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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그 작은 소녀는 무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것을 휘두르는 금쪽이였다

작성일 : 2025.12.16

 

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창작물에서 작고 갸날픈 캐릭터가 자기 몸뚱아리의 몇배나 되는 크고 아름다운 무기를 휘두르며 매우 호전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은 아주 오래되고 유명한 클리셰 중 하나입니다.
그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나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착한 녀석', '완벽초인인 줄 알았더니 황당하기 짝이 없는 약점을 보유한 사람'과 같은 여러가지 종류의 반전미 속성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만큼 기묘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가장 쉬운 예시로 들 수 있는 것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노움 전사'인데요. 종족 특성이 기본적으로 유틸리티가 부족한 전사라는 직업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고 작은 크기로 인해 PvP에서 미묘하게 클릭 및 타격 전환이 어렵다는 실전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상대 캐릭터는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무기만 허공을 휘적휘적 날아다니더니 타우렌, 오크, 트롤, 언데드가 차례대로 영혼의 치유사를 만나러 갔다'는 괴담이 유명세를 떨쳤고 그 과정에서 양손 거대 무기를 다루는 '무기 특성 전사'는 선량한 얼굴로 수많은 호드를 묻어버린 킹받는 캐릭터의 대표가 되어버렸죠.
그런데 최근에는 '엘든 링: 밤의 통치자'에 등장하는 클래스 '복수자'가 특대형 무기를 휘두르며 걸걸한 입담을 과시하는 강한 여성 속성으로 주목받으면서 '복쪽이'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급격하게 밈화되고 있습니다. 영체를 부리고 리라를 연주해야 할 가냘픈 소녀가 왜 이런 음해(?)를 당하게 된 것일까요?
 
'신앙은 뛰어나나, 나머지 능력은 잘 오르지 않는다'
거짓말은 하지 않은 정직한 프로필 화면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하자가 있는 캐릭터의 기본 설계에 있습니다. 사령술사 캐릭터긴 하지만 사망한 적을 부활시켜 수족으로 부리는 고유 어빌리티는 작고 약한 일반 몬스터로 그 대상이 한정되어 있고 그렇게 부활시킨 녀석들이 보스전에 크게 쓸모가 있지도 않으며 부활이 확률에 의거하여 작동하는 방식 때문에 필요할 때 써먹기가 어렵습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영체 소환 스킬은 제법 쓸만한 하수인을 상황에 맞게 쓸 수 있고 죽은 아군의 부활과 살아있는 아군에게 부활 및 강화 효과를 제공하는 불사의 행진 아츠는 유니크하면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결정적으로 유지력이 매우 부실하여 상술한 장점을 온전히 발휘하기가 힘듭니다.
스테이터스만 보면 높은 신앙과 제법 괜찮은 수준의 신비, 지력을 가지고 있어 수하들을 부리면서 뒤에서 기도와 마술로 지원 사격을 넣는 것이 기본 설계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련 자원인 포커스 포인트(FP)를 자체 수급 및 생산할 방법이 없어서 엘밤통의 가혹한 환경은 최하위권의 체력과 근력, 기량, 스태미나를 가진 복수자에게 불리하기 짝이 없는 근접전을 강요합니다.
 
김프뿡! 내가 캐리해주께!
 
그래서 복수자를 어떻게든 굴려보고 싶었던 이들은 들어오는 공격은 죄다 피하거나 막을 수 있다는 본인의 망자력을 믿고 특대형 무기를 들고 눈 앞의 적을 모두 베어버리는 수라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후달리는 근력 때문에 들 수 있는 무기가 적어 상당히 제한사항이 많은 방법이지만 '무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큰 물건들'을 어떻게든 가지기 위해 탐욕을 부리는 이들을 두고 복수자에 금쪽이를 접붙인 복쪽이라는 별명이 돌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유행을 타면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특대형 무기를 사용하는 캐릭터로 오인하여 최적화 무기가 아닌 것을 쳐묵쳐묵하는 것처럼  의도치 않게 트롤링을 하는 이들도 늘어났죠.
 
공식 계정이 직접 말아주는 복쪽이 무브먼트
 
이러한 일화들로 인해 광인 속성이라는 뼈대에 살이 점차 붙더니 적들을 조우할 때마다 육두문자만 쓰지 않을 뿐 매우 공격적인 말투나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아츠 스킬 시전으로 아군을 부활시킬 때마다 끼에에에엑거리는 시끄러움 때문에 복쪽이 이미지는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작진도 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즐긴다는 것이 대환장 포인트인데요. 도전 난이도에 해당하는 '깊은 밤 모드'의  전용 유물 옵션으로 신앙 수치를 깎아먹고 근력이 2배 이상 올라가는 효과가 추가되고, 정신력을 제물로 바쳐 생명력과 지구력이 오르는 옵션이 이러한 풍평 피해에 크게 한 몫 거들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복쪽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원래대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을 지도 모릅니다.
 
질량은 곧 위력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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