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릴 정도로 재밌는 게임도 많지만 괜히 돈만 버린 듯한 아쉬운 게임도 많죠. 어떤 게임이 재밌는 게임이고 어떤 게임이 아쉬운 게임인지 직접 해보기엔 시간도 돈도 부족합니다.주말에 혼자 심심할 때, 친구들과 할 게임을 찾지 못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고 싶었을 때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게임조선이 해결해 드립니다! 게이머 취향에 맞춘 게임 추천 기획 '겜츄라이'![편집자 주]

이런 분께 추천!: 사전 지식이 필요없는 단순무식한 고전 스타일 핵앤슬래시를 원하는 게이머
이런 분께 비추!: 최근 주류에 가까운 로그라이크 핵앤슬래시처럼 본인의 높은 전략안과 컨트롤을 뽐내고 싶은 게이머
이런 분께 비추!: 최근 주류에 가까운 로그라이크 핵앤슬래시처럼 본인의 높은 전략안과 컨트롤을 뽐내고 싶은 게이머
요즘 게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시작하기 전부터 배워야 할 내용들이 많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도 공부하는 것을 그치지 않아야한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휴식을 위해 머리를 비우고 몰두해야 할 여가활동인 게임이 또 다른 다이나믹 로동의 연장선이 되어버리는 셈이죠.
이름 그대로 '자르고 베며 적을 모조리 해치우면 된다'는 매우 단순하지만 명쾌한 게임성을 무기로 삼고 있었던 '핵 앤 슬래시' 장르도 이러한 기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의 핵 앤 슬래시 장르 게임도 엔드 콘텐츠가 '레이드'로 귀결되면서 상대해야 할 보스의 주요 패턴과 기믹을 미리 숙지해야 하고 효율적인 아이템 파밍 루트와 스킬 빌드와 같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1인분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예전에는 동종 장르의 게임을 가볍고 재미있게 즐겼던 사람들도 진입장벽을 느끼며 거리를 두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됐죠.
하지만 여러분의 소중한 주말을 아주 빠른 속도로 살살 녹여버릴 수 있는 게임이 여기 있습니다. 딱히 준비해야 할 것도 없고 그냥 즐기면 되는 그 게임의 이름은 악마와 짐승들에게 포위된 영웅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눈 앞의 적들을 쓸어담는 이야기 '히어로 시즈(Hero siege)'입니다.

DLC 없이 본편만 구매할 경우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 목록
판타지 세계관에서 '훌륭한 대화수단'을 들고 있는 것이 눈에 띄길래 '레드넥'을 골랐습니다

기술 체계가 어디서 본 것 같다고요? 기분 탓이겠죠!

챔피언, 엘리트 몬스터가 아닌 일반 몬스터나 낮은 등급의 상자에서
이렇게 뜬금없이 고등급(빨간색) 아이템이 뜨는 것을 보면 참 익숙한 맛이 나는 듯 합니다
사실 '히어로 시즈'의 이용자 평가는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게임 구성만 보면 현 시점에서는 고전으로 취급 받을 낡은 구성에 어디서 본 것만 같은 클리셰와 시스템으로 범벅이 되어 있어 소위 말하는 '양산형'스러운 느낌이 강한데다가, 레트로 스타일의 도트 그래픽 기반 게임치고는 치고는 리소스가 살짝 무겁다거나 공식 한글화 지원의 번역 퀄리티가 썩 좋지 못하요 완성도 측면에서도 아쉬운 면이 많은 것은 사실이죠.
다만, 이러한 단점들이 옛날 핵 앤 슬래시 게임들을 즐겨봤다면 손쉽게 무력화된다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적들의 행동 양식에 허점이 많으며 낡고 불편한 게임 구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이들에게는 상기한 단점들이 '괜찮아, 튕겨냈다' 수준에 불과하고 오히려 직관적으로 아무 캐릭터나 골라 잡아서 적당하게 포인트를 스킬에 분배하고 적당히 등급 높은 아이템만 달아줘도 무쌍을 찍을 수 있습니다.

