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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츄라이] 드래곤즈 도그마 2, 판타지 로망과 불편함 사이 그 어딘가

작성일 : 2024.11.26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릴 정도로 재밌는 게임도 많지만 괜히 돈만 버린 듯한 아쉬운 게임도 많죠. 어떤 게임이 재밌는 게임이고 어떤 게임이 아쉬운 게임인지 직접 해보기엔 시간도 돈도 부족합니다.
 
주말에 혼자 심심할 때, 친구들과 할 게임을 찾지 못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고 싶었을 때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게임조선이 해결해 드립니다! 게이머 취향에 맞춘 게임 추천 기획 '겜츄라이'!
 
[편집자 주]

이런 분께 추천!: 리얼한 판타지 세계를 즐기고 싶은 모험가
이런 분께 비추!: 리얼해도 적당히 리얼해야지 난 게임에서까지 걸어 다니고 싶지 않아!

​추천할까 말까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한 게임. 캡콤의 오픈월드 ARPG '드래곤즈 도그마 2'입니다.

​전작 드래곤즈 도그마는 판타지 세계를 모험하는 듯한 오픈월드 구성과 사실적인 전투 시스템, 그리고 나만의 동료 NPC인 '폰' 등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팬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전작 이후 약 12년 만에 출시된 후속작으로 전작을 충실히 계승했습니다. 네, 너무나도 충실하게 계승했죠.

​이 게임의 특징은 앞서 말한대로 실제 판타지 세계를 모험하는 듯한 경험입니다. 돌발 이벤트가 기다리는 필드, 몬스터를 잡거나 미는 등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투, 생동감 넘치는 NPC들은 내가 드래곤즈 도그마 세계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인생이 다 그런 것처럼 이 여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죠.

핵심 시스템을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먼저 이 게임의 상징 같은 시스템인 '폰'입니다. 폰은 주인공과 함께 모험하는 NPC 동료로 최대 3명까지, 다시 말해 주인공을 포함한 4인 파티의 구성원입니다. 판타지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익숙한 구성이죠?

​게이머가 직접 만드는 메인 폰 외 2명의 폰은 다른 게이머가 만든 폰을 고용하는 방식입니다. 설정상 사람이 아니며 주인공인 각성자를 섬기는 존재며, 세계를 넘나들며 각성자에게 도움을 줍니다. 간접 멀티플레이 방식을 게임 내 설정으로 풀어낸 것이죠.

​다른 게이머의 폰을 고용하면 그 폰을 만든 게이머가 공략한 퀘스트와 같은 퀘스트를 수행할 때 공략에 도움이 되는 힌트를 주거나 이미 세팅된 장비와 스킬로 전투에 참여합니다. 또 여행할 때 폰끼리 주변 풍경을 보며 감탄하거나 그동안 겪은 일들을 회상하는 등 마치 살아있는 게이머같이 유쾌하고 든든한 동료가 되어줍니다. 여러 폰하고 노닥거리며 여행하는 것은 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생생한 전투죠.

​사실 드래곤즈 도그마 2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많지 않습니다. 고블린과 늑대는 정말 지겹게 볼 것이고, 메인 스토리만 후다닥 진행하면 일부 보스는 구경조차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맨날 보는 얼굴들만 계속 만나는데도 이 게임은 전투가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히고, 또 호평받습니다. 게이머가 단체로 홀려버린 걸까요?

​홀렸다면 홀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손맛에 말이죠. 몬스터 가짓수는 적지만, 매 전투가 새롭습니다. 다채로운 전투 상호작용 덕분에 게이머는 고블린을 냅다 들고 적들에게 던져 와장창 무너뜨릴 수 있고, 거인의 등에 올라타 눈알을 찌르거나 다리를 밀어 넘어뜨릴 수도 있죠. 특히 폰과 함께라면 같이 마법을 영창해 운석을 떨어뜨리고, 방패로 발판을 만들어주면 그 위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내려치는 등 연계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역시 몬스터 헌터로 다져진 액션 명가다운 전투입니다.

퀘스트는 게이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게이머는 드래곤에게 심장을 빼앗긴 각성자로서 드래곤을 쓰러뜨려야 하는 운명에 놓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나라인 베르문트와 수인들의 나라 바탈을 오가며 각성자로서 능력을 입증하고 세계의 위기에 맞서게 되죠. 메인 스토리의 큰 줄기는 꽤 흥미롭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게이머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나마 초반엔 정치와 종족 갈등 등 흥미를 끌만한 내용이 나오다가 후반부엔 '세계가 위기에 처했는데 아무렴 어때!'라는 식으로 진행되어 급전개를 따라가기에 급급하게 되죠. 일부 서브 퀘스트를 메인 퀘스트에 더해 내용을 좀 더 보충하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서브 퀘스트의 경우 게이머가 직접 퀘스트의 단서를 찾아내야 하는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캐릭터를 찾는 퀘스트를 받았다면 그 캐릭터가 어디에 있는지 주변 NPC들에게 물어보고, 조사를 통해 떨어진 물건을 입수하는 식으로 실종 장소를 직접 찾아야 하죠. 굉장히 귀찮게 느껴지는 방식이지만, 게이머의 선택이나 행동에 따라 변하는 결과나 소소한 상호작용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겐 몰입감을 높여줄 방식이 될 것입니다.

생생한 전투와 몰입감을 높여주는 퀘스트 방식은 장점으로 봐줄 수 있지만, 이 게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리얼함'을 추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게이머에게 지적받는 부분이 바로 이동이죠.

드래곤즈 도그마 시리즈는 오픈월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이동 수단이 거의 없습니다. 드래곤즈 도그마 2에 이르러선 정해진 시간마다 다니는 우차나 일부 지역만 이용할 수 있는 순간 이동 정도가 끝이죠. 나머진 게이머가 직접 걸어 다녀야 합니다.

문제는 이 세계가 꽤 넓다는 것입니다. 등장하는 마을이나 거점 수는 적지만 그 사이를 메우는 들과 언덕, 그리고 황무지는 굉장히 넓습니다. 직접 모험을 하며 여러 추억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모험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 게이머는 피로를 느끼게 되죠. 심지어 우차를 이용할 때도 일정 확률로 적들에게 습격을 받아 우차가 고장 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게 되면 게임이고 뭐고 그냥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러버리고 말죠.

리얼한 세계를 만드는 것까진 좋은데 너무 리얼하면 게임할 의욕까지 떨어지고 지치게 됩니다. 게이머는 리얼한 '판타지' 게임을 하고 싶을 텐데 너무 '리얼'에만 매몰된 느낌이랄까요? 판타지 '게임'인 만큼 게임으로서 편의성을 더 챙겨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드래곤즈 도그마 2는 여러모로 콘셉트 하난 확실한 게임입니다. 생생한 판타지 세계를 확실하게 보장하지만, 너무 생생해서 탈이죠. 동료들과 함께 판타지 세계를 거닐며 숨겨진 동굴을 발견하고, 예상하지 못한 전투를 극복하는 맛은 있지만, 그 사이사이 여정을 직접 두 발로 다녀야 하니 게임을 하면서도 지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올드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그럭저럭 진한 국밥 같은 맛이 나겠지만, 쾌적한 모험을 즐겼던 게이머라면 걷다가 졸게되는 수면제가 될 것 같습니다.

혼자서도 동료들과 함께 모험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드래곤즈 도그마 2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단, 이런 분들도 걷다가 지쳐 쓰러질 수 있으니 꼭 새로 추가된 캐주얼 모드로 시작하시길 권장합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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