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편집자 주]
마블 코믹스의 대표적인 히어로 캐릭터 '스파이더맨'과 관련된 작품들을 관통하는 캐치프레이즈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렇게 주어진 힘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그 무게감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히어로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단순하면서도 확실하게 표현해낸 명대사로 꼽히지만, 한편으로는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전가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같은 대사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제는 정론에 가까웠던 해석을 비틀어버리는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큰 힘에는 큰 무책임이 따른다'는 식으로 말이죠. 실제로 같은 출판사에 나온 캐릭터인 '데드풀'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게임 쪽에서는 이 캐릭터가 거의 독보적인 수준의 안하무인 캐릭터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로 괴혼 시리즈의 '아바마마'입니다.

시리즈를 한 편 이상 해봤다면 이게 얼마나 개소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아 ㅋㅋ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데 뭐 어쩌라고 ㅋㅋ
사실 괴혼 시리즈의 스토리 전개는 어찌보면 식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항상 우주구급 능력자인 아바마마가 매 시리즈 초입부마다 우주구급 스케일의 사고를 친 다음 주인공이자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왕자'에게 수습하도록 시키는 것이죠.
그나마 초창기에는 '왕자가 나중에 다스리게 될 우주를 복구하는 작업'이니 '당연히 왕자 또한 그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그럴싸한 책임론을 내세웠지만 언제부터인가 '솔직히 본인이 실수한 것이 맞지만 기분은 째지게 좋았다'는 식의 정신나간 대사를 내뱉기 시작하더니 대놓고 왕자에게 하청을 맡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친 사고를 수습하지 못했다고? 즉시 아바마마 펀치

내 일은 네 일! 네 일도 네 일! 거기에 시간 제한까지 걸고 있다
도라에몽의 퉁퉁이도 울고 갈 법한 기적의 논리
그나마 '왕자'는 아버지와 달리 무책임한 인간상은 아니어서인지 성실하게 덩어리를 굴리며 온갖 물건을 붙이고 키워 별들을 복구해내고 있습니다만 정작 사고를 친 당사자인 아바마마는 왕자한테 매번 시간 제한을 걸고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면서 간섭하고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면 속을 박박 긁는 발언들을 쏟아냅니다.
"기껏 키워낸 별의 크기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냐",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물이 실망스럽다"고 쫑알대는 것은 물론 훈육이랍시고 우주구급 능력으로 왕자에게 체벌을 가하는 등 아바마마는 아무리 온화한 플레이어라도 왕자에 감정이입을 해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 화딱지가 날 법한 상황을 마구마구 조성하죠

분위기는 엄청 잡고 눈에서 빔을 발사하지만
쏘는 주체가 '아바마마'라서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

그 수많은 위기를 불러온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노 코멘트
다만, 시리즈 특유의 병맛스러운 연출과 브금 그리고 황당무계한 방식으로 구현된 체벌로 인해 아바마마의 막장스러운 면모가 어느정도 가려져서였을까요? 꽤 오랜시간동안 왕자 역할로 들들 볶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바마마를 악당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좀 얄밉기는 해도 없으면 섭한 감초'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게임 내내 계속 참견질을 하고 직접 벌까지 준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아바마마'가 본인이 친 사고를 책임지고 수습하지는 않더라도 어쨋든 왕자에게 일을 시키고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장에 따라붙으며 왕자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코 올바른 방향은 아니지만 자식을 훈육하는 방식의 기본은 지키고 있는 셈이죠.
오히려 아바마마가 사고를 치지 않는다면 왕자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아바마마에게 책임감이 있다면 왕자가 활약할 만한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바마마'는 괴혼 시리즈의 존속에 있어서 트러블 메이커라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언제쯤 아바마마가 진짜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기스타이자 왕다운 왕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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