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볼 수 있는 우스갯소리 중 하나는 '외국산 게임을 하지 말라, 외국산 게임을 하면 그것이 결국에는 외국 회사를 배불리는 자본 유출로 끝난다'는 멘트다.
발언하는 이가 진지하게 저런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인지 혹은 단순히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웃기기 위함인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요즘 게임을 깊게 즐기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업계의 생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게임사가 수익을 얻으면 이를 신규 콘텐츠 내지는 후속작 개발과 같은 재투자를 통해 더 큰 이윤을 창출한다는 구조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지갑을 여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게임으로 보답하기' 뿐만 아니라 음악회를 열고 콘서트를 상영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오프라인 쇼케이스를 준비하는 등 밖에서도 어필을 하는 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들에게는 수익 실현도 분명 중요한 가치지만 '우리가 만든 게임을 좋아하는 너희들이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밤잠을 설쳤으면 좋겠다'라고 외치듯 팬서비스에 가까운 콘텐츠들을 게임 밖에서 실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넥슨'이 있다.

넥슨은 수많은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연례행사에 가까운 다양한 오프라인 쇼케이스를 유치하고 있다. 관련 행사와 관련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라면 대부분 언제 행사가 열리고 어떤 내용을 발표하며 어떤 포맷으로 진행할지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정형화된 폼을 가지고 있지만, 그 기대감을 조성한 다음 좋은 의미에서 이를 배신하는 충실한 인게임 콘텐츠 구성이 넥슨 쇼케이스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6월에 진행한 메이플스토리의 여름 쇼케이스 '어셈블(Assemble)'이다. 행사를 진행하는 장충체육관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CGV 생중계를 통해 대여관을 전부 매진시키는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발표 내용 또한 편의성 개선, 과금 부담 완화, 기존 콘텐츠의 교통 정리 등 분량만큼이나 이용자 친화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어 화제가 됐다.
신규 콘텐츠의 결과물 또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2년 반만에 등장한 신규 직업인 '렌'은 검증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실장 직후의 메이플스토리가 PC방 점유율 최고점을 갱신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임을 어셈블 쇼케이스에서 효과적으로 어필했으며, 이전 NEW AGE 쇼케이스에서 처음 선보였던 컷신이 가미된 6차 전직 '오리진 스킬'만큼이나 화려한 연출을 자랑하는 공통 사양의 무적기이자 서브딜링기인 '어센트 스킬'로 로망과 실속을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겉모습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이용자들을 위해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방향성만큼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이플스토리 팀의 개발 방향 '테세우스의 배'처럼 넥슨은 변해야 하는 가치와 변해서는 안될 가치를 잘 구분하며 보기 좋고 먹기도 좋은 결과물을 적절한 타이밍에 완성하고 이를 쇼케이스라는 식탁에 올려놓는데 성공한 것이다.

'넥슨 아이콘 매치'의 경우 FC 온라인/모바일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열띤 성원을 수익성보다 팬서비스에 중점을 준 형태로 되돌려주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임과는 연이 없어보였던 축구산업학 석사 출신의 직원으로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낮밤이 바뀌는 것을 감수해서라도 실제 축구 경기를 대부분을 관람하는 열정 넘치는 축구팬들이 FC 또한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으며 그들의 목표인 '본인이 꿈꿔온 드림 스쿼드를 구현하는 것'을 현실화한다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팬덤을 만족시킬 만한 완성도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넥슨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파트너사와 전문기관을 유치하여 협력체계를 꾸려야 하는 다소 위험하고 전례없는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퍼디난드를 뚫는 드로그바'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많은 축구팬들이 바라마지 않은 레전드 선수들의 매치업이 성사됐고 2번에 걸쳐 창과 방패의 대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아이콘 매치'는 팬과 게임을 하나로 만드는 메가이벤트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는 성공한 서브컬쳐 게임을 상징하는 밈 '음악회를 열다'를 '사운드 아카이브'로 구현하여 팬들에게 보답하고 있다.
2023년에 출시 2주년을 맞이하여 처음으로 개최한 이래로 매년 오케스트라, 밴드라는 다양한 콘셉트로 팬들에게 청춘의 느낌을 가득 담은 음악을 선사하고 있으며 올해는 무려 전국 투어 형식으로 팬들을 직접 찾아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받는 중이다.
특히 곡의 세트리스트가 작중 전개와 매우 밀접한 형태로 이뤄져 있어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본 선생님들이 더욱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한 부분이나 원곡을 과감하게 비틀어버렸지만 느낌은 제대로 살린 어레인지가 현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는 후기가 많으며 앵콜곡은 아예 공연마다 전부 다르게 구성하고 있어 다회차 관람의 메리트까지 살리는 세심함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서울 공연의 전석 매진을 시작으로 대부분 빠르게 표가 동날 정도로 성공적인 공연이 이뤄졌기도 하고 이제는 연례행사 느낌으로 자리를 완전히 잡았기에 앞으로도 계속될 '사운드 아카이브'에 대한 선생님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에 발맞춰 넥슨에서도 더욱 수준 높은 양질의 음악회를 보여주는 윈윈전략을 보여준다면 '사운드 아카이브'는 최고의 팬서비스 사례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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