드는 더 이상 특정 이벤트에 반응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게임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상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사운드 제작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설계해야 할 영역이 늘어난 것. 오디오 개발이 단순 에셋 제작을 넘어 초기 기획과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함께 연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게임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라이브 업데이트 및 멀티 플랫폼 최적화 대응이 중요해지면서 사운드 팀의 역할도 세분화됐다. 현재는 오디오 디렉터를 중심으로 사운드 디자이너와 작곡가, 외주 협력사 등이 참여하는 구조가 일반화됐으며, 인력 관리와 데이터 관리 역시 중요한 업무가 됐다. 이 과정에서 FMOD, Wwise, CRIWARE 등 분산된 에셋을 통합 관리하고 프로그래머의 빌드를 기다리지 않고도 실시간 믹싱을 제어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오디오 미들웨어'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미들웨어의 도입만으로는 근본적인 개발 구조의 한계를 해결할 수 없었다. 최 디렉터는 미들웨어가 자원 관리를 쾌적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어떤 데이터를 전달받아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정의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캐릭터의 속도 값을 어떤 기준으로 넘겨받을지, 하나의 파라미터로 사운드를 어디까지 제어할지 등 사운드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사이의 묘한 회색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 디렉터는 그동안은 이 공백을 프로젝트 전체를 조율하는 오디오 디렉터가 암묵적으로 짊어져 왔고, 결과적으로 개발 후반부에 시스템 구조를 바꾸지 못해 사운드 연출을 타협하거나 버그 대응에 치이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오디오 테크니컬 아티스트(Audio Technical Artist, 오디오 TA)' 직군의 명확한 분리와 책임의 배분을 역설했다.
 
오디오 TA는 단순히 효과음을 제작하는 창작자가 아니다. 프로그래머가 게임 기능을 제작하고 사운드 디자이너가 소리 에셋을 만든다면, 오디오 TA는 그 사이에서 사운드가 게임 내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사운드의 동작 규칙’을 정의하고 시스템 언어로 번역하는 설계자 역할을 수행한다. 런타임에서 오디오가 반응할 이벤트 구조를 만들고, 타 섹션의 기술과 사운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고리인 셈이다.
 
 
최 디렉터는 "문제는 사운드팀의 합류 시점이 아니었다"며 "게임 개발의 설계 구조 안에 사운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진짜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 게임에서 사운드는 그래픽처럼 표현되고 물리 시스템처럼 반응하며 게임 시스템의 일부로 동작한다"며 "사운드는 결과물이 아니라 게임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 구조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이들은 "좋은 게임 사운드를 만든다는 것은 훌륭한 음원 에셋을 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구조 위에서 어떤 경험을 발생시킬지 함께 설계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사운드는 게임이 만들어지는 첫 순간부터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 구조의 일부라고 당부하며 “또 마지막에 부르실 건가요?”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세션을 마쳤다.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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