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PC, 최근엔 핸드헬드 게이밍 PC로도 불리는 게이밍 기기는 고사양 게임을 휴대용 기기에서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의 꿈을 이루어준 기기입니다. 최근엔 스팀에서 출시한 '스팀덱'이 UMPC 시장에서 유래 없는 성공을 거두고, 후발 주자인 에이수스의 '로그 엘라이'와 레노버의 '리전 고'가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워 마니아층을 구축했습니다.

 

그중에서 로그 엘라이는 선발 주자인 스팀덱과 비교해 가벼우면서도 높은 성능, 그리고 윈도우를 통한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로 게이머들에게 사랑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바통을 이어 받은 기기가 2025년 10월 16일 출시되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와 협업 기기 '로그 엑스박스 엘라이(엑갈리)'입니다.

 

엑갈리의 가장 큰 특징은 엑스박스와 연동입니다. 윈도우를 사용하는 로그 엘라이의 높은 호환성에 엑스박스라는 플랫폼이 가진 게임풀이 합쳐져 로그 엘라이인 동시에 휴대용 엑스박스가 탄생했습니다.

 

 

구성물은 기존 로갈리와 거의 동일하다 = 게임조선 촬영

 

엑갈리의 장점은 앞서 말한 로그 엘라이와 엑스박스의 만남입니다.

 

엑갈리를 위한 맞춤형 윈도우 11은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엑스박스와 협업 기기긴 하지만, 엑스박스 런쳐는 물론 스팀, 에픽 게임즈 런쳐, 유비소프트 커넥트, EA 앱, GOG 갤럭시, 심지어 넥슨 플러그나 스마일게이트 스토브까지 다양한 게임 플랫폼에 접속하고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별다른 최적화나 등록 절차 없이 '딸깍' 한 번으로 원하는 플랫폼의 원하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게임 생활의 질을 한껏 끌어올려주죠.

 

특히 국내 온라인 게임의 경우 안티 치트 보안 프로그램으로 인해 UMPC에서 로그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엑갈리는 윈도우 11을 지원하기 때문에 일반 PC처럼 쉽게 게임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로그 엘라이 X보다 일부 사양은 떨어지지만, 일반 로그 엘라이보단 확실히 사양이 높아졌기 때문에 UMPC에 최적화되지 않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고요.

 

기자처럼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는 게이머, 특히 '엑스박스 게임 패스' 이용자라면 '휴대용 엑스박스'에서 매력을 느낄 것입니다. 스팀덱이 스팀에 최적화되어 다양한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엑갈리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로 플레이할 수 있는 수많은 게임을 '딸깍' 한 번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전용 관리 프로그램과 최적화까지 지원하니 다른 기기에서 접할 수 없는 최고의 편의성이라고 하겠습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꽤 눈에 띄었습니다.

 

우선 기기 스펙. 기기 스펙은 이전 세대인 로그 엘라이에 비해 높아졌지만, 프리미엄 '기기인 로그 엘라이 X'와 비교하면 램이나 배터리 성능은 낮습니다. 로그 엘라이와 로그 엘라이 X의 중간 단계라고 할까요? 가격은 로그 엘라이와 비슷한 수준이니 확실히 발전하긴 했지만, '흑갈리 오우너'라면 성능 면에서 역체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부분은 게임별 최적화 정도에 따라 극심하게 체감되었습니다. '데스 스트렌딩'이나 '스텔라 블레이드'처럼 최적화로 호평받은 게임들은 AMD RSR을 켰을 때 간혹 60프레임을 넘는 경우도 보여줬지만, 고사양이거나 최적화가 부족한 게임은 30프레임을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스팀덱을 쓰던 게이머라면 가벼운 스팀 OS에 비해 무거운 윈도우 11에 답답함을 느낄 것도 같습니다.

 

하드웨어 부분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사각형에 가까웠던 이전 기기와 달리 이번 기기는 게임 패드를 양쪽에 붙인 듯한 형태가 되었는데 여기까진 그립감을 위한 판단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다 양보해도 2년 전 출시된 로그 엘라이와 똑같은 16기가 램이나 7인치 디스플레이, 특히 드넓은 베젤을 그대로 채용한 부분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군요.

 

게임 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엑스박스 게임 패스의 가격 상승. 엑갈리의 장점 중 하나가 엑스박스와 협업인데 엑스박스 게임 패스의 가격 상승으로 해당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엑갈리의 장점 또한 빛이 바랬습니다.

 

아니 이 시점에 가격 상승 발표를? = 게임조선 촬영 

 

다른건 다 참아도 7인치 그대로에 베젤까지 더한 디스플레이는 도저히 못참겠다 = 게임조선 촬영 

 

2주 간의 엑갈리 사용기를 한 줄로 갈음하면 '로갈리 특유의 압도적인 호환성, 하지만 정체된 하드웨어와 게임 패스 외환'이 되겠습니다. 로그 엘라이 라인 기기로서 장점은 확실하지만, 엑갈리로서 장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만약 스팀덱을 이용하는 게이머라면 높은 편의성을 노리고 장만할만 하지만, 기존 로그 엘라이 게이머라면 작은 성능 차이를 위해 이 기기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로그 엘라이 엑스 게이머라면 엑스박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다면 굳이 이 기기를 선택할 것 같지 않겠죠. 몇몇 게임은 로그 엘라이 엑스로 할 때 더 쾌적하니까요.

 

애매해보이는 엑갈리가 자신만의 확실한 포지션을 구축하기 위해선 앞으로의 엑스박스와 협업 콘텐츠를 더 확보해야할 것 같습니다. 게임 패스 가격 상승으로 협업 시너지가 다소 삐걱이지만, 게임 패스의 풍부한 게임 지원은 여전히 강력한 무기죠. 클라우드 게이밍이나 리모트 플레이처럼 기존에 있던 기능 외에도 다른 UMPC에서 활용할 수 없는 휴대용 엑스박스로서 가능성을 보여줄 때, '로갈리의 옆그레이드'가 아닌 엑갈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