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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K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 토쿠오카 마사토시, 책을 읽고 '도달한' 느낌을 게임에 담다

작성일 : 2025.09.05

 

 
CLEK는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 출시에 앞서 개발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는 동방 프로젝트 공인 2차 창작 RPG로 유명 캐릭터 레이무가 책 속의 세계를 모험하는 TRPG 스타일을 선보인다. 게이머는 홍마관 캐릭터들의 도움을 받아 레이무가 마리사를 찾을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 
 
인터뷰에는 디렉터 토쿠오카 마사토시가 참여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의 디렉터 토쿠오카 마사토시
 
Q. 자기소개 부탁한다.
 
토쿠오카: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의 디렉터 토쿠오카 마사토시다. 25년 동안 저널리스트였고, 지스타에 가본 적도 있었는데 오늘은 기자 쪽이 아닌 개발자 쪽에 앉아 인터뷰하게 되어 긴장하고 있다.
 
Q. 주인공으로 '키리사메 마리사'를 선택하고, '허풍쟁이 산'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토쿠오카 디렉터가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통해 그리고자 한 '마리사'의 모습과 이야기의 핵심 테마는 무엇인지 듣고 싶다.
 
토쿠오카: UnknownX와 함께 RPG를 만들며 아날로그 게임이면서 음악을 조합하는 것을 신경 썼다. 동방과 음악이 대단히 훌륭한 조합이란 건 다 아실 것이다. 제 경험상 아날로그와 음악도 좋은 조합이었다. '동방, 아날로그, 음악을 잘 섞을 수 있지 않을까?'가 콘셉트 상의 도전이다. 물론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잘 알려진 레이무와 마리사를 택했다. 물론 개발팀에 마리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유였다. 제목에 대해 많이 논의했는데 이 게임을 했을 때 소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을 읽었을 때처럼 기상천외한 느낌을 드리고 싶었다.
 
스토리 테마에 대한 대답은 회피하고 싶다. 현대 게임은 게임 스토리는 개발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분들이 체험한 것이 스토리 테마다. 겉에서 보면 쥬브나일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스테이지에서 마리사가 보스로 등장하는데 청소년기의 방황 같은 느낌이다. 사춘기가 과거가 된 분도 계시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면서 플레이해 주시길 바란다.
 
이야기의 테이스트는 저 나름대로 주관을 가지고 작업했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읽었던 고전, 판타지, SF를 고려해 셰익스피어, 필립 K. 딕, 잭 피니, 레이 브래드버리, 앤 맥카프리, 마이클 무어콕, 머빈 피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데이비드 린지 유명 작가가 만든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 체험판을 해본 분 중에 도서관이 육각형이 아닐까 생각하신 분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작품을 떠올리셨을 것이다. 어렸을 땐 책을 완독했을 때 '다 읽었다'기 보다 '도달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도달했을 때 풍경을 작품으로 나타내고 싶다는 게 제 주관이다.
 
Q. 제목이나 게임 플레이에서 불꽃 산의 마법사(火吹山の魔法使い)가 떠오르는데 이 장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토쿠오카: PC 버전을 플레이했을 때 정말 재밌다고 느꼈다. 저도 아날로그 게임, 게임북을 많이 했는데 기억에 있던 경험과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게임북이 가진 가능성을 조금 더 살리고 싶었던 것이 계기였다. 여기에서만 하는 얘기지만, 저널리스트로 이력이 경력이 더 긴 제가 프로듀서인 이유는 40년 동안 아날로그 게임을 플레이했고, 30년 동안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 게임도 10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만들거나 세가 모바일 게임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했다.
 
Q. 토쿠오카 디렉터의 저서를 읽어보면 무작위성을 '심리적 시뮬레이션'의 도구로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나 주사위 게임은 자칫하면 '운이 나쁘면 지는' 불합리한 경험을 줄 수 있다. 순수한 운의 요소를 어떻게 전략적 선택의 영역으로 가져왔고, 개발 과정에서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무엇일까?
 
