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아크 레이더스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의 아크 레이더스는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거대한 기계 침략자 '아크'에 맞서는 방식으로 '협동'과 'PvE'에 무게 중심을 두는 무료 플레이 게임이었고 '돈 슛' 제스쳐를 취하며 모두가 합심하여 아크에 대적하던 정식 출시 초기의 모습처럼 '아크'와 '레이더스'가 존망을 걸고 대결하는 실로 단순한 구도를 지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게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같은 레이더끼리도 인류애보다는 개인의 이익 실현을 위해 언제든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무한 경쟁의 PvPvE 게임으로 변했고, 이로 인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잠재적인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기본으로 깔리는 유료 구매 패키지 게임이 됐지만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아크 레이더스에 열광하고 있다.

제작사 '엠바크 스튜디오'에서는 완다와 거상, 레프트 4 데드, 펍지라는 3가지 게임 사이에서 재미 요소의 벤 다이어그램을 찾은 세션 기반의 레이드가 아크 레이더스의 기원이라고 밝있다.
플레이어 캐릭터인 레이더는 지금보다 개개인의 능력이 훨씬 뛰어난 '영웅'에 가까운 존재였으며 살인 기계 아크가 침공했다는 세계관 설정은 당시에도 동일했지만 광활한 필드, 화려한 무기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처절한 생존 경쟁보다는 모험 활극에 가까운 형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안을 과감하게 폐기하고 호불호가 심할 수 밖에 없는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로 방향을 전환한 이유에 대해서는 확고부동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게임은 세계를 탐험하고 살아가는 것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이 도전적이지 않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공식 채널에서 패트릭 쇠더룬드는 결국 PvP 요소가 게임의 재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함을 재차 언급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엠바크 스튜디오 대표 '패트릭 쇠더룬드(Patrick Söderlund)'는 "PvE 액션 게임은 떄때로 재미있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만족스러울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the PvE action could be fun sometimes, but not nearly often enough)"라는 평과 함께 프로젝트를 엎었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7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추산치가 나오면서 그들의 안목이 옳았다는 것으로 증명됐다. 게임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리셋을 택하고 전세계적인 팬데믹까지 겪으면서 개발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환경 요소와 세션에 진입한 이용자들이 서로를 적대하는 황금 밸런스가 근본적으로 질리지 않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크의 위협이 없다면 서로 통수를 칠 수 밖에 없잖아! 너도! 나도!
얼마 전 업데이트된 ACT 1 업데이트 '노스 라인'은 세계관의 확장과 함께 더욱 다각적인 플레이 체험이 가능하게끔 판을 깔아두고 있다. 새로운 전장인 스텔라 몬티스는 숙련된 레이더들을 위해 마련된 전장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기본적인 드롭 테이블의 레벨이 높지만 무료 로드아웃 수준으로는 무사히 스페란자 귀환을 보장받을 수 없는 난이도가 책정되어 있어 극에 달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다.
시가전에 비해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다고 평가받던 실내전에 새로 추가된 아크 '슈레더'는 후추통 같이 세로로 긴 동체를 가로로 눕혀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충격적인 전술로 문을 닫고 농성하는 레이더들을 세션에서 강제로 사출시키고 있으며, 마트리아크는 건드리는 즉시 대량의 아크를 사출하여 대응하는 마더십 유닛으로 등장하여 종래의 퀸과는 다른 의미에서 큰 위험요소로 꼽히고 있다.

우주의 인종 청소부 '달X' 뺨치는 공포의 후추통이 쫓아온다
한편, 최근에는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인공지능처럼 아크들의 행동양식과 또한 강화되는 것이 관측되고 있다. 저고도 비행 상태에서 올라타면 아래로만 사격각이 나오기 때문에 손쉽게 무력화되던 로켓티어가 이제는 동체를 뒤집어 머리 위의 레이더를 추락사하는 광경이 나오고 있으며, 파이어볼은 화염방사 직전에 잠깐 멈추는 딜레이를 활용하여 거리를 벌리던 대응 방법을 저격하여 굴러오다가 잠깐 멈춘 것처럼 페이크를 준 다음 재차 접근하여 레이더를 노릇노릇하게 만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아크 레이더스의 진정한 강점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이 에셋 제작 등을 통한 개발 기간 단축이나 비용 절감과 같은 단편적인 활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내적 요소가 진화하는 것을 통해 쉬이 질리지 않으며 끊임 없이 재미를 창출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으로 말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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