스펙을 위해 인벤토리를 부적으로 가득채워 아이템 하나 먹기도 힘든 상황보다는
저렇게 전용 공간을 할당해주는 게 훨씬 낫습니다

초반에는 근접 공격을 통해 전기톱을 설치하고 출혈 피해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빌드를 플레이했지만

파밍 과정에서 화염 피해를 강화하는 고등급 아이템을 획득하자마자 총을 들고 불을 지르는 빌드로 갈아탔습니다
물론 상위 난이도가 열릴 때마다 팍팍 깎여나가는 속성 저항을 비롯한 각종 방어기재 때문에 점차 어려워지는 것이 강하게 체감되긴 하지만 이 또한 이미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예전에 경험해봤던 구조였기 때문에 관련 아이템부터 갖춘다는 '당시 몸으로 체득했던 대비책'을 실행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스킬 간의 '시너지 시스템'이나 동일한 스킬의 기능을 완전히 바꿔놓고 세분화하는 '전문화 시스템'은 물론 아이템의 옵션이 스킬에 영향을 끼쳐 강화할 수 있는지를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유효옵션 필터', 소지하는 것으로 옵션이 발휘되는 참(부적)을 별도로 모아둘 수 있는 '참 슬롯'을 마련해두는 등 현대적인 감각에서 봐도 제법 괜찮은 시스템이 많습니다.
심지어 능력치와 스킬 재분배도 굳이 별도의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NPC를 찾아갈 필요 없이 소지한 골드를 소모하는 것으로 쉽게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각 캐릭터별로 방향성이 전혀 다른 2개의 트리로 빌드를 짤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유연하게 빌드를 갈아탈 수 있다는건 효율 측면뿐만 아니라 재미 측면에서도 상당한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핵 앤 슬래시 게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반 맵의 주파 속도가 매우 빨라지지만
이 게임은 비교적 초반부터 그 과정이 매우 쾌적한 것이 특징이자 장점

1막 보스전부터 추적 판정의 낙석, 피해를 주는 빨랫줄, 속박을 거는 구체를 다 피하라고 한다면
결국엔 점프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개발자의 의도겠죠

빙결되지 않음 옵션이 없다면 점프가 무력화되어 폭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얼음으로 강화된 몬스터가 보통은 가장 무섭습니다
히어로 시즈의 가장 독특한 점은 '점프'를 통해 매우 빠른 템포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전 핵 앤 슬래시는 초반부에 탈 것이나 이동기를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원의 제약을 통해 계속 달리는 행위조차 막아두면서 콘텐츠가 지나치게 빨리 소모되는 것을 막고 있으며, 현대 핵 앤 슬래시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도약 또는 돌진기가 주어지지만 이 또한 쿨타임이 있거나 연속 사용에 제약을 걸어 제작사가 의도한 템포를 플레이어가 따라가야 하지만 히어로 시즈에서는 마우스 커서를 놓은 방향으로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너무 높은 벽만 아니면 대부분의 장애물을 가볍게 넘어가며 맵을 주파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점프에는 선딜레이나 후딜레이는 커녕 자원 소모도 쿨타임도 없어 착지 직후 몇 번이고 연속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 반동으로 프레임 단위로 주어지는 무적 판정은 일절 없고 이동 속도에 영향을 받아 도약 속도에 편차가 생기기 때문에 공격 회피 측면에 있어 만능 카드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실전에서는 이를 통해 일부 엘리트 몬스터들이 사망 이후에 남기는 후폭풍 형태의 공격이나 줄을 긋는 보스의 패턴 등을 쉽게 넘길 수 있으며 이 점프의 존재를 기준으로 게임의 레벨 디자인과 밸런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의외로 보스전은 타이트하고 긴박감 넘치게 진행됩니다.

찢고 죽인다...는 아니고 썰고 불태운다!

과자 한 봉지보다 값싼 비용에 주말을 전부 홀라당 까먹는 것이 가능하다?!
종합적으로 이 게임을 평가한다면 단점도 꽤 많이 보이고 전반적으로 낡은 맛을 내고 있지만 나름대로 고민하고 신경을 써서 별도로 추가한 요소들이 꽤나 잘 어우러져서 적당히 괜찮은 맛을 내는 '고기 된장찌개'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엇나가고 수틀렸다면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똥국으로 완성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그래도 '히어로 시즈'는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은 적당히 할만한 게임입니다. 주말을 맞이하여 뭔가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이라면 한번쯤 찍어먹어보는 것을 추천해볼만한 작품이며 평상시 가격도 8900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비정기적으로 90% 세일을 진행하고 있어 900원에 업어오는 것도 가능하니 당장 플레이할 계획이 없더라도 위시리스트에 넣어놓고 묵혀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원래 장은 묵히면 묵힐수록 좋은 법이니 말이죠.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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