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창작물에서 악역이 주인공인 피카레스크물이 아닌 이상, 악마나 괴물을 부리는 힘을 다루는 인물은 어디서든 환영받기 어렵다.
특히 ‘디아블로’ 시리즈의 주무대인 성역은 드높은 천상과 불타는 지옥 사이에서 끊임없이 피해를 강요받아온 세계다. 그곳에 사는 인간들에게 악마를 부리는 흑마법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럼에도 악마술사는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4’에 이어 ‘디아블로 이모탈’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대상으로 세계석 파괴 이후, ‘디아블로 3’로 이어지는 미싱링크를 담당하는 ‘디아블로 이모탈’에서 악마술사는 어떤 방식으로 구현된 것일까?
게임조선에서는 '디아블로 이모탈'에 정식으로 합류하게 될 '악마술사'를 사전 플레이 빌드로 체험해보았다.

‘디아블로 이모탈’ 악마술사의 가장 큰 특징은 항상 곁을 따르는 강력한 하수인 ‘영혼 탐닉자(Soulgorger)’와, 본인 또는 하수인의 체력을 대가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의식(Ritual)’ 계통 기술이다.
피와 살을 제물로 바치는 비제레이 학파의 사악한 술법이라는 설정을 유지하면서도, 인게임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만큼 확실한 리턴을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다른 시리즈의 악마술사와도 다른 플레이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부 직접 공격 기술은 단순히 대상을 지정하는 수준을 넘어, 드래그 조작 등 별도의 입력 방식으로 하수인에게 특별한 행동을 지시할 수 있다.
기존 핵앤슬래시 장르에서 소환술사 계열 캐릭터가 소환수의 공격 대상을 바꾸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모탈’의 악마술사는 하수인 운용 측면에서 한층 적극적인 조작감을 제공하는 셈이다.

전반적인 구성 면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의 악마술사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했던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4'의 요소를 상당 부분 계승하고 있다. 동시에 같은 블리자드 IP인 '워크래프트' 시리즈에서 같은 이름인 워록(Warlock)을 공유하는 흑마법사를 연상시키는 요소도 적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기술 체계 전반에서 지옥불과 암흑의 힘을 다루는 마법 비중이 높고, 두 지점을 잇는 간이 차원문을 생성하는 '유황 관문', 지옥의 문을 열어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하수인들을 한꺼번에 불러오는 '악마의 차원문' 등은 어느정도 결의 유사성이 보이며 주 기술로 '지옥불 화살'을 채택했을 때 자동으로 지정되는 궁극기가 워크래프트에서 지옥불정령을 불러오는 궁극기 '혼돈의 비(Rain of Chaos)'라는 점 역시 관련 설정과 블리자드식 직업 계보를 알고 있는 유저라면 또 다른 재미로 받아들일 만한 부분이다.

악마술사와 함께 추가되는 신규 전설 아이템의 기재도 주목할 만하다. ‘악마의 차원문’이 지정된 악마 외에는 소환하지 않도록 기술 성격을 바꿔 특정 하수인 보너스에 집중하는 빌드를 만들 수 있고, 무작위 좌표에 떨어져 적중시키기 어려운 대신 계수가 높은 ‘지옥불 분출’을 악마술사 주변에서 반드시 발생하게 만들어 위험을 감수하는 근접형 악마술사 운용도 가능하다.
또한 ‘유황 관문’은 단순한 이동기에서 벗어나 공격할 수 없는 대신 공격받지도 않는 차원 전환형 생존기로 바뀌거나, 적을 한 지점으로 몰아주는 유틸리티 기술로 변형될 수 있다. 이처럼 전설 아이템을 통해 기술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는 구조는 악마술사의 빌드 연구 폭을 넓히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규 직업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도 함께 마련된다. 악마술사 기원 퀘스트 ‘힘의 대가’에서는 플레이어가 초심자 악마술사가 되어 폐허가 된 비제레이 마법학자 탑에서 사라진 지식을 찾고, 악마 지배와 지옥불 마법의 기초를 익히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간 한정 1인 로그라이크 콘텐츠 ‘조각난 차원’, 사전 구성 빌드 3종을 활용하는 ‘악마술사 시험 던전’, 스피드런 이벤트 ‘악마술사 경주’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규 직업을 시험해볼 수 있다.

종합하면 ‘디아블로 이모탈’의 악마술사는 기존 직업군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소환사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클래스다. ‘하수인을 부리는 캐릭터’라는 속성 자체는 강령술사나 드루이드 등 여러 직업군에서 이미 익숙하게 다뤄진 바 있다.
그러나 소환수와 교감하기보다는 철저히 도구로 다루고, 필요하다면 희생시키며, 생명력을 대가로 더 큰 힘을 끌어내고, 차원문과 유틸리티 기술로 전장을 조성하는 방식은 악마술사만의 독특한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출시 직후에는 영혼 탐닉자를 중심으로 한 소환 빌드, 지옥불과 암흑 마법을 활용한 광역 AoE 빌드, 의식을 통한 강화 효과를 기반으로 빠르게 적을 제거하고 전투가 끝나면 자동으로 회복되는 하수인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근접 빌드 등 다양한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재가 꾸준히 추가된다면, 악마술사는 ‘디아블로 이모탈’의 전투 메타 안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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