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최근 개봉한 게임 원작 영화 '프레디의 피자가게 2'가 불과 1주일만에 1억 달러 이상의 월드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면서 화제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무해한 인형옷 마스코트 캐릭터가 점프 스케어의 주체가 된다는 황당한 조합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어쨋든 원작이 호러 게임인 만큼 포스터를 비롯한 일체의 사전 정보 없이 제목만 보고서 영화를 관람하러 간 관객들 중 공포 장르에 취약한 이들은 크게 혼쭐났고 실제로 일부는 커뮤니티를 통해 '왜 가족 영화인 것처럼 제목 낚시를 하냐'고 불평하는 의견들을 쏟아냈죠.
하지만, 이는 의도한 낚시는 아닙니다. 원제인 'Five Nights at Freddy's'로 '프레디라는 이름의 가게에서 5일 밤을 보낸다'는 뜻으로 마감 작업이 끝나고 불꺼진 가게에서 5일을 보낸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돋는 상황이 제목에서부터 바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프레디의 피자가게'를 비롯하여 본래 주어진 제목을 잃은 게임들은 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일까요?

'프레디의 피자가게'라는 이름이 정착한 것에는 다소 황당한 사연이 있습니다. 출시 초기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며 실황 중계하던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TV(현재 SOOP)의 BJ들은 게임의 본래 명칭인 '프레디 가게에서의 5일밤'을 그대로 제목에 넣고자 하였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5일밤'이라는 단어가 금칙어 조항에 걸린다는게 문제였죠.
결국 다들 원제를 포기하고 각자가 자기 스타일대로 제목을 해석하여 방송을 진행했고 그 중에서 입에 가장 잘 감기고 쉽게 전달되는 제목인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시리즈 9편부터 공식 번역명으로 채택되는 동시에 영화 이름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5일밤'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나타나는 은연 중에 깔린 공포 요소가 뭔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타이쿤 형태의 게임처럼 오인될 수 있어 아쉽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해당 콘텐츠를 주로 향유하는 쪽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 되어버렸죠.

'너구리'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 플랫포머 퍼즐 아케이드 게임의 원제는 바로 '폰포코(Pon-poko)'입니다. 폰포코의 뜻은 너구리가 배를 두드리며 북을 치는 배북의 소리를 일본어로 표현한 의성어인데요. 딱히 게임 내에서 너구리는 배북을 쳐서 음향을 발사하는 것처럼 유효한 공격 수단은 하나도 없고 계속 적들을 피해다니면서 음식을 수집해야 하므로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는 제목은 아닙니다.
다만, 해당 게임은 구성이 단순한 것과 별개로 켱괘하고 중독성 높은 배경음악과 피지컬과 로지컬을 균형 있게 요구하는 게임성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기판 가격 및 높은 회전율 때문에 현역으로 가동되던 시절 오락실로 대표되는 한국 아케이드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는데요.
하필 게임이 유행하던 시기에 일본에서 개봉했던 동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영향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게임 속의 너구리가 만화 속 너구리들처럼 인간들 틈새에서 살아남기 생존경쟁을 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음식을 비축한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퍼졌고, 폼포코라는 단어가 너구리의 동의어마냥 취급되면서 아무도 이 게임을 폰포코라고 부르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베넷 포디가 제작한 이 게임의 정식 명칭은 'Getting Over It'이라는 영문 숙어로 본래 뜻은 '순순히 받아들여라'입니다. 불합리함의 극치인 맵 디자인과 기괴하기 짝이 없는 조작 설계를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면서 게임 자체가 처음부터 멀쩡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대놓고 알려주는 타이틀명이죠.
하지만 아무도 이 게임을 원제로 부르지는 않으며 일반적으로 이 게임에 통용되는 명칭은 '항아리 게임'입니다. 암만 열심히 노력하고 비벼서 높은 곳까지 등반해도 조금만 실수하면 순식간에 모든 것을 날려먹으며 좌절을 겪도록 게임을 설계하여 제목의 뉘앙스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기에는 항아리에 하반신을 묻어놓고 팔과 지렛대 역할을 하는 망치로만 움직이는 대머리 주인공이라는 비주얼이 너무나도 강렬합니다. 심지어 수백미터 수천미터 높이에서 떨어져도 절대 항아리가 깨지지 않고 사망하여 '게임 오버' 처리되는 개념도 없기 때문에 항아리의 우수성을 문득 새삼 꺠닫게 되기도 하고요.

코나미의 레트로 게임 '푸얀'의 경우 한국 한정으로 동화의 이름을 딴 '아기돼지 삼형제'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제목이 붙고 플레이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목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나마 신빙성 높은 가설은 플레이어블 캐릭터이자 주인공에 해당하는 돼지들 울음 소리인 'ブーブー'에서 유래했다는 것인데요.
이 게임을 현역으로 플레이하던 당시의 환경은 지금처럼 영어와 일본어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홀수 스테이지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오고 짝수 스테이지에서는 땅에서 기어올라오는 늑대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나쁜 늑대를 혼내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동화에 이를 빗대는 경우가 많아서 벌어진 헤프닝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정확하게 따지면 3마리의 돼지 중 늑대를 쏘아 맞추며 응징하는 쪽은 동화 원전과 같은 아기돼지 삼형제의 막내가 아니며, 엄마 돼지입니다. 즉 푸얀은 아기 돼지를 잡아먹으려는 늑대를 응징하는 엄마 돼지의 이야기인 것이죠.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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