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는 이제 단순히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를 넘어, 개인과 조직이 일하는 속도 자체를 바꾸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반복 업무의 부담을 줄이며, 이전에는 소수의 전문가에게 의존해야 했던 문제 해결 과정까지 현장 단위로 확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일을 빠르게 만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 조직이 곧바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AI에게 맡길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현장의 실험을 축적할 것인지, 그리고 그 경험을 어떻게 조직 전체의 자산으로 공유할 것인지에 있다.
이용욱 넥슨코리아 실장과 김태훈 러브앤퓨리 CTO가 참여한 NDC 26 세션 'AI가 10배 빠른 시대, 성장을 멈출 이유는 없다 - 에이전트 개발 현장 사례와 바텀업 공유 노하우'는 바로 이 지점을 다루는 자리였다. 이번 세션은 AI 에이전트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얻은 사례와 이를 조직 내부에 확산시키기 위한 공유 문화의 중요성을 짚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용욱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넥슨은 2025년 9월부터 자체적으로 AI허브실을 출범하고, ‘10배 빠른 AI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기반을 마련해왔다. 특히 슬랙을 기반으로 한 사내 커뮤니티에서는 3,000명 이상의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AI 활용 정보와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단순히 일부 전담 조직만 AI를 연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 구성원이 직접 활용 경험을 쌓고 서로 전파하는 바텀업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정기 라이브 세션을 통해 더욱 확장됐다. 넥슨은 구성원들이 직접 제작한 AI 자동화 샘플을 공유하고, 실제 업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효율 향상을 경험했는지를 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AI 스튜디오와 데모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실전 지향적인 인프라 위에서 AI 활용 방법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세션에서 강조된 것은 AI 활용이 곧바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성은 분명 높아졌지만, 그것이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김태훈 CTO는 일반적인 AI 활용 방식인 '특정 문제에 대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작업'만으로는 발전 속도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 역시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문제의 배경과 제약, 목표를 이해하는 사람의 기본기가 함께 높아져야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AI 시대의 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도구 자체가 아니라, 그 도구를 다루는 사람의 이해도와 판단력이라는 것이다.
AI 에이전트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관점도 다뤄졌다. 김태훈 CTO는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비용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인 만큼, 아끼지 말아야 할 '투자'와 최적화해야 할 '비용'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지출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더 큰 학습과 성과로 이어지는 영역에는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AI 기반 테스트와 자동화 과정에서는 로그가 자연스럽게 축적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사전에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방향성과 기준을 설정해두면 AI가 남긴 기록을 통해 문제의 흐름을 추적하고 개선점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시간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절약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세션이 제시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AI는 조직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 속도를 성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현장의 실험과 공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AI를 단순한 생산성 도구로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배우고 실험하며 축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10배 빠른 시대'에 성장이 정체되지 않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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