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명절마다 거론되던 사회적인 문제 '조카몬'에 대한 언급이 최근에는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명절에 온 가족이 전부 모이는 상황이 오히려 흔치 않게 됐고 전반적인 사회 의식이 발전하면서 취미 생활과 수집품에 대한 상호 존중과 이해도가 올라간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세대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지면서 기존에 조카몬으로 분류되던 아이들이 손윗사람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게임과 관련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어른들의 PC와 콘솔에 손을 뻗어 맹위를 떨치던 파괴신들이 이제는 대부분 각자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붙잡고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를 주로 플레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필자와 같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파티 게임을 철저하게 준비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본인이 재미있게 플레이한 게임을 아이들도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게이머들에게 있어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만인공통의 중대사안이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한 기획은 명절 또는 주말에 찾아온 조카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2인용 게임'이다.

1번 후보는 '동키콩 바난자'다. 중간중간 나온 리메이크를 제외하면 11년만에 정식으로 출시되는 시리즈 신작으로 대부분 횡스크롤 플랫포머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전작들과 다르게 '슈퍼마리오 오디세이'와 같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다.
정식 출시 이전에 공개된 체험 버전이나 사전 공개된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제한 없는 지형 지물 파괴와 상호작용을 통한 자유도 높은 게임플레이'도 눈에 띄는 장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수준 높은 레벨디자인과 풍부한 구성이다.
생각 없이 부수기만 해서는 결코 수집요소들을 온전히 모으고 제대로 된 성장을 꾀할 수 없지만 게임 내에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게임을 하더라도 적당한 난이도로 엔딩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쉬이 알 수 있으며 슈퍼 마리오 시리즈와의 크로스 오버 요소나 전작들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여 추억을 되새김질하기에도 이만한 게임이 없다.
2인용 플레이의 경우 한명이 '동키콩'을 조종하고 다른 한명이 동키콩을 타고 있는 조력자 '폴린'을 조종하게 된다. 폴린은 훗날 가수로 대성하는 캐릭터고 주요 기믹인 바난자 변신이 음악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음파를 발사하는 공격을 구사하는데 단순히 기믹수행을 보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정하고 잘 사용하면 전투마다 결정타를 때리는 뛰어난 공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2번 후보는 '팩맨 월드 2 리팩'이다. 유령들을 피해 과일과 쿠키를 모으는 일반적인 퍼즐 아케이드 스타일의 이미지가 강하게 잡혀있을 뿐 의외로 팩맨 시리즈는 다양한 시도와 변형작이 많은데 팩맨 월드 시리즈도 그러한 갈래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원본에 해당하는 '팩맨 월드 2'의 리메이크작인 만큼 본작 또한 철저하게 원작과 동일한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색깔을 드러내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팩맨이 되어 점프와 바운스 그리고 도트 슈팅 등 다양한 공격수단을 통해 방해가 되는 몬스터를 전부 치워버리고 매 스테이지마다 숨겨진 모든 쿠키와 과일들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이쪽도 치밀한 구성과 완성도가 강점이다. 대부분의 스테이지에서 눈에 보이는 지형지물은 실제로 밟을 수 있는 플랫폼인 경우가 많고 일부 구간에서는 구작 팩맨에서 파워업 아이템을 습득하고 팩맨을 쫓던 유령을 거꾸로 잡아먹는 기믹까지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어 잔재미가 확실하며 스테이지 진행 도중 놓친 것이 있다면 이를 종료 직전에 시스템 메시지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1회차 플레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심지어 이미 진행한 구간을 되돌아가는 것에도 제약이 없고 기믹을 수행하기 위한 소비형 아이템이 무한히 재생성되기 때문에 실수를 했다고 해서 리셋을 해야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2인 플레이를 할 경우 보조하는 쪽에서 팩 드론을 조작하여 아이템을 원격으로 수집하고 팩 도트 슈팅으로 잡몹 청소를 대신할 수 있어 완벽한 호흡으로 1회차에서 모든 것을 달성하는 토끼공듀 무브먼트를 보여줄 수도 있다.

3번 후보는 '리틀 나이트메어 3'다. 전작들과 달리 '로우'와 '얼론'이라는 더블 주인공이 실시간으로 함께 행동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며 대부분의 기믹 수행이 두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돌파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AI가 다른 주인공을 조종하는 1인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2인 협동 플레이가 더욱 매력적인 타이틀이다.
2인 플레이 기준 각 캐릭터가 서로 수행할 수 있는 행동과 주어진 역할은 다르긴 해도 앞선 2개의 게임과 다르게 그 비중이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가령 추격자로부터 몸을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 둘 중 한명이라도 발각되면 가차없이 게임오버되며 적을 제거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한명이 열심히 어그로를 끌며 돌아다니는 동안 나머지 한명은 본체 또는 수신기를 찾아서 목을 쳐야하는 등 수준 높은 협력을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호러 요소가 깔려있는 만큼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쥐약에 가까운 타이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급부로 함께 퍼즐을 풀고 역경을 이겨넀을 떄의 카타르시스 또한 큰 것이 장점이다. 오히려 어렵고 힘든 일은 차라리 분담하는게 더 낫다는 이야기처럼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공포도 함께 플레이한다면 조금은 덜 무섭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삼촌과 조카가 둘 다 '슈퍼 겁쟁이들의 쉼터'에 수용되어야 하는 인재라고 한다면 그저 행운을 빌어야겠지만 말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기사의 저작권은 게임조선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무단으로 기사 내용 전제 및 다운로드 링크배포를 금지합니다.

아이온2
스타세이비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