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과 이스포츠 월드컵(EWC)이라는 긴 국제전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티원'을 기다리는 것은 다름아닌 늘 가장 높은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던 최고의 라이벌 '젠지 이스포츠'였다.
25일,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인천 중구 영종도에 위치한 다목적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홈팀 '티원(T1)'과 어웨이팀 '젠지 이스포츠(GEN)'가 대결을 펼치는 원정경기 'LCK 로드쇼 2025 T1 홈그라운드'를 준비했다.
두 팀은 최근에도 MSI 결승에서 만나거나 EWC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기록하는 등 LCK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팀이라는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단순 상대 전적은 GEN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최근 치러진 대부분의 경기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풀세트 접전으로 치르는 빈도수가 높아 홈경기라는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T1이 GEN을 상대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주된 관전포인트라 볼 수 있다.
■ 1세트

극단적으로 선공권에 힘을 준 조합을 가져온 T1이 극초반부터 쵸비(정지훈)의 오리아나에게 연속데스를 안겨주고 도란(최현준)과 페이커(이상혁)가 맵을 넓게 사용하며 속도전으로 GEN을 쥐고 흔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T1이 킬스코어를 앞서는 것과는 별개로 어느정도 성장을 포기하며 로밍 위주의 게임을 운영하다 보니 생각 외로 격차가 크지는 않았고 쵸비도 대놓고 자신을 노리는 수를 의식하며 생존 아이템을 두르기 시작하며 15분 즈음에 이르러서는 스노우볼이 멈춰버렸다.

전환점이 된 것은 기인(김기인)의 크랙플레이였다. 그웬으로 사이드를 압박하던 페이커의 애니를 솔로킬내버리면서 럼블도 애니도 사이드를 단독으로 맡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져버렸고, 그렇다고 날개를 펼치지 못하면 먼저 라인을 밀어넣고 상대의 본대를 덮치는 조합 콘셉트와 그에 부합하는 운영적인 이득을 볼 수 없기에 억지로 그웬을 일단 끊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면역 상태로 선진입한 그웬에게 어그로가 쏠린 사이에 오리아나의 충격파를 시작으로 운명의 소용돌이, 회전격이 연달아 들어가는 웜보 콤보가 작렬하면서 클린 에이스가 나버렸고 승기를 잡은 GEN이 30분만에 넥서스를 파괴하며 선취점을 획득한다.

■ 2세트

GEN이 본인들의 주력픽을 대부분 가져가긴 했으나 조합 콘셉트 상으로는 교전 사거리가 월등히 길고 전반적으로 화력의 고점이 높은 T1쪽에게 유리한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 경기도 그렇게 흘러갔다.
1세트와는 반대로 GEN이 도란을 상대로 여러분 다이브 압박을 주고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T1이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세번째 다이브 노림수를 제대로 응징하면서 제대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고 오너(문현준)의 세주아니가 대각선에 타워를 끼고 있던 기인의 크산테를 밀어내며 이득을 극대화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실상 GEN의 화력을 혼자 떠안고 있었던 룰러(박재혁)의 루시안이 사망하며 성장이 정체된 탓에 GEN은 만성적인 화력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고 T1의 포킹 압박을 참지 못하고 먼저 싸움을 걸면 터지는 구도가 반복됐다.
그나마 잘 성장했던 쵸비가 운명-관문을 타고 날아가서 T1 본대의 뒤를 잡아 변수를 창출하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충분하지 못한 화력 지원 때문에 본인만 폭사하는 최악의 교전 구도까지 이어졌고, 그대로 바론 버프를 두른 T1이 게임을 끝내며 승부를 동률로 만든다.

■ 3세트

T1이 밴픽 단계에서 아펠리오스와 쓰레쉬라는 히든 카드를 꺼냈고 MSI에서도 T1에게 일격을 먹인 도란의 그라가스까지 모두 동원하는 총공세를 펼쳤다.
오랜만에 등장한 구마유시(이민형)의 아펠리오스는 케리아(류민석)의 쓰레쉬와 함께 라인전 단계부터 GEN을 거세게 압박했고, 스왑을 건 상태에서 오너를 동원한 다이브를 성공하는 동시에 반월검-절단검 조합을 갖추면서 매우 이른 시간대에 포탑을 철거쇼를 시작하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스노우볼을 굴리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도란이 영리하게 배치기와 술통폭발을 양각으로 배분하여 몰래 숨어서 다이브를 받아주려던 기인의 순간이동을 끊어 소환사 주문과 궁극기를 모두 낭비시키는 대박을 터뜨렸고, 초반 라인 클리어 속도가 매우 느린 세나의 약점을 파고들어 다시 바텀으로 돌아온 구마유시가 상대를 밀어내고 타워를 갈아버려 단독 라인에서만 1코어 수준의 골드 격차를 벌렸다.
T1의 철거쇼로 인해 후반 밸류를 바라보고 성장에 매진해야 하는 픽인 빅토르와 세나는 갈 곳을 잃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상대를 토스하여 점사하는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는 도란의 그라가스로 인해 GEN은 타워를 끼고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결국 21:5의 킬스코어에 1만 골드를 앞선 T1이 27분만에 GEN을 고꾸라뜨리며 홈그라운드에서 값진 매치승을 거둔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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