토쿠오카: 집단 심리는 무작위로 설정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행동은 무언가 안되었을 때 책상을 치고 싶어나 한다. 작품에선 랜덤이 들어가는 위치를 신중히 결정했다. 문장을 읽고 판단할 땐 간단하게, 판단이 좋지 않으면 게임이 어려워진다. 나쁜 결과일 경우엔 HP로 상쇄하게 된다. 이 게임에서 HP는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전략이 있겠지만, 운이 나빠서 보험을 드는 느낌으로 투자하는 것도 전략이고, 운이 좋으면 극대화하는 것도 전략이다. 노력치의 일부는 '어떻게 성장시키냐'의 밸런스도 전략으로 활용해 주시길 바란다. 제가 존경하는 아날로그 플레이어는 가장 나쁜 것이 나오는 것을 상정하고 플레이하신다. 그분이 게임을 하면 혼낼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게임은 가장 나쁜 눈금만 나오면 클리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Q. TRPG 스타일과 게임북이 융합된 듯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게임북은 80년대 초, TRPG는 90년대 초, 오래되긴 했으나 한국에서도 제법 유행한 적이 있는데 두 소재를 이번 작품의 장르에 채용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토쿠오카: 다양한 이유가 있다. 트위치의 정보 유출로 D&D 수익이 높은 것을 깨달았다. 발더스 게이트 3가 흥행한 것도 이유다. 마케팅적으로 TRPG는 마이너지만 완전히 아니라고는 하긴 어렵다. 게임북과 로그라이크는 연관성이 있다. 많은 게이머가 로그라이크를 즐기시고 있으니 게임북을 즐기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학에서 컴퓨터 게임의 역사를 강의하고 있는데 그 얘기를 하면 90 정도 걸리니 생략하겠다.
 
Q. 전작인 ‘동방 탄막 카구라 판타지아 로스트’(東方ダンマクカグラ ファンタジア・ロスト)에서 보여준 탄막, 리듬, 액션이라는 소재와 달리, 확률과 선택이 중심이 되는 RPG로 장르 전환을 감행했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이 기계적인 정밀성과 플레이어의 실행력, 반응성을 요구하는 것에 반해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는 정반대로 주사위와 확률이라는 무작위성에 의한 전략과 위험평가, 의사결정을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차기작에서 장르와 게임성의 완전한 전환을 가져오면서 개발팀이 새롭게 단련해야 했던 '디자인 근육'은 무엇이었으며, 창작자로서 마주했던 가장 큰 '딜레마'는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다.
 
토쿠오카: 이 작품의 개발은 어려웠으리라 눈치채셨을 것이다. 개발자가 아날로그 게임을 좋아해서 오히려 독이 되었다. GDC에서도 말했고 게임 개발자 교육에서도 말하는 문제지만 아날로그 게이머와 디지털 게이머의 간극이 무엇인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GDC에선 재밌는 아날로그 게임을 모아도 재미있는 디지털 게임이 되는 건 25%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 간극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었다.
 
Q. 동방 프로젝트'하면 환상적인 BGM과 매력적인 아트워크를 빼놓을 수 없다. 원작의 BGM 어레인지나 비주얼 콘셉트 등, '동방다움'을 시청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토쿠오카: 아트의 경우 일본 동방 2차 창작에서 유명한 분들께 부탁드렸다. 안심하고 동방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은 이번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다. 동방 어레인지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에서 음악과 스토리를 높은 수준으로 다루는 RD-SOUND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프로토 타입 조자 없었을 때부터 도움을 받아서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 조언을 받았다. 각 스테이지의 음악은 동방 어레인지인데 RD-SOUND의 의견을 받았다. 덧붙여 DLC로 RD-SOUND의 스테이지별 추천 곡이 있는데 적용하면 분위기가 바뀌니 꼭 해보시길 바란다.
 
Q. ‘동방 프로젝트’의 경우 제시된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면 상업적 이용을 공인받을 수 있다. 이번 작품과 UnknownX 명의로 나온 ‘동방 탄막 카구라도 있고, AQUA STYLE와 Frontier Aja 같은 서클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런 작품을 만들 때 원작자 ZUN 씨와 어떤 검수 과정을 거치는, 혹은 평소 교류하며 지내는지 항상 궁금했다.
 
토쿠오카: 당연히 ZUN 씨의 체크가 필요하다. 교류라고 하면 크리에이터에 따라 다른데 인디 라이브 엑스포에서 아기를 나눈 적 있다. 탄막 축제에서도 만났지만, 다 말씀드릴 수 없으니 생략하겠다. 한 가지 말씀드리면 ZUN 님의 컵엔 물이 들어있다(웃음).
 
