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편집자 주]

2018년 출시된 '배틀필드 V'는 최초 공개 트레일러에서 '사실적으로 구현된 2차 세계대전 게임'이라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망각한 듯한 모습으로 게이머들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에 매몰되어 고증을 무시하는 사례들이 속속 발견되어 밀리터리 마니아들에게 비판받자 제작사 EA DICE의 게임 제작 총괄을 맡고 있었던 패트릭 쇠더룬드(Patrick Söderlund)는 이러한 여론에 대해 '우리가 준비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못 배워먹은 사람들(These are people who are Uneducated)' 라는 희대의 발언을 남겼고, 당년 12월에 EA를 퇴사했다.

마음에 안드는 정치적 올바름을 떼어놓고 보면 그래도 시리즈의 이름값은 하던 작품인 '배틀필드 V(5)'
당시 EA의 CEO가 남긴 공식 입장에서 따로 해당 발언의 여파가 언급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패트릭 쇠더룬드가 12년동안 재직했던 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패트릭 쇠더룬드가 이탈하고 시간이 지나 후속작인 '배틀필드 2042'가 게임 비스무리한 무언가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서 게임성과 관련해서 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외적인 요소에 불과한 정치적 올바름을 걷어내고 보니 패트릭 쇠더룬드 체제에서 만들었던 '배틀필드 V'가 차라리 게임성 측면에서는 선녀였다는 재평가가 이뤄지게 됐다.
그리고 패트릭 쇠더룬드와 그의 사단은 새로 설립한 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증명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묘하게 난장판스러우면서도 근본적인 재미는 확실하게 챙긴 '더 파이널스'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선보인 첫 작품은 '더 파이널스'였다. 거의 대부분의 물체와 지형을 파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머리 위에서 혹은 발 아래에서 상대를 습격하는 창발적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기존 FPS의 문법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 다소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배틀필드 시리즈를 만들던 '짬에서 나온 바이브'가 있었던 덕분인지 '더 파이널스'의 시청각적인 구성 요소의 완성도와 쾌감은 최고 수준에 달했고 진행 방식 또한 점차 익숙해진 게이머들에게 신선하고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여론이 반전됐으며 꾸준한 사후지원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는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플레이어 vs 다른 플레이어 vs 살인기계라는 기막힌 밸런스의 무한 경쟁으로 도파민 파티를 만들어낸 '아크 레이더스'
그리고 최근에는 PvPvE 형식의 익스트랙션 슈터로 출시한 '아크 레이더스'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아크 레이더스는 2021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처음 공개했을 당시만 해도 PvE 중심의 코옵(협동 전투) 슈팅 게임으로 소개되었지만, 돌연 출시 연기를 발표하고 PvP 요소를 접목시킨 형태로 게임을 갈아 엎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크 레이더스의 초기 콘셉트를 좋아하고 기다려온 이들은 반발하기도 했지만,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패트릭 쇠더룬드는 "처음에 디자인했던 방향성을 포함한 아크 레이더스 모든 측면이 마음에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플레이에 재미가 없었다"(We loved every aspect of what we were trying to design, after quite a long time ‘Guys, this game is not fun’)라는 발언을 남겼고 뚝심 있게 이를 밀어붙여 지금의 모습으로 아크 레이더스가 완성됐다.

게임 출시가 빨랐다면 고티 경쟁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 수준의 평가
이를 통해 미루어봤을 때 '패트릭 쇠더룬드'라는 개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호불호의 영역에 있을 확률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집불통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본인만의 철학과 세계관이 확고한 탓에 그 사상이 모든 게이머들에게 지지를 받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가 추구한 방향성이 외적 요소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게임성으로만 따져봤을 때에는 대부분 정답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에 대한 적대적인 여론이 강한 커뮤니티에서조차 아크 레이더스가 재미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사상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게임 하나는 기막히게 잘 만드는 1티어 수준의 기획자다', '배필의 정수는 실은 회사를 나간 그 XX한테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발언할 정도이니 앞으로의 행보 또한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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