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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26] 김용하·김지훈, 작가주의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다, 좋아하는 세계를 책임지는 태도다

 

 
'작가주의'라는 단어는 자칫 거창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김용하 넥슨게임즈 본부장과 김지훈 프로젝트 문 대표이사가 말한 작가주의는 시장과 유행을 외면한 독선이 아니었다. 오히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시장의 요구만 지나치게 들여다보다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이 만들고 싶고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의 중심을 끝까지 붙잡는 태도에 가까웠다.

NDC 26에서 진행된 대담 '내가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 만들기 - 작가주의 PD의 라이브 서비스 운영기'는 두 개발자가 각자의 대표작을 어떤 고민 속에서 만들어왔는지 돌아보는 자리였다.
 
김용하 본부장은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담겼던 첫 작품으로 '큐라레: 마법 도서관'을 언급했고 김지훈 대표 역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개발 당시 만들고 싶었던 세계인 '프로젝트 문'에 대한 개괄은 있었지만, 그것이 게임으로 어떤 형태를 가져야 하는지는 처음부터 정형화돼 있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의 경험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대표작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용하 본부장은 '확산성 밀리언아서'와 같은 미소녀 게임을 플레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만들고 싶고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의 결을 고민했고 이로 인해 훗날 '블루 아카이브'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으며, 김지훈 대표 역시 '슬레이 더 스파이어' 등 당시 즐겼던 게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게임 구조와 세계관을 구체화해나갔고 그 결과물이 ‘림버스 컴퍼니’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지훈 대표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제작 과정에 대해 "근본이 없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당시에는 게임이 더 팔리지 않으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미있어 보이는 상황과 서사를 아끼지 않고 보여주자는 태도로 개발에 임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거리낌 없이 세계와 이야기를 불태우듯 전개하는 방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젝트 문 세계관 작품들의 전반적인 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용하 본부장은 자신이 집중했던 부분을 '미소녀 게임의 결'이라고 정리했다. 단순히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소녀의 존재감과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실재감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가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이 '큐라레'와 '포커스 온 유'를 거쳐 축적됐고 그것이 블루 아카이브를 만드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 됐다는 것이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 유저 피드백은 게임의 평가와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세계관과 설정을 유저 반응에 맞춰 변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창작자의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지훈 대표는 창작자로서 만들고 싶은 세계와 지키고 싶은 자존심은 분명히 있지만 설정 오류가 있다면 부끄럽고 창피하더라도 인정하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엔딩을 예로 들며 세계관 확장을 위해 이야기를 지나치게 크게 펼치다가 캐릭터와 설정의 일관성을 해치는 중대한 실수를 한 경험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럼에도 바뀌지 않아야 할 뼈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하 본부장은 '큐라레' 시절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분리돼 있었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발생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이를 창작 범위를 제한하는 허들로 받아들였고, 개발사의 판단을 강하게 밀어붙인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는 개발사의 판단이 큰 틀에서 맞는 경우가 많았고 그 과정에ㅓ 자신들이 지키고 만들고 싶었던 세계가 이용자의 마음에 닿았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이후에도 지금의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는 창작자도 언제든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인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대표라면 언제든 도게자(사죄의 큰 절)을 박을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고 농담을 던지며, 실제로 실패로 끝났던 블루 아카이브의 버츄얼 유튜버 이루아의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휴가 중이었음에도 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는 일화는 작가주의가 유저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세계와 이용자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편, 이처럼 창작자의 소신과 라이브 서비스의 현실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두 사람은 모두 작가주의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사고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터지고 그 순간 창작자는 자신이 만든 세계와 팬들의 반응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용하 본부장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청계천에 가는 것은 아니고"라는 농담과 함께, 키보드를 분해하고 재조립하거나 커피를 내리는 방식으로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김지훈 대표는 스트레스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멀리하는 것은 오히려 직무를 유기하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몇 년 뒤 더 강해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에고서칭을 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라이브 서비스와 소통 방송을 계속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좋아하니까, 해보고 싶으니까"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만든 세계에 열광하고,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의 호응이 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팬들이 웃는 얼굴로 자신들을 반겨주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시대를 맞아 창작자의 작가주의와 AI 활용이 충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김용하 본부장은 게임이 예술이면서 동시에 기술이라는 점에서, 기술의 영역에서는 AI 활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창작물로서 팀의 퍼스널리티를 반영해야 하는 예술적인 부분까지 AI가 희석한다면 작품의 고유한 가치는 보존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지훈 대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AI 활용을 바라봤다. 그는 게임이나 영화에서 AI 사용에 반감이 생기는 이유는 창작물을 즐기는 행위가 의식주를 넘어선 취미와 감상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기에 창작자의 고민과 번뇌가 완전히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비록 슬로우푸드처럼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더라도 같은 시간을 쓰는 과정에서 팬들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대담에서 두 사람이 말한 작가주의는 거창한 예술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가되,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고치며, 팬들이 그 세계를 사랑하는 이유를 놓치지 않는 태도였다. 라이브 서비스라는 현실 속에서 창작자의 취향과 이용자의 기대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두 사람의 경험은 한국 서브컬처 게임이 어떻게 자신만의 색을 지키며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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