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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시대 꼭 필요한 작은 영능력에 대해... '전국퇴마사협회'-'팀 다다'

 

 
오늘도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신촌의 어느 낡은 부동산 간판, 혹은 퇴근길 골목 어귀의 평범한 금은방 뒤에는 사실 이 세상을 구하는 이들의 은밀한 아지트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팀 다다(TEAM DADA)가 그려낸 '전국퇴마사협회'는 이렇듯 지극히 일상적인 한국의 풍경 위로 '퇴마'라는 비현실적인 선을 덧칠해, 가장 힙하고도 서늘한 도시 판타지를 완성해냈다.
 
2019년, 대학 도서관에서 나눈 사소한 낙서와 대화가 7년의 시간을 지나 픽셀 아트라는 구체적인 숨결을 얻기까지. 이들이 빚어낸 세계는 단순히 귀신을 쫓는 공포물에 머물지 않는다. 부적 대신 '옥(玉)' 장신구를 차고, 원한 서린 영혼들의 고충을 들어주며 '이해'와 '공감'을 통해 승천을 돕는 퇴마사들의 모습은, 어쩌면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는 데 익숙해진 우리 시대에 던지는 기묘한 질문이기도 하다.

작은 팀이 치밀하게 구성해낸 이 깊고 진한 세계관은 이제 스팀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서 수많은 유저의 심장을 두드리고 있다. 
 
실제 친구 어머니의 가게 간판을 게임 속에 녹여낼 만큼 '지독하게 인디스러운' 리얼리즘과, 픽셀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련된 아트워크의 조화가 빚어낸 힙한 굿판의 중심, K-오컬트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옥빛' 정체성을 증명해낸 팀 다다의 정서연 대표와 김나현 시나리오 담당자와 함께 '가장 한국적이어서 가장 세계적인' 퇴마록을 함께 펼쳐보았다.
 
※ 해당 인터뷰는 협의 하에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의중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원문을 그대로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Q. 몇 번을 인사만 드리다가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드리게 됐네요. 먼저 '팀 다다'와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서연 대표. 안녕하세요. 팀 다다 대표 정서연입니다.
 
김나현 기획. 안녕하세요. 팀 다다에서 시나리오 기획을 맡고 있는 김나현입니다.
 
 
정. 저희 팀 다다는 총 다섯 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인디 개발사입니다.
 
대표이자 아트 디렉터인 정서연, 프로그래밍 개발 담당 정세현 님, 게임 시나리오 및 기획 담당 김나현 님, UI UX 및 디자인 담당 나유영 님, 아트와 애니메이션 담당 김준용 님이 있습니다. 아트팀 내에서는 전부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들끼리 모이게 되었고요, 개발자님과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같이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로 뭉치게 되었습니다.
Q. 워낙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어서 이런 질문이 어울리나 모르겠네요. 개발작 '전국퇴마사협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 저희 전국퇴마사협회는 현대 한국 배경의 퇴마사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 중심의 픽셀 그래픽 퍼즐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고등학생 퇴마사로, 저주받은 공간을 탐험하고 악한 기운을 가진 영혼들을 만나 그들이 승천하지 못하고 이승에 떠돌고 있는 사연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Q. 동종 장르 마니아들이 봤을 때 '전국퇴마사협회'의 차별화 포인트, 매력 포인트 한 가지를 짚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정. 보통 한국풍 장르라고 하면 고전적이거나 전통적인 콘셉트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현대 한국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더 트렌디한 감성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퇴마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유령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닌, 유령을 이해하고 승천시키는 목적을 가진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령들의 고충을 공감해 볼 수 있습니다.
 
