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들 상용화된 '온라인 게임'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표현할 때 '서비스한다'라는 동사를 쓰고 있다.
게임사라면 이용자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돈과 시간이라는 유무형의 자원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완성도 높은 작품과 사후지원을 제공하고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운영으로 마주할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의 일환을 '서비스'로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사회적 차원의 약속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와 '네오플'은 '과연 이것이 이용자인 수많은 모험가, 아라드인에게 정상적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부터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이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보통 '유저 적대적 운영'으로 칭해지는 운영 이슈들은 이익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자들을 쥐어짜내야하는 입장이다 보니 '욕을 하면서도 게임을 접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기본 골자인데 '던파는 반대로 유저들이 학을 떼고 스스로 떨어져나가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 공약들 중에서 제대로 지켜진 것이 총 몇 개인지 서술하시오
한참 이전 시즌에 현역이었던 '단종된 아이템'이지만 '어떻게든 수급할 수 있는 콘텐츠는 남겨두는 것'이 예전 기조였다가장 크게 불거지고 있는 이슈는 이용자들과 기싸움을 하는 듯한 방향성 설정이다.
박종민 디렉터 사단이 보여준 최근 1년간의 게임 운영은 사전에 공약한 개선점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탓에 커뮤니티에서도 '박종민의 말말말'이라는 이름의 짤방이 돌아다닐 만큼 평가가 매우 좋지 않았는데, 그나마 새로 도입되거나 변화가 생기는 부분은 잘 뜯어보면 철저하게 이용자에게 손해를 강제하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이전 시즌 콘텐츠 삭제와 같은 부분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 MMORPG에서 시즌이 바뀌면서 스펙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자연스레 이전 시즌 콘텐츠를 플레이할 당위성이 내려가는 것은 으레 벌어지는 일이지만, 하필 던전앤파이터는 이전 시즌 콘텐츠에서 나오는 아이템을 모아 완성하는 '모험도감'이 존재했다.
착용 장비와 별개의 외형을 씌우는 '무기형상 변환'은 성능과 별개로 이전 시즌에서 현역이었던 멋있는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콘텐츠였으며, 몬스터 카드 또는 보주를 통해 장비에 인챈트를 바르는 '마법부여'는 하이엔드 스펙이 갱신되어도 초반에는 굉장히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일단 콘텐츠 진입을 위한 스펙업 문제도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다캐릭 육성을 권장하는 던파에서 이전 시즌 콘텐츠를 플레이하며 차상위 마부 카드와 보주를 파밍하는 것은 흔히 볼수 있는 광경이었다.

누가 봐도 해당 발언은 '이전 시즌 콘텐츠로 쌀먹을 하는게 아니냐'고 해석될 여지를 주는 게 문제다

리소스 관리 차원이라는 측면에서도 한참 이전 시즌의 보스인 '사르포자'를 재활용하는 '해방된 흉몽'이라는 반례가 있다
하지만 네오플은 이러한 구조에 대해 이해가 결여된 패치를 진행하려고 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득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박종민 디렉터는 3월 7일 '던파로 ON'에서 이전 시즌 콘텐츠의 대거 삭제를 선언하며 유저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3월 10일 '디렉터 라이브 ON-AIR'에서 이를 취소한다고 의견을 정정했지만 "향후 콘텐츠 개발에 있어 서버 관리나 클라이언트 경량화 차원에서 교통 정리가 필요했다", "이전 시즌 콘텐츠를 잘못된 방식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다른 해석의 여지를 주는 실언으로 인해 더욱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안톤이 현역 레이드에서 은퇴하던 날의 스샷, 이후로도 안톤은 토벌전의 형태로 남아 추억의 콘텐츠라는 자리를 지켰다

베누스는 추억이라는 형태로 남을 시간조차 주지 않았고 보상 체계 또한 빠르게 압수당했다
백번 양보해서 상기한 내용들은 게임을 딥하게 즐기는 이들에게 있어 현실적인 부분을 다루는 영역에 속해있지만, 던파를 플레이하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잠시 쉬는 일은 있어도 언제든 연어처럼 돌아올 가능성을 품고 오랜 세월동안 함께한 게임에 계속 추억을 쌓아두고 있는 이들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됐다.
현역 레이드에서 은퇴한지 오래인 안톤과 루크가 토벌전으로 격하되고 끝내 삭제되기 전 많은 이용자들이 당시에는 현역이었던 2차, 3차 크로니클 아이템과 90레벨 에픽 장비를 착용하며 송별식을 진행할 정도의 충분한 여유 시간이 주어졌지만, 얼마 전 4월 23일 진행한 천해천 시즌의 첫 액트 업데이트인 '아포칼립스: 안티엔바이' 레기온은 바로 직전 현역 레기온이었던 '미의 여신: 베누스'에서 보상을 얻지 못하게 하는 패치로 시원하게 뒷통수를 때려버렸다.

여전히 정가 루트가 사실상 없는 '원하는 태거시 무기'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태초 소울을 요구하며

재화회수가 그저 좋은 것인지 '에픽 결정'을 먹기 위해 저울을 개봉할 때 상위 재료인 '태초 소울'을 요구하고 있다
5월 6일 퍼스트 서버 업데이트와 공지사항을 통해 이러한 방향성의 이유는 명확해졌다. 5월 14일부터는 안티엔바이를 돌더라도 베누스에서 보상을 얻을 수 있게 바뀌지만 그 보상이 여전히 '명예 보상인 몬스터 파편과 업적작으로 한정'되며, 이벤트를 통해 지급하는 파밍 핵심 재화 중 하나인 '태초 소울'은 시장 경제 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딱 4개 정도가 공급 한계선이라는 사족을 붙여 결국 '적벌적쓰(적게 벌어 적게 써도 되는 시즌)'라는 본인의 공약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존의 '중천 에픽 세트 장비' 외에도 융합석의 대체제인 '서약'과 '결정'을 필드에서 병행 파밍해야 하는 천해천 시즌의 구조 때문에 관련 재료인 '각 등급별 소울'의 사용처는 엄청나게 많아졌지만, 수급은 사실상 반토막나면서 적벌적쓰도 이제는 터무니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는 점이 킬포인트다.

'낡은창고(oldstore)'이 만든 나벨 레이드, 디레지에 레이드 관련 팬메이드 캐릭터 '아니아니마'와 '지에엥'

당연히 유저 여론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재미있는 부분은 네오플이 이렇게 유저 적대적인 스탠스로 던파를 운영하는데 정작 '아니아니마', '지에엥'과 같이 유저 2차 창작 콘텐츠에 의존하는 행보는 계속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필이면 해당 콘텐츠의 원안 '검은 질병의 디레지에 레이드'가 부족한 퀄리티 이슈와 함께 중국에서만 도입된 악몽 모드(통칭 유리지에) 이슈로 인해 내수차별 논란에 시달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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