Q. 2024년 말에 플레이 가능한 체험판이 배포 이후 정식 발매까지 반 년 이상 간격이 있다. 단순히 후반 챕터의 작업이나 포스트 프로덕션을 위한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체험판에서 받은 피드백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토쿠오카: 양쪽이다. 피드백 감사드린다.

Q. 게임 마스터의 음성으로 실제 아나운서인 마츠자와 네키씨가 참여한다. 현직 아나운서가 게임 음성을 녹음하는 건 한국에선 드문 경우다. 왜 그녀를 섭외하기로 했는지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토쿠오카: 현역 아나운서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 틀렸다. 코어 게이머가 아나운서를 하고 있다. 여신전생의 찐팬인데 개발자 중에도 여신전생 팬인 분들도 질릴 정도다. 녹음 기간 동안 여신전생 신작이 나왔는데 아침부터 새벽까지 플레이하며 방송하셔서 녹음 괜찮을까 걱정하면서 봤다. 가장 고민은 스태프 롤이었다. 알파벳으로 쓸 때 어떻게 할까 생각했는데 이건 스태프 롤을 확인 바란다.
 
Q. 장르가 장르다 보니 GM에게 질문하는 느낌이다. 레벨 디자인으로 꽤 머리가 아팠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 궁금하다. 개발 과정에서 고생한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토쿠오카: 레벨 디자인에 고생했다. 감으로 한 부분도 있었다. 최선이냐고 물어본다면 단언하기 어렵다. 초대 젤다의 전설이나 닌텐도 클래식의 마리오를 플레이하면서 다시 배웠다. 레벨 디자인 논문도 있는데 그것도 참고했다. 힘들었던 것은 역시 아날로그 게임과 디지털 게임의 간극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Q. 동방 프로젝트의 방대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게임에 담아내면서, 원작 팬과 신규 유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궁금하다. 차별화 방안 같은 것은?
 
토쿠오카: 동방은 너무 방대해서 전부 넣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동방을 몰라도 알만한 마리사와 레이무 등 유니크한 캐릭터를 게임에 배치했다. 다만 홍마관 4명을 선택할 때 많이 논의했다. RD-SOUND에서도 대단히 긴 리스트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Q. 홍마관 식구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특히 작은 아가씨가 함께 있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운명, 마법, 시간은 이해가 되는데 히키코모리 파괴 아가씨가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토쿠오카: 파츄리가 이상한 책을 발견해서 홍마관 식구가 노는 게임이다. 홍마관 식구는 말 그대로 게임 플레이어다. 거기에서 플랑은 TRPG를 하시는 분이라면 경험하셨을 수도 있지만 천진난만하게 파괴를 하는 플레이어다. 예를 들어 던전이 있다면 주변에 강이 있나 물어보는 식의 플레이어다.
 
Q. 멀티 엔딩이 아니라고 밝혔는데, '또 다른 모험'이란 새로운 스토리나 DLC를 말하는 것인가? 정식 출시 이후 추가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토쿠오카: 또 다른 모험은 2회차다. 2회차를 해야 즐길 수 있는 구성이다. 2회차에선 플레이어가 달라진다. 굉장히 강한 적이 있어서 3회차 정도에 쓰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가 업데이트는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
 
Q. 다른 플랫폼 출시 계획은?
 
토쿠오카: 그 부분은 답변하기 어렵다.
 
Q. 마지막으로 게이머 분들께 한 마디 부탁한다.
 
토쿠오카: 이번 게임은 굉장히 기묘한 게임이다. 다만 기묘함을 포함해 즐겨주시길 바란다. 나중에 알게 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게임보다 모르는 점이 남은 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애매한 부분도 즐겨주시길 바란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there is always anotherway', '이러면 안 된다'보다 '이런 것도 있다'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업무 관계상 다양한 인디 게임을 접하고 있지만,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인디 게임이 제작되는 곳은 바로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2015년 무렵부터 종종 폴란드의 게임 업계를 취재했는데, 당시에 느꼈던 열기를 지금의 한국 인디 게임 업계에서 느낀다.
 
그런 뛰어난 인디 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기시는 한국 게이머 분들에게, 이 작품이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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