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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그 게임] 비극에 대한 찬가, 듀엣 나이트 어비스

작성일 : 2025.10.31

 

 
'이 달의 게임' 코너를 통해 게임조선 기자들이 직접 플레이해 보고 선택한 게임을 소개합니다.
대작도 아니고, 참신한 게임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아, 이런 게임도 있구나!" 하는 게임을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어떤 인물의 짧은 행복이 개인의 힘으로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운명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불행해지고,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렇듯 비극은 문학적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치이며, 짧은 시간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비극의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순수하면서도 고귀한 면을 갖게 되고, 또 자신의 신념에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한 인물의 몰락에서 연민이란 감정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듀엣 나이트 어비스', 황혼의 정박 편의 주인공 '월석 사냥꾼'은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정도의 이타적이며, 또, 강단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죽지 않고 살아난 '월석 사냥꾼'에게 새롭게 알게 된 친구들, 동료들이란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인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아무 이유 없이 생전 처음 본 자신에게 순수한 선의를 보내주는 '프시케'란 소녀의 존재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월석 사냥꾼'과 '스노우', '프시케'의 모험은 지극히 가볍고, 순수하다. 이들의 짧은 모험은 프롤로그의 사건을 잊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진다.
 
고향과 친구를 잃고 표류하게 된 이방인인 자신에게는 아픔의 공간이면서도 그리운 공간인 고향, '연옥도'를 순수하게 소망하는 친구의 존재란, '월석 사냥꾼'이 과거에 대해 아름다운 추억만을 회상할 수 있기 해주는 또 하나의 자아이기도 했다. 그곳에 같이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소녀의 말은 '월석 사냥꾼' 스스로가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닥쳐온 불행은 사실 이미 '월석 사냥꾼'으로서는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남몰래 끝을 준비한 '프시케'에게 '월석 사냥꾼'이 해줄 수 있었던 것은 현재를 함께 기억해 주고, 마지막의 순간에 손을 내밀어 주는 것뿐이었다.
 
 
'환상'은 누구보다도 확실한 꿈과 목표가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채 피지 못하고, 다른 이의 폭력에 의해 꺾이고 만다.
 
인간으로서의 육체마저 빼앗긴 그가 정신까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삶에 대한 열망이었고, 또, 함께 살아나가야 할 동료 때문이기도 했다. 하수도에 숨어 사는 괴물의 삶이었을지언정 그래도 살아갈 수 있게 생명의 끈을 잡아준 동료가 오히려 먼저 붕괴되는 모습을 봐야 했던 그 역시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한다.
 
그는 누구보다도 평범한 삶을 꿈꿨지만 끝내 외롭고 비참하게 죽어간 친구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또, 친구를 기억하는 친구의 소중한 사람의 기억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최후의 연극을 준비한다.  
 
마지막 무대에 선 그는 백옥 같은 미모도 잃었고, 나긋나긋했던 목소리도 잃었지만, 그는 여전히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였다.
 
비록 그 무대의 종장에서 자신의 존재는 사라져 버리고, 아무도 그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그의 마지막 무대는 공연이 아닌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지만, 그는 기꺼이 자신만의 공연을 끝마칠 준비를 차곡차곡해 나간다.
 
그가 택한 희생은 그의 정체를 눈치 챈 '월석 사냥꾼'의 존재로 인해 비로소 무대에 오른 배우로써, 최고의 연기로써 기억된다. 이전까지 아무 접점도 없던 성가신 추격자가, 그의 마지막 관객이 되어준다.
 
주인공 '월석 사냥꾼'은 누군가의 불행, 고된 운명을 지켜보는 역할만을 하게 된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주인공의 심경은 그다지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기막히게 세련된 연출의 힘은 '월석 사냥꾼'의 심경을 묘사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어를 먼저 자극한다. 자연스럽게 무엇이 하고 싶어지는지, 이후의 사건에 어떤 대비를 해야 할 것인지 미리 신경이 곤두선다.
 
문학예술적 장치를 아낌없이 차용해 넣은 이 영리한 게임은 비로소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란 장르를 통해서도 연민과 두려움을 자극하고,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미소녀 캐릭터가 침 흘리며 좌절하지 않아도 비극은 이렇게 완성된다.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인물을 집요하게 조명하는 단막극을 준비했다. 상당한 미쟝센의 연출 구도, 마치 뮤지컬처럼 진행되는 이 게임의 이야기는 처연한 선율 위에서 잔잔하게 흘러가고, 웅얼거림에 가까운 노랫소리를 들려주며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한다. 과거 혹은 기억을 간직한, 동요와 같은 노래들은 인물들의 서사가 마무리된 이후에 깊게 각인된다. 비주얼과 음악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밤의 항해편'으로 넘어가며 반전되고, 또 반전되며 자연스럽게 이 세계와 이 세계속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환상 서사는 황혼에 고요히 정박하고 밤에 아슬아슬한 항해를 시작한다.
 
이 게임은 여타 게임과는 다른 지점을 지향한다. 여기서 게임이 게임으로서 기능하게 하는 다른 일체의 부분은 언급하지는 않겠고, 게임이 가야 하는 여러 방향에 이런 이야기꾼도 있음을 짚어주고 싶었다.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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