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겨운 게임은 어차피 30분을 하나 30시간을 하나 지겹다’라고.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요즘, 단 30분이라도 게이머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게임조선이 나섰다. 장르 불문 게임 첫인상 확인 프로젝트, ‘30분해드리뷰’

 

게임조선이 여러분의 30분을 아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사이버펑크는 참 매력적인 세계관입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마천루와 화려한 네온사인, 몸을 기계로 만들 정도로 발전한 공학 기술과 극단적으로 나뉘는 인간의 가치,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미래 같으면서 또 한없이 먼 미래처럼 여겨지는 모순 덩어리가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사정없이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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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나본 '기원: 변이'는 이런 매력을 잘 살린 사이버펑크풍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기원: 변이는 모순으로 가득찬 사이버펑크 세계를 고전향 물씬 풍기는 도트로 표현하며 미래와 과거라는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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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는 광폭화 병에 걸린 여성 '앤 플로레스'가 되어 동생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고, 여러 인물과 만나 협력하거나 반목하며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게 됩니다. 게임은 주인공 앤을 조작해 이곳저곳을 탐사하는 어드벤처 파트와 벨트스크롤 형태의 액션 파트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비주얼입니다. 사이버펑크라고 하면 흔히 자동차와 기계화된 사람들, 그리고 살풍경한 빌딩 숲을 떠올리게 되는데 기원: 변이의 도시 모습은 그보다 좀 더 친숙한 무대에서 시작합니다. 마치 홍콩 느와르 영화에 나올법한 무대랄까요?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과 자기주장을 열심히 펼치는 화려한 간판은 마치 8~90년 대 동아시아 도시를 떠올리게 만들죠. 물론 그 속은 첨단 기술로 가득 들어차 사이버펑크 특유의 과학 문명 로망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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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여정에 따라 방문하게 되는 도시는 도트와 복셀로 그려집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래 배경인 사이버펑크와 과거 그래픽 기술인 도트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자아냅니다. 이 도트도 단순하고 투박한 2D에 입체감 있는 복셀 형태를 함께 사용해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어드벤처 파트에선 X축에 그치지 않고 Y축을 오가며 탐험하기 때문에 보는 것 이상으로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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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으로 가득 찬 이 공간은 NPC와 미니 게임, 그리고 서브 퀘스트로 가득합니다. 행인을 위협하는 갱들의 고함, 손님과 흥정하는 가게 주인의 목소리, 인간미 넘치는 기계의 목소리까지 공상으로 그린 사이버펑크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단순히 도시를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죠.

 

 

 

 

인상적인 비주얼과 달리 액션은 다소 평범했습니다. 특출난 부분은 없지만, 모난 부분도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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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는 가벼운 경량 검, 거대한 대검, 탄 제한이 있는 원거리 무기 3개로 적들과 싸웁니다. 평범한 적은 가벼운 검으로, 실드를 가진 거대 적에겐 대검으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재빠른 적에겐 원거리 무기로 대응하는 식이죠. 적들과 싸울 땐 고전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과 마찬가지로 X축 위에서 싸우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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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방식은 무기 강화와 캐릭터 강화 2가지가 있습니다. 무기는 무기 그 자체를 바꾸거나 능력치를 높여주는 칩을 무기에 착용하는 식으로 강화하며, 캐릭터는 전투로 얻은 성장 포인트를 스킬에 투자해 강화합니다. 게임 스타일을 바꾸는 쪽은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캐릭터 강화쪽입니다. 예를 들어 스킬을 배우면 대시 공격이나 차지 공격을 할 수 있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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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공격 방식과 정직한 적 패턴 덕분에 액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어렵지 않게 전투 파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벨트스크롤 액션이라 심심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군요. 좀 더 다양한 무기나 스킬 트리 같은 조미료를 더 쳤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30분해드리뷰의 기획 특성상 스토리에 대해 깊이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멋진 세계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주인공 앤이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남동생의 실종을 깨닫고 단서를 추적해나가며 사건을 파헤치는 초반부는 분명 흡입력이 넘치지만, 급격한 소재 드리프트가 게이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군요. 개인적으론 둘 다 맛있는 소재긴 하지만, 완성도 면에선 소재 하나에 더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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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에 가까운 벨트스크롤 액션과 다소 빈약한 스토리텔링을 멋진 비주얼과 매력적인 장르 가공으로 극복한 기원: 변이입니다.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분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작품이 되겠지만, 액션을 좋아하는 게이머나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이머는 다소 애매하게 다가오겠습니다. 강렬한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는 실력만큼은 분명하니 어서 멋진 후속작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