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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피넛, 세상 어디에도 없을 협곡 최고의 지휘관 'ㅇㅅㄴㅅ'

작성일 : 2025.11.03

 

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 업계에서 '저니맨'은 팀을 옮기는 일이 잦은 선수를 의미합니다. 
보통 '한 팀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여러 팀을 전전하는 것을 두고 다년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도 있지만, 저니맨은 반대로 당장 팀을 나오더라도 어디서든 불러준다는 점에서 즉시전력으로 투입가능한 조커 카드에 가까우며 팀을 옮겨다니면서 호성적을 계속 뽑아낸다면 ' 우승청부사'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찬양의 대상이 되죠.
 
롤파크에서  진행한 데뷔 10주년 기념행사 당시
원래는 일정이 없었지만 팬서비스 차원에서 현장을 방문한 모습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는 '피넛' 한왕호 선수가 저니맨의 정의에 가장 정확하게 부합하는 케이스로 꼽힙니다. 10년동안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소속팀을 옮겨다닌 횟수만 해도 8번이고 현재 소속팀인 '한화생명 이스포츠'가 2번째 소속팀이었던 '락스 타이거즈'를 계승하는 팀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7번이라는 횟수를 자랑하죠.
특기할만한 부분은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우승컵을 수집하면서 앞서 언급한 우승청부사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프로게이머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기량이 하락하는 에이징커브가 매우 빠르게 오는 직업이지만 10년이라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리그 최상위권에서 군림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최고의 정글러 중 하나로 꼽는 선수이기도 하죠.
 
어그레시브한 플레이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던
락스 타이거즈 시절
 
피넛은 커리어 초기에는 어린 나이에 데뷔한 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패기 넘치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팬들에게 본인을 각인시켰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종목은 메타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피넛의 포지션인 정글러에게 요구되는 가치 또한 매 시즌마다 달라져왔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육식 정글러가 득세하는 시기에 호성적을 기록한 것은 단순히 피지컬만 좋은 선수가 시기를 잘 만나는 플루크가 터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고 실제로 당시에는 팀적으로 이득을 안겨주는 메이킹이나 클러치 플레이를 수행하기보다는 본인이 자원을 먹은 뒤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오브젝트 스틸의 성공률이 높아 생긴 별명인 '작전명 왕호야'를 감안하면
기본 로지컬이 결코 나쁘게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피넛은 '팀적으로 라인전 페이즈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적극적인 합류전이 가능해야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어도 단순히 잘 먹고 잘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팀적으로 이기는 라인을 확실하게 밀어주고 지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면 카운터 정글링까지 들어가면서 적극적으로 싸움을 유도하는 판단력을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정글러는 교전에서 패배하거나 사망하면 오브젝트가 날아가고 맵 장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견적'을 굉장히 잘 봐야 하는 포지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피넛은 데뷔 초창기부터 피지컬 원툴이 아니라 로지컬 측면에서도 손익계산이 되는 기본기는 확실히 갖추고 있었던 정글러였다는 것이죠.
실제로 LPL을 다녀오면서 피넛은 총사령관처럼 팀을 진두지휘하는 능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변칙적이고 기상천외한 극초반 갱킹으로 상대의 주요 라인을 망가뜨리거나 야금야금 차이를 벌리면서 주도적으로 판짜기를 하는 플레이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며 커리어 후반을 보내게 됐습니다.
 
상대 탑까지 오버 파밍으로 넘어와서 목숨을 위협한 탓에 정글 캠프를 전부 포기했지만
이 경기는 결국 팀의 후반 밸류를 믿고 크게 밀리지 않는 전선을 유지하는 운영으로 승리했습니다
특히 그가 정글러로 활약한 시기의 팀들은 운영 측면에서 이전보다 탁월하게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그가 이탈하면 팀적인 결속력과 유기적인 플레이가 약화되는 결과를 보여주면서 오더와 운영이 가능한 정글러가 얼마나 희귀한 동시에 귀중한 자원인지가 입증됐는데요. 
실제로 2022년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팀적인 조합 구성과 상성 문제로 극초반 5개의 캠프를 카운터 정글링당하여 게임 내내 쫄쫄 굶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복구하고 역전을 일궈내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카멜레온처럼 본인의 플레이스타일을 바꾸는데 성공한 그도 병역의 의무만큼은 피할 수 없어 2025시즌 월즈에서 은퇴를 선언하면서 더는 소환사의 협곡에서 위대한 총사령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없게 됐지만, 마지막으로 남긴 인터뷰에서 그는"앞으로는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라는 멘트를 남기면서 복귀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때문에 무력이 뛰어난 병사들 위주로만 구성되어 있어 본격적인 지휘체계가 필요한 선수들과 구단측에서는 팀을 승리로 인도하는 'ㅇㅅㄴㅅ(역시넛신)'의 가호가 내리기를 기도하며 그의 복무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라드 말고 협곡에서도 ㅇㅅㄴㅅ을 다시 볼 수 있기를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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