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익스트랙션 게임은 파밍과 생존이라는 2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굴러갑니다. 특히 그 생존의 방법이 '무사히 탈출(Exit)에 성공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단순히 어딘가에 숨어서 버티는 것만으로는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고, 그 탈출 과정은 반드시 적들에게 발각당할 위험을 감수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죽는 즉시 전리품을 대부분 잃는 시스템과 맞물려 플레이어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주게 되죠.
거기에 더해 플레이어가 승리를 통해 얻는 성취감이 매우 크지만 그 과정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도 매우 크며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운이 없으면 승리할 수 없는 '억까' 상황이 자주 나올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익스트랙션 게임은 태생적으로 호불호가 심하고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그 때문인지 최근 출시되는 익스트랙션 게임들은 상기한 기본 구성을 철저하게 답습하기보다는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 건물주의 목을 조르고 싶으면 개추 '미드나잇 워커스'

천장에서 떨어지는 좀비도 무서운데, 사람이 떨어진다면?
미드나잇 워커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싸움의 무대가 오직 고층 빌딩 하나로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익스트랙션 게임은 지형의 고저차를 계산에 넣지 않는다면 넓게 펼쳐진 구역에 건물 여럿이 배치되어 있는 형태의 전장을 사용하지만 이 게임은 수직 구조의 건물을 오르내리며 생존자 및 좀비들을 떄려잡고 탈출 포드를 찾는 방식입니다.
일견 보기에는 그저 공간을 좁게 사용하고 비슷한 구조를 반복하여 리소스를 절약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이는 생각보다 효과적인 작법인데요. 조밀한 구성 때문에 다른 익스트랙션 게임에 비해 피할 수 없는 교전이 자주 발생하고 위에서 혹은 아래에서 적들이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에 좀비뿐만 아니라 생존자가 점프 스케어를 시전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죠.
대부분의 익스트랙션 게임들이 언제 어디서 적들이 덮쳐올지 모른다는 잠재적인 공포 요소를 기저에 깔고 있지만 그 무대가 협소하고 어두운 폐건물이라면 이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vs ALL'은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 스카이넷이 익스트랙션에 내려온다면? '아크 레이더스'

아군 스쿼드원이 구출하러 오는 것도 잡으려고 캠핑을 하는 마귀같은 놈들
익스트랙션 게임에서 파밍 과정은 운좋게 다른 플레이어를 처치하고 그 가방을 털어내는 루팅의 과정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비어있는 집이나 공장을 털고 적대적 환경 요소를 떄려잡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파밍의 난도 자체는 그렇게까지 어렵게 설계되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그 '적대적 환경 요소'가 "인간이 밉다, 인간을 전부 죽이자"라는 악의로 가득찬 인공지능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을 하고 실수를 하지 않는 살인기계 '아크'가 PvE 요소로 등장하는 '아크 레이더스'는 이런 부분에서 독특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죠.
설정상 아크 세력에게 지상이 정복되고 인간이 지하 쉘터로 쫓겨났다는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아크의 전투력이 명백히 인간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실제 게임 내에서도 중형 이상의 개체를 조우하면 3인 스쿼드조차도 터질 위험성을 감수해야할 정도로 아크는 유례 없는 난적으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아크 레이더스에서는 플레이어 '레이더'들이 서로 사생결단을 내기보다는 가급적 '아크'들의 어그로를 끌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파밍을 진행하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지게 됩니다. 아 물론 탈출을 위한 승강기나 쉘터를 작동하면 비상등이 번쩍거리고 시끄럽운 작동음을 내며 주변의 아크와 레이더를 한 곳으로 불러모으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규모 전투는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 히트죠.
■ ???: 어서오세요, 이곳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는 경쟁도 다툼도 없는 곳입니다

적측 캐릭터가 전부 NPC라서 시체를 찾는 복구 찬스가 한번은 주어집니다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는 1인칭 시점의 슈팅, 죽으면 모든 것을 잃음, 경쟁 요소의 존재라는 익스트랙션 게임의 문법 대부분을 거부하는 게임입니다.
독특한 점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쪽 장르에서는 원조이자 레전드로 취급되는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패러디 게임으로 제작되었지만 그 결과물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게임으로 만들어졌다는 부분입니다.
쿼터뷰 형태로 적을 쏘아 맞추는 방식이고, 적대 플레이어는 없지만 적대적 환경 요소가 각각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싸우는 다른 의미에서의 생존경쟁이 성립하죠.
뿐만 아니라 난이도의 세분화까지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여타 익스트랙션 게임과 비교했을 경우 스트레스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편, 사망한 직후 시체를 회수하여 복구할 찬스가 주어진다는 요소 단 하나만큼은 타르코프의 그것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포인트인데요. '덕코프에서 맨몸으로 시체를 찾는 것이 매우 위험천만한 짓'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타르코프에서의 시체 찾기가 이론상 가능한 것과 별개로 매우 어렵다는 점'을 제대로 구현한 것이지도 모릅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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