Q. 25년 12월 얼리액세스 출시 이후 시간이 꽤 지난 시점입니다만, 아직도 개발에 한창이신 만큼 지금 시점에서 소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정. 저희가 지금 3챕터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는데요. 동시에 최근 텀블벅 실물 리워드 발송을 마무리 짓느라 정말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사실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일주일 간만 조금 들떠 있었던 것 같고요. 출시의 기쁨도 잠깐… 다시 개발에 전념하느라 평소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Q. 지금에 와서는 K-오컬트가 주목받는 분위기가 됐습니다만, 개발 당시에만 해도 쉽지 않은 소재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주제를 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정. 전국퇴마사협회를 출시하게 된 시점에 K-오컬트가 주목받게 되면서 팀 내에서도 약간 얼떨떨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가 ‘전국퇴마사협회’라는 세계관을 기획할 때가 2019년도에 시나리오 기획자인 나현 님과 같이 학교 다니고 있던 시기였는데요. 교내 도서관에서 서로 좋아하는 장르로 세계관 기획을 해보자 하고 짧게 나눈 대화가 지금의 전국퇴마사협회로 발전 되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콘스탄틴'같은 영화를 좋아했고, 시나리오 기획자이신 나현 님께서는 '싸우자 귀신아'같은 웹툰 작품을 좋아하셔서 해당 장르의 멋진 작품에 영감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Q. 2장에 들어서며 매력적인 인물들이 대폭 늘어나고, 세계관과 설정 역시 굉장히 탄탄한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관 구성에 있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김. 세계관을 구성하기 전에 먼저 등장인물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귀신을 보는 소녀, '혜성'을 중심점으로 두고 혜성의 목적인 '어머니의 죽음을 파헤치고 어엿한 퇴마사가 되는 것'에 필요한 인물들과 단체, 적들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저절로 전국퇴마사협회 세계관의 뼈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에는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어색한 부분이나 플레이어가 납득하지 못할 것 같은 부분에 살을 덧붙여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세계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체인 '전국퇴마사협회'와 '조월회'를 만들 때 신경 쓴 부분들을 짚어보자면,  '전국퇴마사협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집단으로,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 우리의 눈에만 띄지 않을 뿐, 실제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좀 더 신비롭게 느껴지고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상상을 자극할 것 같았거든요. 게임을 마치고 종료하더라도 어딘가에서 '전국퇴마사협회'의 퇴마사들이 각자의 할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상상 같은 거요.
 
반대로 '전국퇴마사협회'와 궤를 달리하는 단체인 '조월회'는 좀 더 현실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이비 집단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고, 플레이어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회 문제나 어두운 이면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아무래도 저희가 만드는 것이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다 보니, 그 사이에서 게임의 스토리와 세계관이 잘 녹아들게끔 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가장 처음 DEMO를 공개했을 때 들었던 피드백 중 하나가 캐릭터가 너무 설명만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 피드백을 읽고 캐릭터의 대사에서 전부 다 보여주기보다는 주인공 혜성의 시각에 맞추어 상황을 단편적으로만 묘사하되, 대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플레이어가 직접 맵에 배치된 책이나 신문 오브젝트를 읽게 하여 부가적인 세계관 설정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Q. 판타지적 소재와 달리 생각보다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묘사가 눈에 띕니다. 이러한 고증과 판타지 간극을 메우기 위해 참고한 부분, 혹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 '전국퇴마사협회' 세계관 내에서 퇴마사가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영능력 보유 여부'인데요. 이 영능력을 좀 더 다루기 쉽게 갈무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 서로 퇴마사인 걸 알아볼 수 있는 증표로 작용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그렇게 넣게 된 소품이 '옥'입니다. '옥'이라는 광물 자체가 가진 성질도 좋지만 녹빛과 푸른빛을 동시에 띄는 옥색이 게임의 '판타지스러움'을 돕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전국퇴마사협회'에서 한국 퇴마사의 이미지를 정의하는 색이 되었습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다양한 퇴마사들이 가진 옥 장신구의 형태나 디자인도 각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다양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길 바랍니다.
 
