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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타기도, 혐오스런 마스코트로 게임 망치는 법

 

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퍼펙트 월드의 '이환'이 출시됐습니다. 아니메풍 캐릭터와 함께 넓은 세계를 누비는 오픈월드 게임으로 주목받았고, 출시 후엔 많은 게이머가 이환을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게임이 늘 그러하듯 완성도가 떨어지는 스토리 전개와 연출, 어디서 베끼긴 했는데 정작 자신만의 특색이 부족한 콘텐츠 등이 문제점으로 지목되었고, 게이머에 따라 호평과 혹평이 오가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환을 호평하는 사람도 혹평하는 사람도 모두 한마음으로 욕하는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마스코트격 캐릭터인 '타기도'입니다. 수달 몸에 수달 표정을 화면에 띄운 TV를 달고 다니는 캐릭터죠. 게임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할 마스코트격 캐릭터가 대체 왜 많은 사람에게 지탄을 받는 걸까요?
주인공은 게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타기도를 만나게 됩니다. 독특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감정사'는 관리국의 감시 하에 이상 헌터 조직 에이본에 합류하게 되는데, 타기도가 바로 에이본의 일원이죠. 즉, 타기도는 게이머들의 첫 번째 동료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하군요. 모든 것이 처음일 게이머를 도와줄 동료 캐릭터, 그것도 마스코트격 캐릭터가 혹평을 받다니요. 이런 캐릭터는 보통 게임 속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주인공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유대를 쌓아갈 텐데 말이죠. 미움받기도 쉽지 않은 역할입니다. 그리고 그 힘든 일을 타기도가 해냅니다.
 
전설의 시작 = 게임조선 촬영
 
시작부터 호감작 쎄게 박는 타기도 = 게임조선 촬영
 
동료라는 놈이 잘 하는 짓이다 = 게임조선 촬영
 
타기도가 비판받는 이유는 크게 '캐릭터 디자인'과 '활용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캐릭터 디자인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타기도의 외형은 수달 몸에 수달 표정이 나오는 TV를 달아놓은 모양이죠. 마스코트 디자인에 자주 사용되는 동물 모티브까진 좋았지만, 여기에 TV를 달아 난해한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하면 납득할 수도 있지만, 굳이 타기도에 그럴 필요는 없었죠. 하필 함께 등장한 에이본의 동료들이 하나같이 미형 캐릭터, 심지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귀여움부터 섹시함까지 두루 갖춘 디자인을 선보여 더 비교되었습니다.
동물 디자인 쪽도 혹평이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데포르메된 수달이지만, 사실 누가 봐도 배 나온 아저씨 느낌이죠. 수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체형을 망가뜨린 것이라고 보기엔, 비슷한 수인 캐릭터인 브로캐드는 파충류 수인임에도 불구하고 호평받고 있고, 토끼 모습에 가까운 라비쯤 되면 열광하는 게이머가 생길 정도입니다. 이런 캐릭터를 보다가 스토리에 배 나온 수달이 나오면 한숨과 함께 스킵을 누르고 싶어지죠.
외형에서 호감이 떨어지니 이어지는 모든 요소도 정을 붙이기 힘듭니다. 특히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않고 '타기 타기 타기도 타기'처럼 자신의 이름을 반복하는 말투는 배 나온 아저씨가 귀여운 척을 하며 '뀨?'하는 느낌이죠. 게다가 대사창엔 '타기'가 아닌 제대로 된 대사를 써놓기 때문에 일부러 '귀척(귀여운 척)'한다는 생각까지 들죠. 현실에선 그런 말투를 쓰든 말든 내 앞에서만 안 하면 그만이지만, 타기도는 첫 메인 스토리부터 옆에 붙어 다니는 동료라 피할 수도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여기까진 취향의 영역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둥글둥글한 동물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테니까요.
 
저 배는 개발자 배인가요? = 게임조선 촬영
 
웃지마 = 게임조선 촬영
 
가장 큰 문제는 이 녀석의 비중입니다. 무려 메인 스토리 하나를 이 녀석의 이야기에 할애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타기도는 주인공의 동료입니다. 그래서 첫 메인 스토리부터 얼굴을 들이밀죠. 그나마 해당 스토리는 타기도뿐만 아니라 에어본 동료들이 모두 등장해 인물 소개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타기도를 조명하고 띄워주는 게 썩 마음에 들진 않죠. 하지만 이후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와 비교하면 선녀로 보일 정도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두 번째 메인 스토리는 타기도가 주인공입니다. 타기도가 급하게 부르길래 달려가 봤더니 하는 소리가 '연애' 상담. 그것도 상대에게 한껏 허세를 부리다가 문제를 일으키죠. 에어본의 주인인 호토리도 있고, 멋진 보디가드 다포딜도 있고, 첫 픽업 캐릭터인 나나리도 있고, 시건방지지만 귀여운 사키리도 있는데 하필 타기도입니다. 남성 캐릭터가 필요했다면 정중한 집사 아들러와 웬만한 여성 캐릭터보다 귀여운 에드가가 있는데 말이죠.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이 임무가 다른 임무를 밀어내고 메인 스토리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테스트 당시 메인 스토리였던 '달빛 이정표'는 메인 스토리답게 내러티브는 물론 연출 면에서도 더 완성도가 높았는데 번외 임무로 격하됩니다. 그래서 3장을 이해하려면 2장이 아닌 번외 임무를 플레이해야 하는 기묘한 상황이 되었고, 타기도에 대한 게이머들의 혐오는 점점 더 커집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른 퀘스트에서도 빈번하게 얼굴을 비추며 주인공과 주요 캐릭터의 비중을 훔쳐갑니다. 주인공에게 이입하는 게이머, 그리고 좋아하는 캐릭터의 스토리를 기대한 게이머는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죠.
 
대체 왜 얘 이야기를 메인에 넣었나? = 게임조선 촬영
 
축생조차 안되는 이 놈의 연애 사정을 왜 알아야 하는가? = 게임조선 촬영
 
왜 부끄러움과 분노는 나의 몫인가? = 게임조선 촬영
 
하필 비슷한 장르에 비슷한 마스코트 캐릭터가 있어 타기도의 평가는 더욱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캐릭터 역시 제대로 된 대사를 말하지 못하고 '웅나~'라고 말할 뿐이지만, 독특한 말투는 물론 외형적으로도, 게임 내 설정으로도 호감을 사는 요소 덕분에 많은 게이머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개발진의 연구 역량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어느새 마스코트가 아닌 진입장벽이 된 타기도. 이환은 출시 후 인기 캐릭터를 선보이며 게이머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게이머를 타기도 때문에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개발진은 과연 타기도라는 벽을 치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마스코트로 밀고 나갈까요? 어느 쪽이든 게이머는 오래 기다려주진 않을 것입니다.
 
나는! 치즈 눈물이나! 핥고 싶다고! = 게임조선 촬영
 
아들러 형은 걔 데리고 나가 있어 = 게임조선 촬영
 
고장난 TV는 매가 약이었는데...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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