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전에 이르는 과정에는 여러 변수들이 있었지만 결국 결승 무대의 주인공은 한화생명 이스포츠(HLE)와 젠지 이스포츠(GEN)였다.
28일 진행한 2025시즌 LCK의 결승전은 정규 시즌 최종 순위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GEN과 HLE의 대결이 성사되어 작년 2024 LCK 서머에 이어 결승전이라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리매치를 치르게 됐다.
양 팀의 공통점은 결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흔들리는 모습은 있었으나 결국엔 제 자리를 찾았다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레전드 그룹 후반 라운드에서 2위 자리를 두고 다투던 티원(T1)의 약진에 휘청거리던 HLE는 플레이오프 들어서 시즌 초반에 보여주던 정교한 밴픽과 섬세한 운영을 기반으로 하는 파괴적인 경기력을 되찾았고, GEN의 경우 승자조 2라운드 매치에서 한 번 미끄러지기는 했어도 명불허전의 경기력으로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팬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켜주고 있다.
경기 시작 전 격전지가 될 라인으로는 양 팀 캐리력의 중핵이라 할 수 있는 바텀이 지목됐으며 관계자들의 승부 예측에서는 GEN이 10:4로 우세를 점하기는 했으나 그마저도 스윕으로 이긴다는 예측은 없었고 풀세트 접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였다.
■ 1세트

티어권에 들어가는 원거리 딜러와 정글러들이 대부분 밴으로 견제당한 가운데 GEN은 HLE이 자주 사용하며 재미를 봤던 탑-정글의 시너지인 암바(암베사-바이) 조합을 찢어놓고 오히려 본인들이 가져가는 강수를 뒀으며 HLE는 탱커 중에서는 초반 개입 능력이 가장 좋은 뽀삐를 피넛(한왕호 선수)에게 쥐어주면서 스노우볼링에 힘을 주는 조합을 구성했다.
플레이오프 무렵부터 날카로운 교전 설계 감각을 완전히 회복한 피넛이 초반부터 바텀과 미드에서 연거푸 득점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HLE가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정작 GEN의 쵸비(정지훈)와 룰러(박재혁)는 라인 개입이 없는 매치업에서 딜교환에서 이득을 보며 상대 라이너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CS 격차를 벌리는 등 체급으로 짓누르는 묵직한 플레이로 팀에 이득을 안겨줬다.
심지어 GEN의 챔피언 구성은 사이온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몸이 날랜 탓에 뽀삐가 벽꿍을 클린히트시키고 수호자의 심판까지 즉발로 연계하는 이상적인 콤보가 아니라면 HLE는 도저히 교전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탑에서 대치하고 있던 룰러의 이즈리얼을 바이퍼(박도현)과 제우스(최우제)가 덮치려는 시도는 룰러가 물귀신처럼 바이퍼를 데려가버리면서 피넛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피넛이 무리하게 교전을 걸면 GEN은 싸움을 더 크게 키우지 않고 짧게 이득만 보고 빠지는 식으로 야금야금 HLE를 갉아먹었고 확실하게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GEN은 라이즈의 공간 왜곡으로 적진 한복판에 니코의 만개를 떨어뜨린 뒤 본대가 돌입해 쓸어담는 입롤 연계로 교전을 대승하여 1세트 선취에 성공한다.

■ 2세트

극초반 탑 2:2 교전에서 GEN이 2:1 교환으로 이득을 보고 탑을 한번 더 찌르는 캐니언(김건부)의 집요한 플레이로 인헤 제우스의 럼블은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었고, 3킬을 먹은 캐니언의 신짜오는 아주 이른 타이밍에 갈라진 하늘을 1코어로 완성하면서 현월수호의 면역 효과와 함꼐 말도 안되는 수준의 유지력을 손에 넣었다.
그나마 아칼리의 진입각을 억제하기 위해 뽑은 탈리야가 최근 밸런스 패치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빵딜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타이밍이 있었고 카이사 또한 성장을 완전히 마치지 못해 GEN에게 마냥 유리한 유리한 구도로 경기가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HLE가 번뜩이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와중에도 GEN은 주요 오브젝트 교전과 같이 결정적인 순간에서 무력하게 폭사하거나 턴을 잘못 쪼개는 치명적인 실수는 행하지 않았다.
결국 4번째 드래곤을 완성하는 시점에서 벌어진 교전 중 룰러가 본인을 노리는 HLE의 공세를 가뿐히 넘기며 트리플킬과 함께 에이스를 띄웠고, GEN은 1세트의 대역전을 일궈낸 밥상 뒤집기에 이어 2세트에서는 스노우볼링으로 이기는 패턴까지 깔끔하게 구사하며 HLE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

