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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리니지 클래식', 변주의 '아이온2', MMORPG에서 해답 찾은 엔씨

 

 
지난 수년 간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온 엔씨에게 침체의 탈출구를 비춰준 등불은 역시 MMORPG였다. 
 
엔씨는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을 통해 PC MMORPG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왔다. 비록 모바일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후발주자로 발을 들인 엔씨는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라는 답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리니지M' 등의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는 마켓 매출 1위를 장기간 수성했으며, 수많은 게임사가 엔씨식 모바일 MMORPG의 성공 사례에 주목했다. 실제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MMORPG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으며,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를 답습한 양산형 게임이 범람했다.
 
문제는 게이머의 피로도였다. P2W (Pay to Win) 요소가 짙게 반영된 과금 모델과 장르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게임사들의 찍어내기식 개발은 젊은 연령대의 게이머로부터 외면받았다. 과도한 과금 구조와 양산형 게임의 시장 잠식은 리니지 라이크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냈으며, 모바일 MMORPG 장르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엔씨는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됐으며 곧 위기로 이어졌다.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 이후의 넥스트 스텝은 명확하지 않았으며 대중의 인식 변화, 그리고 차세대 신작 라인업 꾸리기라는 중대한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위기를 극복하고 더 크게 도약하고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결국 해답은 엔씨가 강점을 보이는 MMORPG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MMORPG 장르 본질로의 회귀, 그리고 변주라는 투트랙 전략을 택한 것.
 
지난 2월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리니지 클래식'은 엔씨의 회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2000년대 초반 PC 게임 시장을 풍미했던 리니지 원작의 핵심 경험을 현대 환경에 맞게 되살린 것이 특징이다. 초기 클래스 구성과 사냥터 등을 고스란히 복원하는 한편, 월 29,700원의 월정액제 과금 모델까지 유지했다.
 
사실 리니지 클래식의 출시에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표했다. 리니지 클래식은 2D 도트 기반의 그래픽과 4:3의 화면비, 그리고 단순한 음으로 구성된 16비트 사운드까지 현 게임 트렌드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동 길찾기나 친절한 튜토리얼, 단계별 가이드가 기본이 된 최근 MMORPG와 달리, 이용자가 게임에 대해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방식 그대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니지 클래식은 린저씨들의 추억을 자극하며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했다. 출시 전 프리 오픈 서비스에서 누적 접속자 50만 명, 최대 동시 접속자 18만 명을 기록했으며, 론칭 이후에도 3주 만에 누적 매출 4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흥행 조짐을 보였다.

흥행 지표는 PC방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시 2주차에 PC방 점유율 전체 2위에 올랐으며,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25.2%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독보적인 PC방 점유율을 보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MMORPG 장르로서는 이례적인 점유율을 보여줬다.
 
이처럼 리니지 클래식은 과거 리니지 원형의 경험을 충실히 제공하며, 기억 속에 머물던 향수를 현실의 플레이 경험으로 끌어냈다. 복잡한 시스템이 아닌, MMORPG 본질적인 재미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엔씨의 변주의 축을 담당하는 '아이온2'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 단순히 과거의 감각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승과 발전이라는 핵심 키워드로 엔씨의 레거시 IP 중 하나인 아이온을 풀어냈다.

파티 플레이 중심의 던전 공략과 천족·마족 간 대립 구도 기반 RvR 콘텐츠 등 원작의 핵심 구조를 계승하면서도, 아이온2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의 아트워크 감성을 유지하되 고품질 그래픽으로 끌어올렸고, PC 퍼스트 기반의 수동 전투에 후판정과 스킬 연계를 결합해 액션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최근 트렌드인 어드벤처 요소까지 더했다. 오픈월드로 구현된 모든 공간을 탐험의 대상으로 확장하며, 단순한 사냥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플레이 경험의 폭을 넓힌 것이다. 즉 아이온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전투와 탐험, 구조 전반에서 변화를 시도하며, 원작, 그리고 기존 MMORPG와는 다른 결의 플레이 경험을 제시했다.
 
 
 
아울러 출시 전부터 P2W 요소를 철저히 배제할 것이라는 약속을 충실히 지키면서 이용자 신뢰 회복에 나섰다. '쓰론&리버티(TL)'에서 보여준 흐름을 이어가면서, 과거 모바일 MMORPG에서 지적받아온 과금 구조를 걷어내  탄탄한 게임성만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결과는 흥행 성적으로 증명됐다. 아이온2는 출시 일주일 만에 약 250억 원, 서비스 2개월 차에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와 같이 엔씨는 MMORPG 장르 회귀와 변주라는 두 선택지를 통해 MMORPG 명가로서의 위용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리니지 클래식과 아이온2는 MMORPG에 대한 상반된 접근법을 취했지만 그 밑바탕에는 동일한 기조가 자리한다. 바로 이용자와의 끊임없는 교류다.
 
아이온2는 정식 서비스 후 총 24회의 방송을 통해 개발진이 직접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주 1회 꾸준히 개발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온 것이다. 김남준 개발PD와 소인섭 사업실장은 라이브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이용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피드백을 게임 내에 적극 반영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불법 프로그램 및 작업장의 근절을 꼽을 수 있다. 아이온2 개발진은 일반 이용자에게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해왔으며, 말 뿐이 아닌 실제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캡챠(CAPTCHA) 시스템을 도입하고 해외 VPN 접속 차단, 인게임 신고 기능 등의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또 콘텐츠 이용 구조 역시 작업장 활동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한편, 법적 대응까지 나서며 강도 높은 조치를 이어갔다.
 
리니지 클래식 또한 이용자 의견을 반영하는 긴밀한 소통 운영을 펼치고 있다. 리니지 클래식은 게임 극초반 진행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로 시즌 패스 상품을 기획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부담 우려가 제기되자 시즌 패스 판매 계획을 폐지, 일부 보상을 인게임 재화 구매 및 무료 제공 형태로 전환했다. 또 멀티 클라이언트 지원과 관련해 작업장 문제가 대두되자 1PC당 최대 2클라이언트로 제한하는 등 이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운영 방향을 빠르게 수정해나갔다.
 
아이온2와 마찬가지로 불법 프로그램 및 작업장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비정상 생성 의심 계정과 불법 프로그램 사용 계정에 대해 총 75차례에 걸쳐 이용 제한 조치를 진행했으며 회차당 많게는 5만여 개의 계정에 제재를 가했다.
 
이와 같은 두 타이틀의 행보는 이용자 신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과거 MMORPG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온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운영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리니지 클래식은 MMORPG 본질에 집중하며 과거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렸고, 아이온2는 현 게임 트렌드의 기준에 맞게 확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접근법은 달랐지만, 두 타이틀 모두 이용자 경험을 중심에 둔 운영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같은 답을 향하고 있다.

엔씨가 선택한 회귀와 변주라는 투트랙 전략은 단순한 신작 출시를 넘어, 그동안 흔들렸던 MMORPG 명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엔씨의 개발 DNA는 결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성공을 반복하며 축적된 결과다. 그리고 그 축적된 역량은 MMORPG 장르를 대표해온 개발사라는 정체성 속에서 다시 한 번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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