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인기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은 원작의 완결과 함께 서사적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미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이용자에게 지속적인 긴장감을 선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마블이 선보인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원작의 마침표를 새로운 모험을 위한 쉼표로 치환하며 그 고유한 매력을 보존하면서도 게임만의 독창적인 서사를 구축해 또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함으로써 전 세계 팬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시공간의 뒤틀림이라는 설정으로 원작의 타임라인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자연스러운 멀티버스를 구축했다는 점에 있다.

게임 시작 이후 과거의 이야기를 가볍게 훑고 나면 브리타니아 대륙에 '별의 서'라는 신비로운 유물이 등장하고, 이 힘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원작에서 이미 죽음을 맞이했거나 접점이 없었던 캐릭터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작 팬들이 꿈꿔왔던 만약의 시나리오를 게임 속에서 현실로 구현해내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이 같은 과감한 변주는 오랜 시간 ' 코단샤'와 협업해오며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온 개발사 '넷마블에프앤씨'만이 던질 수 있었던 승부수다. '넷마블에프앤씨'는 7년이란 시간 동안 장기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와 방치형 RPG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로 이 세계관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가장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축 역시 '멜리오다스'와 '일곱 개의 대죄'들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묵시록의 4기사' 시점의 주역 중 하나, '트리스탄'과 이를 적극적으로 서포트해줄 수 있는 캐릭터 '티오레'를 전면에 내세웠다. '티오레'는 원작자 '스즈키 나카바'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캐릭터로 원작의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이용자에게 새로운 관찰자의 시선을 제공한다.

'티오레'와 다음 세대 '트리스탄'이 함께 겪는 모험은 기존 팬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새로운 게이머들에게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넷마블은 이를 통해 원작의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는 독립적인 게임 서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초반에는 뒤섞인 시간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곳곳의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모험이 펼쳐지며 이러한 성장 속에서 점차 '별의 서'를 둘러싼 과거, 현재, 미래의 숨겨진 비밀들, 의외의 인물들이 등장하며 핵심 서사에 접근하게 된다. 단순히 과거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익숙한 관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즌에 준하는 갈등 구조가 메인임을 잊지 않았다.

여기에 세계관상 '미래(묵시록의 4기사)'에서 처음 마주치는 인물들을 섣불리 등장시킬 수 없는 제약을 고려해 '클로토'와 '데이지' 그리고 '매니'같은 오리지널 캐릭터를 등장시켜 설정 오류를 방지한 점 역시 IP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다.

기술적인 성취를 넘어선 서사적 진정성은 팬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 된다.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원작의 명장면을 언리얼 엔진 5로 구현한 그래픽 퀄리티로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캐릭터 간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 숨겨진 뒷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에스카노르'가 십계의 '에스타롯사'와 '젤드리스' 2명을 패퇴시켰던 상징적인 장소인 '말라버린 페네스 호수'에서 모험이 시작된다는 점은 이 게임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선대의 전설적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트리스탄'과 '티오레'가 탐험하며 '별의 서'를 발견하게 되고, 이 일련의 사건의 영향으로 '페네스 호수'에 물이 가득 차 있는 변화를 마주하는 연출은 모험 서사의 영리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광활한 오픈월드로 구현된 '브리타니아' 곳곳을 탐험하며 원작의 명소들을 직접 방문하고 그곳에 얽힌 새로운 사건들을 해결하며 자신만의 전설을 써 내려가게 된다. 요리와 채집 그리고 낚시와 제작과 같은 소소한 활동들 역시 이곳에서의 생활감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원작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IP의 생명력을 영구적으로 확장하려는 넷마블의 깊은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다.
결국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이 지향하는 지점은 원작의 부록이 아닌 '일곱 개의 대죄' 세계관을 지탱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정전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넷마블이 정교하게 설계한 멀티버스는 원작의 결말 이후 공어함을 느꼈던 팬들에게는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제공하고 일반 이용자에게는 탄탄한 서사를 갖춘 독보적인 오픈월드 게임의 재미를 선사한다. 원작 IP의 오리지널리티라는 뿌리를 견고히 지키면서도 창조적인 변주를 통해 맺은 열매는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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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개의 대죄 오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