Q. 첫 번째 눈에 들어오는 매력은 역시나 독보적인 아트 스타일입니다. 수많은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아트워크가 '힙하다'라고 평가받는 게임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전국퇴마사협회의 아트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정. 저희 게임 내에 있는 아트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요. 어디서 본 듯한 스타일이 아닌, 저희 '전국퇴마사협회'만의 그림체와 개성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게임 내 배경이 현대 한국이다 보니 현대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셀 셰이딩 기법의 그래픽 스타일로 녹여냈고, 그 비주얼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게임에서 보이다 보니 '힙하다'라고 표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UIUX 및 디자인 담당인 나유영님도 게임 시스템 UI뿐만 아니라 퍼즐 UI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답해주셨는데, 말을 옮겨 보겠습니다.
 
“픽셀 그래픽임에도 디테일함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퍼즐 도트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연출을 신경 써서 작업하고 있고, 이러한 연출 방식은 퍼즐을 풀어가는 과정 그리고 정답을 맞혔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도록 했다. 실제 작업 시 수집하는 레퍼런스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실제 영상들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퍼즐이 우리 게임의 메인 시스템인 만큼 임팩트를 줄 수 있도록 작업에 노력하는 편.”
 
이라고 답변을 주셨습니다. 
 
 
 
Q.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인물 디자인이나 실제 캐릭터가 돌아다녀야 하는 배경 구성, 소품 디자인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정. 이 부분도 UI/UX 및 디자인을 담당하는 나유영 님의 말을 대신 전하겠습니다.
 
"유저분들이 게임을 보자마자 한국인 걸 바로 알아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판타지 장르가 섞여있다 보니, 현대 한국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아예 한국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 중 하나가 '간판' 디자인이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법한 푸드코트, 부동산, 떡볶이 가게, 금은방 간판 등의 디자인을 최대한 담아내고 패러디하여 K-감성을 느끼실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 친구 어머니의 가게 간판 디자인을 참고해서 이스터에그로 넣기도 했다. 정말 인디스럽지 않나.(웃음) 유저분들이 올려주시는 플레이 후기 영상을 보다 보면 ‘간판이 리얼하다’며 웃어주시곤 하는데, 이때 정말 기쁘고 뿌듯하다. "
 
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정. 그 밖에도 저는 단청과 기와 같은 요소를 넣어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직접 절이나 한옥 건물을 방문해서 사진 자료를 찍어오는 등의 노력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절에 가면 입에서 물이 나오는 아주 귀여운 개구리 석상이 있는데 그걸 게임에도 꼭 넣고 싶어서 협회 내 분수 장식으로 넣게 되었습니다.
 
 
Q. 개인적으로 0장(DEMO 챕터)에서 '혜성'과 '하나'가 닮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세 친구가 친해지게 된 모습도 어쩐지 그런 그리움을 채워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크림빵녀(?)'는 물론이고, 그 외 퇴마사들의 다양한 외형 역시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뭔가 한 가지씩 숨기고 있는 느낌이었고요. 캐릭터 디자인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의도를 담은 부분도 있으신 걸까요?
 
김. 당연히 의도가 다 있습니다! 등장 캐릭터가 꽤 많아서 주요 인물들만 조금 설명해 드리면, 주인공인 혜성은 '소년 만화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강렬한 색들을 주로 사용하였고, 0장 초반에 '혜성'에게 크림빵을 양보해 주는 소녀인 '그믐'은 플레이어가 한눈에 봐도 이질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신비롭고 아름다운 미소녀'라는 콘셉트로 디자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원'은 '털털하고 성격 좋은 누님'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숏컷의 시원한 외모의 여성으로, '지원'과 항상 함께 다니는 '현우'는 '지원'과 정 반대로 '과묵하고 냉정한 엘리트'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 단정한 머리 스타일에 냉정한 인상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루'는 '그믐'을 연상시키는 하얀 머리카락과 '혜성과 같은 나이의 소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작은 체구에 귀여운 외모라는 설정을 넣었습니다.
 
