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개발은 옆에서 지켜보기에 참 재미있고 신기한 업(業)이다.
어릴 적 학년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고 환경이 바뀔 때마다 자기소개서에 툭하면 '취미'와 '특기'를 기입해 넣었던 것처럼, 자신의 관심사가 장래 희망이 되고, 직업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루트라고 한다면 사실 '게임' 쪽도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게임'은 유난히 그 사례가 매우 뚜렷하고, 또 적극적으로 작용한다.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다른 창조적 문화 콘텐츠와는 궤가 다르다. 게임은 영화나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과 달리 '게이머'가 직접 플레이어가 되어 자신의 뜻대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그 안에서의 자유도는 장르마다, 게임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게이머는 비교적 통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플레이가 전제된다. 때문에 원하는 곳에 도달했을 때 더 극적인 성취감이 작용한다.

(AI 이미지 생성)
여기에 더해 게이머는 그것이 글이든, 말이든, 영상이든 자기 자신이 직접 체득한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를 매우 즐거운 행위로 느끼게 되는데, 이 행위의 결과가 지극히 주관적임에도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그 행위를 필요로 하고, 어떤 결론이든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즉, 내 경험이 쌓이는 것만이 아니라 남들의 경험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그 게임을 이루는 또 다른 콘텐츠가 된다.
작년부터 인디 개발 혹은 소규모 팀을 만날 일이 많아 왜 게임 개발을 하는가? 내지는, 왜 게임 개발자가 됐는가? 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크리에이터의 꿈처럼, 자신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계'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자신들이 의도한 경험을 플레이어가 해주길 바라고, 가능하면 그것이 살아 움직여 자신의 상상 이상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길 원했다. 작은 프로젝트일수록 굉장히 구체적이고, 뚜렷하다. 개인의 기획이 미치는 비중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였다.
이는 또한, 자신이 재미있게 즐겼던 과거의 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다양한 회사, 다양한 장르, 다양한 게임의 개발자를 만나 감명 깊게 한 게임을 물어보면 대답의 갈래는 사실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우리가 명작이라 부를 만한 그 게임이거나, 그 언저리 어딘가다. 어른의 사정, 현실적인 사정으로 상황만 조금씩 다를 뿐.

어떤 개발자는 미소녀가 잔뜩 나오는 게임을 만들어서 즐겁다고 답했고.

그냥 어떤 캐릭터가 좋아서 팬메이드로 만들었다는 답변도 있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낄 수 있는 자유도와 또, 그 게임만의 서사가 주는 몰입감은 개발자가 구현한 상상의 세계가 꼭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그런 착각을 하게 해주며, 심지어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다른 플레이어들은 동료이자 하나의 공동체로 받아들여진다. 즉, 누군가 만들어낸 세계관이 게임 안팎을 넘어 결코 적지 않은 게이머들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로 묶어내는 신비한 힘을 갖게 된다는 것.
게임에서 경쟁이나 협력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 반대로 또 부담되게 느껴지는 이유도 게임이 가진 이런 힘에서 나온다. 그리고 게임이 이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게임 개발자가 자신이 게이머로써 다져온 과거 경험과 현재 경험을 남들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박하고, 이러한 설득력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고민의 결과물, 즉, 게임이 가진 설득의 힘은 곧 공감을 찾는 일이므로 너무나 쉽게 물든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게임 장르나 분위기, 진행 방식에서 우리는 익숙하다거나 낯익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식상하거나 베꼈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렇듯 우리보다 앞선 전문가, 혹은 실천력이 더 좋은 누군가의 상상력의 산물을 우리가 받아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가장 큰 이유가 누군가의 상상력으로의 몰입과 경험이라고 한다면 다음은 게임이 갖는 예술적 측면을 바라봐야겠다.
어느 개발자라도 남이 만든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뭔가 하나를 더 빼고 더해보거나, 기호를 바꿔보기도 하고, 문장을 역치하여 새롭게 구성하고자 한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더해보고, 혹은 이미 나와 있는 결과물을 이리저리 뗐다 붙여보기도 한다.
게임은 그래픽과 사운드, 스토리텔링이 결합해 플레이어를 내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게 하는 치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는 고도의 예술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 지휘자적 욕구가 크게 작용한다.
9명이 환불하고 떠나가도, 1명이 엔딩을 봤다면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을 잊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남은 9명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 혹은 또 다른 1명이 엔딩을 볼 때까지 이 작업은 계속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사된다. 이 부분은 주로 힘들지만 즐거운 일로 얘기된다.

(AI 이미지 생성)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가 대부분 재미, 혹은 휴식... 누군가는 소통과 경험에서 오는 충족감, 성취감일 수 있다. 어느 순간은 자신을 게임 속 일정한 공간에 자신을 두고, 그보다 떨어지지 않게 은근한 책임감과 닉네임만 아는 누군가와 경쟁의식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아예 게임을 숙제처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 모를 일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같다.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게임을 하는 목적이 재미라고 한다면, 개발하는 목적도 재미를 주고자 한다는 것. 지켜보자면 이는, 게이머와 게임 개발자의 경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서로 추구하는 바가 같기에 생기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최근 서브컬처 행사, 문화 콘텐츠 행사에 빠질 수 없는 분야에 '게임'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최근 몇 년 수회째 종합 행사를 운영 중인 어떤 곳의 담당자는 인디 게임 참가사를 일컬어 한 칸의 부스에서 가장 많은 소통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그러하다. 올해 참 많은 개발자들을 만나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왜 게임 개발자가 되었고, 무슨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 여기 아직도 상상하기 좋아하고, 재밌길 바라는 게임 친구를 소개할 기회가 많다. 또 다른 누군가를 게이머로, 개발자로 이끌지도 모르는 작품들과 함께.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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