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릴 정도로 재밌는 게임도 많지만 괜히 돈만 버린 듯한 아쉬운 게임도 많죠. 어떤 게임이 재밌는 게임이고 어떤 게임이 아쉬운 게임인지 직접 해보기엔 시간도 돈도 부족합니다.주말에 혼자 심심할 때, 친구들과 할 게임을 찾지 못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고 싶었을 때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게임조선이 해결해 드립니다! 게이머 취향에 맞춘 게임 추천 기획 '겜츄라이'![편집자 주]
보드게임은 이제 코어 게이머뿐만 아니라 게임을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취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친구들과 모이면 보드게임 카페에 방문해 '젠가'나 '할리갈리' 같은 간단한 게임을 즐기며, 가족과 연인이 함께 대형 보드게임 축제에 참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죠.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게 줄어들면서 다른 사람과 만나지 못했던 답답함을 풀기 위해 보드게임을 찾는 게이머도 있습니다.
혼자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도 많지만, 보드게임의 가장 큰 묘미는 역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죠. 얼굴을 직접 맞대고 대화를 나누며 웃고 떠들다 보면 모니터나 액정 너머로는 느낄 수 없는 재미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덕분에 보드게임은 레크리에이션의 일종으로, 혹은 구성원의 친목을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죠. 치밀한 전략과 긴장감 넘치는 눈치 싸움으로 승리를 추구해야 하는 보드게임들은 때론 오랫동안 우정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보드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묘미를 위해 우정과 절교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대도파민 시대에 어울리는 우정 파괴 보드게임들. 하하호호 웃기만 하는 보드게임이 지루한 게이머분들이라면 아래 게임들을 주목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각 게임의 추천 인원은 보드게임긱을 참고했습니다.
■ 레지스탕스 아발론 5~10인, 7~8인 추천
우정 파괴라고 하면 마피아류 게임을 빼놓을 수 없죠. 여러 사람들 속에 숨어있는 범인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묘미, 그리고 태연하게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해야 하는 심리전, 이런 범인을 정확하게 추리해야 하는 과정은 많은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듭니다. 여러 보드 게임이 마피아의 기본적인 규칙에 테마를 섞어 출시했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이 '레지스탕스 아발론'입니다.
레지스탕스 아발론은 아서왕 전설을 가미한 마피아 게임입니다. 아서왕의 부하들은 성배를 찾아야 하고, 모드레드의 부하들은 성배 탐색에 훼방을 놓아야 합니다. 여기에 모드레드의 부하를 파악할 수 있는 멀린이나 멀린을 지목해 역전을 만들 수 있는 암살자 등 특수 캐릭터로 끝까지 승패를 알 수 없게 만들죠.
수많은 마피아 게임 중 이 게임을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모든 사람이 게임에서 빠지지 않고 끝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거든요. 마피아 게임에서 살해당한 게이머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그저 게임을 지켜봐야 했지만, 레지스탕스 아발론에선 누가 살해당하거나 제외당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끝까지 게임에 참여할 수 있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마피아 게임을 찾는다면 레지스탕스 아발론이 제격일 것입니다.
■ 시타델 2~8인, 5인 추천
'시타델'은 우정 파괴를 위해 태어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난무하는 권모술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증명하듯 진지하게 몰입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면 주먹다짐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장면을 직관해 본 적도 있죠.
각 게이머는 중세 시대 어떤 직업을 맡아 건물을 세우거나 금화를 모아 상대보다 우위에 서야 합니다. 암살자는 특정 직업이 행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도둑은 특정 직업의 금화를 다 가져오고, 마술사는 어떤 플레이어의 카드를 전부 교환하는 등 각 직업마다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개한 능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게이머 한 명이나 직업 하나를 완전히 묻어버릴 수도 있죠. 암살자와 도둑, 마술사가 합심해서 게이머 하나를 괴롭힌다면? 그 게이머는 다신 친구라고 부를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 이 게임을 해보면 울먹이면서 "얶떢께 나한테 이럴 쑤 이써!"라고 외치게 되지만, 경험이 쌓이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직업을 받게 될 것인지 예상하는 수준까지 오면 상대의 예상을 예상하고, 그 예상을 또 예상해 역으로 공격하는 짜릿함에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됩니다. 다들 그렇게 시타델에 스며들게 되죠.
■ 아임 더 보스 3~6인, 6인 추천
돈은 언제나 분란의 원인이 되죠. '아임 더 보스'는 정해진 돈을 분배하는 게임입니다. 자, 이쯤 되면 왜 우정이 파괴될지 감이 오시죠?
아임 더 보스는 투자자와 일가족을 이용해 거래를 성사시키고 배당금을 모으는 게임입니다. 보스 카드를 사용한 게이머는 제목 그대로 보스가 되어 이 배당금을 정할 수 있죠. 설명만 들으면 보스에게 충성을 다해야할 것 같지만, 영향력 카드로 거래를 망치거나 보스 카드 그 자체의 힘을 빼놓을 수도 있어 보드 카드만 믿고 일발 역전을 노리기보단 부지런히 다른 게이머들과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정치'를 좋아하지 않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승리를 노리면 노릴수록 룰보단 다른 게이머와 협상으로 정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단 생각이 들거든요. 따라서 아임 더 보스를 해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대화를 재밌게 이끌어갈 수 있는 친구, 혹은 게임은 게임이라며 웃고 지나갈 수 있는 친구와 함께 하시길 권장합니다.
■ 위대한 달무티 4~8인, 6~7인 추천
시타델이 직업별 특수 능력을 사용하는 RPG 느낌의 게임이라면 '위대한 달무티'는 좀 더 계급에 초점을 맞춘 게임입니다. 위대한 달무티엔 대주교, 기사, 양치기, 농노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며, 높은 계급을 얻은 사람은 낮은 계급을 얻은 사람에게 명령할 수 있죠. 실제로 말투나 행동까지 공손하게 표현하라고 권장하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행동하게 됩니다. 상대를 잘 구슬려 내가 이기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 게임의 묘미는 바로 계급이 바뀔 때입니다. 각 게이머는 게임의 규칙에 따라 손에 든 카드를 모두 버려야 하는데 그렇게 가장 먼저 카드를 털어낸 게이머가 새로운 왕이 되죠. 실력과 운이 잘 따라준다면 노예에서 왕이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죠. 방금 전까지 나를 험하게 대하던 왕이 노예가 되어 나의 비위를 맞추는 장면보다 더 짜릿한 순간이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선'이 중요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계급에 따라 왕이나 노예처럼 행동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심취해 친구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죠? 언제나 룰과 매너를 지켜 즐거운 보드게임을 해야한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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