더불어, 많은 분들이 추측하셨던 것처럼 '혜성'과 0장에 등장하는 '하나'는 의도적으로 비슷하게 디자인된 게 맞습니다. 두 친구가 혜성을 보며 친밀감을 느끼고 친구를 잃었던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존재로 여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별개로 '하나'라는 캐릭터의 디자인에는 또 다른 비하인드가 하나 있는데요. '하나의' 디자인은 사실 '혜성'의 초기 디자인에서 가져왔습니다. '전국퇴마사협회'는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재의 기획과 초기 기획이 많이 달라졌는데, 그 사이에서 정들었던 주인공의 디자인도 갈아엎게 된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하나'에게 '혜성'의 초기 디자인을 그대로 입히면 어떻냐는 의견을 내게 되었습니다.
 
 

Q. 섬뜩한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슬프다는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일상을 통해 큰 줄기의 스토리를 진행하고, 결계에서 옴니버스식 사건 해결을 하는 연출과 스토리텔링의 힘이 아마추어 같지 않게 굉장히 흡입력이 있었고요. 시나리오 집필, 연출 작업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나요?
 
김. 감사합니다. 옛날부터 스토리 중심의 게임을 정말 좋아했고, 많이 플레이해왔는데 거기서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의 플롯 자체는 '왕도물 소년만화' 느낌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일상 파트와 결계 파트를 구분하여 게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연출은 ‘쓰르라미 울 적에 시리즈’와 ‘단간론파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고, 옴니버스식 사건 해결은 게임보다는 장편 만화와 애니메이션들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공포보다는 감동에 더 초점을 맞춘 이유는, 귀신이라는 건 결국 인간이 죽고 남은 영혼인데 한때 인간이었던 존재들을 무서운 존재만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존재들로 설정하고 싶었습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각각의 사연과 이야기가 존재하듯, 귀신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얼리 액세스로 공개된 챕터들에는 각각의 테마도 존재하는데요. 0장은 친구와의 우정, 1장은 연인과의 사랑, 2장은 가족 간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출 작업은 프로그래머 님과 일러스트 담당자 님께 직접 콘티를 그리거나 연출 예시 영상을 만들어 전달드리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는 입시 미술도 했고, 대학도 디자인 쪽으로 나왔는데요. 덕분에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것들을 팀원들에게 좀 더 쉽고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일상과 결계, 유품 수집이라는 비슷한 전개를 따르면서도 매 챕터 다른 콘셉트, 다른 기믹을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기획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으시나요? 
 
정. 퍼즐이나 몬스터(잡귀 및 악귀) 기믹은 보통 전체 팀원이 다 같이 논의합니다. 챕터 콘셉트를 먼저 듣고 거기에 맞는 오브젝트나 키워드 등을 뽑아내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막 뱉어내고, 괜찮은 아이디어를 뽑아내 디벨롭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퍼즐 회의는 평균적으로 1~2시간 내에 끝나버립니다. 이런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아이디어 뱅크가 저희 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종 개발 담당이신 정세현 님이 보스나 잡귀 기믹들을 저희 팀원들 몰래 만들고는, 어떻냐고 물어보실 때가 있는데요. 몬스터 기믹들은 대부분 세현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탄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이번 타이틀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장면, 신경 쓴 대사가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 저는 … 현재 공개되어 있는 내용 중에서는 최애 장면이 없는데, 그래도 골라보자면 저희 팀 내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하루’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고 하루의 테마곡이 동시에 등장하기도 해서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후반 챕터에서 훨씬 더 멋있는 장면이 많이 나오니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 2챕터 후반부에서 '혜성'과 '지원'의 대화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왜 행복한 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고 행복했던 날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걸까?'라는 개인적인 의문에 대해 저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해 내린 결론을 지원의 입을 통해 말하는 장면이고, 플레이하는 유저분들께도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Q. 얼리액세스 출시를 하셨고, 오프라인 행사 참가도 많이 하셔서 유저분들과 직, 간접적인 소통을 많이 하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나 일화가 있으신가요?
 
