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극적인 공포 게임, 그게 진짜 재미일까?"
NDC 2025 '공포 게임의 진짜 재미를 찾아서' 세션에서 등장한 화두다. 해당 세션에서는 넥슨코리아의 강동섭 UX분석가와 김윤경 모델러가 뇌과학적 연구와 게임 개발을 결합하면서 공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특성을 살펴보고, 재미있으면서도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 고려해야할 요소를 소개했다.
게임 개발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성과 사실성이 부각된 공포 게임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공포 게임이 처음으로 등장했던 1970년대에는 탑뷰 점프 스케어 형태였으나, 2000년대부터는 1인칭의 액션 호러로 거듭났다. 이후 2010년대에는 심리적 압박에서 오는 공포를 다루는 게임이 트렌드가 되었으며,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실감 넘치는 공포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적인 그래픽을 통해 묘사되는 공포는 자극성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최근 공포 게임은 더욱 무섭게, 그리고 더욱 자극적으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섭 분석가는 '크라이 오브 피어(Cry of Fear)'라는 공포 게임을 예시로 들면서 이해를 도왔다.
크라이 오브 피어와 관련한 2023년 연구 논문이 있는데, 공포 게임이 유발하는 긍정적 불편감을 넘어 트라우마로 발전하는 사례를 다루고 있다. 크라이 오브 피어는 고립된 환경에서 구체적인 자해 및 살인 묘사가 반영된 작품으로, 공포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가 해당 작품을 15시간 동안 플레이한 결과, 플레이어에게 장기 불안과 플래시백을 유발하고 트라우마까지 남게 만들었다.
즉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플레이했던 공포 게임이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최악의 결과를 제공한 것이다.
그는 공포 게임이'게임의 끝경험이 공포가 아닌, 몰입으로 기억되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포 게임이 진짜 재미를 추구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진짜 재미있는 공포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는 '유저에 대한 이해'다. 공포 게임을 개발하는 제작자는 유저에게 공포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의도적으로 유발시키는 사람이기에 크라이 오브 피어가 트라우마를 남기게 된 사례와 같이 공포 게임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 아울러 공포가 어떻게, 그리고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강동섭 분석가의 설명이다.
따라서 인간이 공포 자극을 받았을 때 뇌가 어떻게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지 심리학적, 의학적 접근이 어느 정도 필요하며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공포 자극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활성화되는 것은 뇌의 '편도체'다. 편도체는 경보 시스템의 개념이며, 다음으로 혐오스러운 이미지나 냄새를 맡았을 때 '섬엽'이 자극되면서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전두엽'은 편도체의 과도한 반응을 통제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공포 감각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마지막으로 '측좌핵'은 성취감과 관련된 기관으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전두엽 기능이 떨어질 경우 공포 감각 조절이 되지 않으면서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유형도 소개했다. 공포 체험 자체를 즐기는 '아드레날린 중독자형', 공포 체험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극복의지가 있고 성장하려는 '화이트 너클형', 그리고 현실 스트레스나 불안을 공포 콘텐츠로 해소하는 '다크 코퍼형'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위와 같은 요소를 잘 이해하고 고려한다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포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즐거운 공포 게임을 만들 때의 핵심은 적절한 공포 수준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천체 물리학의 골디락스 영역이라는 개념을 예로 들면서 공포 게임 역시 골디락스 영역에 위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골디락스 영역이란 항성 주위에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에 있는 영역을 의미한다.
공포 게임도 적절한 심리적 피로감과 몰입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포 게임의 골디락스 영역은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게임 난이도와 공포 감각에 대한 유저마다의 역치, 그리고 협동 플레이 등을 꼽았다.
아울러 공포 리듬 설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심리적 스트레스 완화 구간을 제공하면서 긴장감과 완화의 리듬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장 상태가 지속될 경우 피로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잃게 되며, 공포의 강도가 높으면 심리적 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전두엽이 필요 이상으로 자극되면 최종적으로 이탈 욕구가 발생한다.

따라서 유저가 긴장감을 조절하고 완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캐릭터 회복 시간 및 퍼즐 플레이, NPC 대화 등 여유 구간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포와 이완 구간을 반복해 배치하면서 사이클을 만들면 불편하지 않은 공포 게임을 제작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공포 게임 제작 시에는 유저의 숙련 정도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하는데, 공포 숙련자의 경우 1인칭 시점에 정적인 사운드로 UX를 구현하고, 비숙련자는 3인칭 시점에 익숙한 소리의 변형으로 긴장을 구축한다. 아울러 인터랙션 요소로는 QTE와 통제권 박탈, 스토리 공백 등을 활용한다.

강동섭 UX분석가는 사실적 묘사를 통한 시청각적 충격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도 짚고 넘어갔다. 시청각적 충격은 사후 처리가 힘들며, 너무 리얼할 경우 장기 기억으로 남게 된다. 즉 뇌의 해마를 자극하면서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기도 한다.
김윤경 캐릭터 모델러는 캐릭터 모델링을 통해 유저에게 위압감과 공포감을 줄 수 있는 공포 크리처 제작 및 연출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위압감과 공포감을 주는 크리처를 제작할 때 활용되는 네 가지 기법으로는 '인체 왜곡'과 '내러티브를 담은 형체', '섹슈얼리티 공포', '여운을 남기는 연출'이 있다. 매력적인 크리처를 개발할 때는 5개의 스텝을 거친다. 공포 세계관 및 소재를 선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컨셉 아트를 시각화하는 단계를 거친다. 다음으로 모델러가 아트풍에 맞는 모델링 작업을 하게 되며 애니메이션 및 연출을 통해 인게임 애셋으로 구현 및 적용하는 플로우를 거친다.


이때 캐릭터 모델러는 아트풍에 맞는 모델링과 애니메이션 및 연출 구간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공포 크리처 제작 시에 중점을 둬야하는 사안으로는 유저가 공포를 느끼는 요소와 크리처의 강조 부분, 그리고 잔혹함과 고어함의 구분 방법 등이 있다.
강동섭 UX분석가가 강조한 트라우마를 유발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조명은 주광색의 5000~6500K 수준, 신췌 훼손은 신체 절단 및 내장 노출 등의 과현 혐오가 배제된 적절한 수준의 훼손, 피의 표현은 신체 면적의 약 4~50% 수준의 제작 가이드를 제시했다.

끝으로 김윤경 모델러는 "얼마나 무서운 게임을 만들었는가에서 그치지 않고, 그 무서움이 유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는가까지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라고 조언하면서, "가능하면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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