■ 3세트

GEN이 경기를 끝내겠다는 심산인지 기인(김기인)과 쵸비의 필승카드이자 시그니쳐 픽인 크산테와 갈리오를 일찌감치 꺼내들며 단단한 앞라인을 갖췄지만 제카(김건우)가 사일러스를 가져오며 GEN의 오만한 밴픽에 경종을 울렸고 첫번째 밴픽 페이즈에서 암베사, 자르반까지 모두 뽑아버리면서 일단 교전에서 GEN의 원거리 딜러를 결코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조합을 완성한다.
이에 GEN의 조합은 생존기와 후반 밸류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원거리 딜러가 필요했으나 스몰더는 HLE가 가져간 이상 안정적으로 라인전을 수행하면서 어지간하면 상대를 지긋이 누를 수 있는 직스를 고르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결국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상체의 밸류가 가면 갈수록 떨어지는 조합 특성상 딜부족 현상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해설진의 코멘트대로 게임이 굴러가게 됐다.
2세트에서 아칼리로 다소 경직된 플레이를 보여줬던 제카가 3세트에서는 사일러스와 함께 승리의 1등 공신이었다. 제카가 쵸비와의 미드 라인전을 대등하게 가져가는 것은 물론 상대 탱커진의 고밸류 궁극기를 언제든 골라쓸 수 있다는 이점을 과시하면서 GEN은 위축된 모습을 보여준 반면 HLE는 적극적으로 플레이메이킹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나마 룰러의 직스는 별다른 사고 없이 중반까지 잘 성장하고 있었지만 미드 라인 한복판에 제어와드를 미끼로 던져주는 HLE의 노림수에 한 번 넘어지고 생존기가 빠진 상태에서 연속 데스를 기록하며 HLE에게 완전히 턴이 넘어가버렸고, 제카의 사일러스는 장판파처럼 상대를 틀어막고 바이퍼의 스몰더가 프리딜을 넣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 4세트

초반 라인 스왑과 억지 다이브 설계로 인해 양측 탑이 완전히 망가졌지만 오른의 지속 효과로 걸작 아이템을 갖출 수 있고 빅토르를 보유하고 있는 HLE쪽의 후반 밸류가 우세했고 블리츠크랭크로 변수로 창출하려는 GEN과 이를 파이크로 받아치려는 HLE의 수싸움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튀어나온 딜라이트(유환중)의 파이크는 GEN과 HLE의 치열한 교전 구도에서 아주 간발의 차로 살아나가는 인원들을 정확하게 캐치해내며 팀적인 이득을 안겨줬고, 빠르게 그림자 검을 완성하면서 시야 압박을 강하게 주는 것은 물론 대열에서 튀어나오는 인원들을 바이퍼와의 세트플레이로 잘라내며 GEN을 조였다.
수세에 몰린 GEN은 30분경 판테온의 거대 유성까지 동원하여 바론을 두들기는 팀적인 움직임으로 응수했다. 어느정도 희생은 있었으나 몇몇 인원이 내셔 남작 버프를 보존하면서 GEN은 운영 측면에서 시간벌이에 성공했고 다음 바론을 두고 벌어진 격전에서 룰러가 깃부르미로 바론을 스틸하는 대형 사고가 벌어지면서 GEN이 돈의 힘으로 HLE를 눌러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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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드 5:5 대치전에서 내셔 남작 버프가 들어간 웨이브가 도착하기 전에 루시안과 오른의 궁극기로 먼저 교전을 열어 변수를 창출하려는 HLE였지만 GEN이 똑같은 수에 몇번이고 당해주지는 않았다.
듀로(주민규)의 블리츠크랭크가 궁극기를 소모한 오른을 납치하여 잘라낸 뒤 앞라인을 상실한 HLE의 본대는 쵸비의 카시오페가 점멸-궁극기로 3명을 석화시켜 초토화했고 그대로 추격전을 강행한 GEN은 바이퍼를 제외한 HLE를 모두 잘라내며 진격, 3:1 승리로 LCK 우승컵을 1년만에 탈환하는데 성공한다.
한편, 경기 종료 이후 파이널 MVP로는 팀의 주장이자 1세트와 4세트에서 2:1 구도를 뒤집고 바론을 스틸하는 크랙플레이를 보여준 룰러가 선정됐고 룰러는 무대 인터뷰에서 "동갑내기인 피넛 선수가 마지막 LCK여서 우승컵이 간절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 또한 우승컵이 간절하기에 양보할 수 없었다"는 감상을 남겼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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