정. 저희가 전시장에서 직접 팬분이 만들어주신 굿즈와 편지를 받은 게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그때가 게임 출시 전이라서 더 개발을 이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셨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김. 부산에서 전시를 할 때마다 계속 방문해 주셨던 유저분이 계십니다. 만날 때마다 따뜻한 말씀을 해주시고, 주변 지인분들께 홍보도 많이 해주셔서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전국퇴마사협회를 선보인 지금, 특별히 어필하고 싶은 부분, 반대로 여건상 아쉬웠던 부분 한 가지씩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 전국퇴마사협회는 전체 시나리오를 엔딩까지 전부 작성해두고 시작한 프로젝트라서 후반 챕터로 진행될수록 더 흥미진진한 전개가 진행되는데요. 그래서 차후 업데이트되는 내용들을 끝까지 기대해 주시면 감사드릴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정말 작은 규모의 인디 팀이라서 스토리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 작업 시도를 못하는 게 가장 아쉬운 것 같습니다.

Q.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또, 정식 출시 시점에 유저들은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오프라인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또 예정된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 정식 출시 시점에는 전국퇴마사협회의 모든 챕터가 공개되고, 스팀 도전과제 등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또, 많은 분들이 요청해 주셨던 컷신을 모아볼 수 있는 '앨범' 시스템과, 수집한 단서와 지금까지 만난 귀신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퇴마 일지'의 내용을 모두 해금하면 추가 컨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 이번 연도는 개발에 집중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 드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현재 확정된 계획은 없으나 언제든지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면 오프라인 활동으로 다시 찾아뵙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정서연 대표. 저희가 계획 중인 내용은 많지만 너무 작은 인디 개발팀이라 여건이 녹록지 않습니다. 차기작까지 꼭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전국퇴마사협회 많이 사랑해 주세요! 
 
김나현 기획. 마지막 챕터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개발해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들이 인상적이었던 점은 '귀신'이라는 존재를 대하는 예의였다. '전국퇴마사협회'가 그리는 굿판은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한때 누군가의 친구였고 연인이었으며 가족이었던 이들의 사라지지 않은 조각을 맞추는 과정에 가깝다. 0장의 우정, 1장의 사랑, 2장의 추억을 지나며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공포가 아닌, "왜 행복한 날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걸까"라는 지독히 인간적인 슬픔의 본질이다.
 
이러한 정서적 깊이는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퇴마'는 단순히 악귀를 멸하는 폭력이 아니라 그 찰나의 행복을 잃어버리고 이승을 떠도는 가여운 영혼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주는 위로의 의식에 가깝다.
 
정교하게 깎아낸 픽셀로 구현된 단청의 디테일과 사찰 마당의 개구리 석상, 그리고 귀신을 보는 소녀 '혜성'의 단단한 눈망울까지. '팀 다다'는 자신들이 사랑하는 장르를 위해 스스로 '퇴마사'가 되어 인디 개발이라는 험난한 결계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우리 동네 간판 어딘가에 퇴마사들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만 같은 묘한 기시감, 게임을 끄고 난 뒤에도 어두운 복도 어딘가에서 주인공 '혜성'이 옥(玉) 장신구를 빛내며 우리를 지켜줄 것만 같은 든든한 여운이 남는 이유는 이들이 설계한 하이퍼 리얼리즘이 판타지라는 장르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 유저들의 심장에 완벽히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 챕터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개발하겠다"라는 이들의 약속은, 곧 상처받은 영혼들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슬픔을 퇴마라는 그릇에 정성껏 담아낸 이들의 항해는 이제 막 본 궤도에 올랐다.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영능력을 무엇일까? 2026년, 협회의 모든 일지가 해금되는 날, 그들의 서글프고도 힙한 공감의 위로가 전 세계 게이머들의 가슴속에 가장 한국적인 여운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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