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 게임을 처음 접하기 전에는 "요즘 오픈월드가 다 똑같지." 마음이 더 컸고, 그 한 편으로는 "그래도 무협 오픈월드는 좀 다른가?"란 생각 정도였다.
그동안 많은 오픈월드 게임을 하면서 무협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은 없었던 것이 사실. 지금 시점에 오픈월드 RPG라 하면 한 편의 판타지 애니메이션 같은 서브컬처풍이었거나, 화려한 건슈팅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SF였기도 했고, 굉장히 사실적인 액션을 담아내고자 한 중세풍 타이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찰나 잠시 시야 밖에 있던 '무협풍 오픈월드' 타이틀이 최종 테스트 빌드를 가동했다. '넷이즈'와 산하의 '에버스톤 스튜디오'가 선보이는 무협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RPG '연운'이다. 국내에는 초기 '연운십육성'으로 알려졌었으나 아무래도 한자어는 두 글자가 딱 멋있다.

'연운'의 첫인상과 끝인상은 표현하자면 구글 번역기 하나 들고 무협 세계관에 떨어진 느낌이다.
번역이라든지 전체적인 마감 퀄리티가 눈에 거슬릴 수 있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넘어서는 매력적인 월드가 모든 아쉬움을 상쇄한다. 특히, 플레이어가 무협 세계관에 일가견이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리라.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이곳저곳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고, 경공술로 괜히 나무 위로 뛰어올라가 본다거나, 낯선 거지의 행동에서 무공의 절초를 깨우치기도 있고, 절벽에 있는 동굴에서 의외의 기연을 만나기도 한다.

마을 사당의 비밀 통로에서 의외의 비급을 발견하기도 하고,
시스템적인 부분으로만 치면 오픈월드 게임에서 분명 흔하디흔한 것들일진대 '무협풍 오픈 월드'라는 매력 하나만으로 우리가 소설로 상상해 봤던 수많은 일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흔히, 서브컬처풍 오픈월드의 연출을 표현할 때에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고 자주 얘기하는데, '연운'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팍팍 준다.

기마 궁술도 다 해본 건데 왜 멋있죠? 왜 재밌죠?
우리가 고대 중국을 떠올렸을 때 딱 들어오는 하이 퀄리티의 캐릭터 모델링을 제공한다는 점도 장점. "이래서 선녀 같다-"라는 말이 있는 거구나- 이해가 될 정도로 보는 순간, 예쁘고, 멋있고,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뽀샤시한 캐릭터와 보란 듯이 다양한 의상으로 밀어붙이는 꾸밈 요소는 굉장히 큰 장점이면서 지갑털이범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5살짜리 조카가 "우와! 예쁘다!"고 했으니 정말 예쁜 것.
무협 마니아들은 시대를 중요하게 여긴다. 명나라 설립 전이나 이후냐에 따라서 소위 '무림'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
'연운'은 '오대십국'과 이후 들어서는 통일 왕조 '송나라' 초기를 배경으로 한다.
일단 타이틀의 멋쟁이 삼촌 '강염'과 각 문파가 융성했던 시기는 '오대십국' 시기이며, 주인공이 어릴 적 과거가 송나라 초기 건륭 3년으로 나오고 그 이후 완숙하게 다 자라서 강호초출의 입장이 됐을 때는 최소한 10년은 더 흘렀을 시기, 즉, 태조 말에서 태종 초라고 볼 수 있겠다.

초반에는 까불다가 여기저기 맞고 다니는 주인공
이때 중원은 '요나라'와 '금나라'에 완전히 눌려 지냈던 최약체 시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때 '연운 16주'의 실효 지배를 북방 이민족이 하고 있을 시기인 만큼 타이틀 '연운' 또는 '연운십육성'이 관련이 있는 얘기인지는 사실 그 정도로 진행하지는 않았기에 불명.
어쨌든 이러한 시대적 배경 탓에 우리가 흔히 아는 소림사나 무당파 같은 구파일방은 등장하지 않으며, 각 문파의 독문 무공 역시 태가 많이 다르다. (그래도 합마공은 나오던데)
다만, '연운'이 선보이는 독자적인 세계관 역시 충분히 충실하다. 청천문과 광란문 등 당대의 문파들 외에도 잔존 세력들과 온갖 사파 무리들, 종교 주술 집단과 정치적 반란 세력까지, 이것을 오픈월드 특성상 상당 규모의 메인 퀘스트 라인과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퀘스트 형태로 주어지는 각종 임무들을 통해 주인공이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의 확장성이 곧 강호에 처음 나온 한 명의 무사처럼 조금씩 그 형태를 넓혀 나가게 된다.

다양한 무기술과 문파 무공을 만나볼 수 있다.
액션의 형태는 초식 공방의 합과 기믹 파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통 액션을 표방한다. 막기와 회피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공방을 주고 받아야 하며, 상대의 핵심 스킬을 파훼해서 그로기 상태로 만들고, 이때 강력한 공격을 몰아 넣는 식으로 제압형 플레이를 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특히, '받아치기'는 버튼 하나로 반격까지 해주는 아주 고마운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조차도 어려울 수 있는 액션 초보를 위해 자동 받아치기 기능을 제공하므로 꽤나 멋진 합을 나눠볼 수 있다.

받아치기로 쉽고 재밌어진 공방 액션
꽤나 날렵하고, 화려한 무공 표현 덕분에 뭔지 몰라도 챙강챙강 초식을 겨루는 무협 특유의 액션을 살린 것.
'연운'의 희한한 점은 국내 게이머들이 즐기기에 아직 번역의 불친절함이나 최적화 등의 이슈로 게임의 완성도적인 면만 생각했을 때 아직 갈고 닦아야 할 부분이 많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게임의 매력'으로 커버해낸다는 점이다.
굳이 따지면 이들이 만들어낸 세계를 마음껏 누벼보고 싶은 마음에 '기꺼이 응원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있는지도 몰랐던 무협 뽕이 차오르기에 충분했다.
이제까지 우리가 즐겨왔던 무협 MMORPG가 일반적인 MMORPG의 구성에 무협 스킨을 씌운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면 '연운'은 그야말로 살아숨쉬는 진짜 '무협'의 세계를 직접 만들어내어 그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연운' 이후로 이제 '정통 무협'이란 말은 조금 자제해서 써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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