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평소 스팀 플랫폼에서 게임 수집을 하면서 눈여겨보고 있었거나 각종 행사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인디 게임과 개발사들을 찾아가는 미니 시리즈 '인디 인사이드(Indie inside)'
이번 인디 인사이드의 주인공은 동년 8월에 진행한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에서 e스포츠상을 수상한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과 그 개발사 '샌디플로어'다.
당시 BIC 현장에서는 수많은 양질의 인디게임을 만나볼 수 있었지만,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은 치열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기자기하고 귀염뽀짝한 캐릭터 입간판을 세워놓고, 정작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굉장히 눈에 띄었던 바 있다.
쉽게 배우고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으면서 매 순간마다 느껴지는 귀여움과 묘한 중독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특히 경쟁이 주가 되는 게임 중에서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구조 덕분에 사전 지식 없이 뒤에서 구경하는 것조차 즐거웠기에 필자 또한 줄을 서서 게임을 플레이한 뒤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었다.
과연 피가 튀기는 대신 솜이 터지는, 이토록 귀엽고 숨 막히는 전쟁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게임조선에서는 샌디플로어를 방문하여 개발진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인터뷰에 참석한 샌디플로어의 개발진 3인방, 좌측으로부터 이서연 아트 디렉터, 현명한 총괄 디렉터, 이종창 대표
Q.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종창: 안녕하세요. 샌디플로어 대표를 맡고 있는 이종창이라고 합니다. 샌디플로어 회사 전체에 대한 사업 전반과 조직 문화, 그리고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의 프로듀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안녕하세요. 샌디플로어의 CTO(최고 기술 관리자)를 담당하고 있는 현명한이라고 합니다.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의 디렉터로 게임의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서연: 안녕하세요. 샌디플로어 이서연이라고 합니다.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의 아트 전반과 테크니컬 아트를 맡고 있습니다.
Q.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은 어떤 게임인가요?
현명한: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은 8명이 플레이하는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고, 8명의 플레이어가 폐공장애 남겨진 장난감, 인형이 되어 부품을 빼앗고 최종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게임입니다.
11월 5일 얼리 억세스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오랜 기간 달려온 만큼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8월에 진행한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 당시에도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은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는 부스였다
Q. 최근 게임스컴 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쇼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장 반응은 어땠나요?
이종창: 국내에서는 플레이엑스포,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 외에도 11월에 지스타 출품 계획이 있고 가장 최근에는 싱가폴에서 개최한 게임스컴 아시아에 다녀왔습니다.
싱가폴로 나간 계기는 한국 권역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고 경쟁 게임이다 보니 북미, 동아시아의 관심과 반응을 주의 깊게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게임스컴 아시아는 브랜드 네이밍도 있지만 싱가폴이라는 입지 자체가 글로벌 허브로서 다양한 민족과 성격의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고 서양, 동양, 유럽 모두가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행사라서 피드백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는 현장이라고 판단했죠.
이전에 참가했던 행사를 보면 게임을 중반에 포기하고 가시는 분도 있었고 피드백이나 코멘트도 비교적 적었는데, 저희가 점차 게임성을 정립하고 메카닉적인 부분도 많이 가다듬은 덕분에 최근을 기준으로는 게임의 가격, 출시일뿐만 아니라 팜플렛도 가져가시면서 예전에 비해 정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전략적으로 위시리스트를 확보하고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은 것을 볼 수 있었기에 이번 게임스컴 아시아 출품은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Q. 샌디플로어의 첫 게임으로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종창: 처음에는 배틀로얄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저희 샌디플로어가 22년 12월에 예비 창업팀으로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뱀파이어 서바이벌과 같은 로그라이크 탑슈터가 유행하던 시절이었거든요.
이런 장르의 게임들이 정말 간단한 메카닉으로 구성됐음에도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고 지속적으로 비슷한 부류의 게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미 다음 스텝에 해당하는 게임은 개발되고 있을 수 있으니 그 너머에 해당하는 게임을 고민해보자라는 발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입니다.
처음에는 1:1 경쟁 형태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생각하는 뱀서라이크의 큰 재미는 전략적으로 실패하여 잡혀먹힐 수도 있지만 성공적으로 파밍하고 빌드를 쌓으면 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었는데요. 1:1 대전으로 방향성을 잡으니까 플레이어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대가 죽으면 너무 빨리 게임이 끝난다는 단점이 발견됐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싶어서 인원수를 늘리면서 개인전, 팀전 등 다양한 방법을 거쳐 지금의 방향을 잡게 됐습니다.
아기자기하지만 치열한 배틀로얄의 현장
Q. 게임 개발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주로 중점을 두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현명한: 게임을 계속 개발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아무래도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보니 반복 플레이 가능한 다양성, 랜덤성에 가장 큰 힘을 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맵 같은 경우에도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몬스터가 항상 똑같이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매 게임마다 다른 곳에 배치되고 유저도 다른 곳에 떨어지며 다양한 양상을 보이게끔 설계하고 싶었어요.
스킬도 딱 하나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모습으로 설계해서 매 플레이마다 빌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이종창: 아트 디렉터님이 내러티브(서사) 쪽으로도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서연: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은 폐공장에서 살아남은 인형들이 낡은 자신의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다른 인형의 부품을 뻇는다는 스토리입니다.
당연히 다른 인형의 부품을 빼앗아 살아남으려면 최후의 생존자가 되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틀로얄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Q. 각종 게임쇼에 참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디스콰이엇을 통한 게임 플레이와 인터뷰, 지콘테스트를 통한 음악 공모전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예비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종창: 원래는 더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초창기의 목표는 유튜브를 만들어서 우리의 개발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었는데요.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오픈해서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을 찾고 우리가 꼭 성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패하는 것도 기록으로 남겨서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면 게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사랑하는 분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장기적으로 '샌디플로어 게임이라면 믿고 플레이해야지' 처럼 말이죠.
저에게 있어 스팀에 있는 디볼버(디볼버 디지털)이 그런 포지션이거든요. 디볼버에서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만든다고 하면 일단 장바구니에 넣고 시작하는 편이라서 그런 게임과 회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게임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제작하는 팀이 보여주는 스피릿에 공감하는 팬들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커요. 초기에는 프로젝트 참여 인원수가 적어서 개발과 기록을 병행하기 쉽지 않았고 글이라도 남겨보자는 심산으로 디스콰이엇에서 빌딩 리퍼블릭을 하거나 브런치 커뮤니티에서 블로그처럼 게재를 하면서 소소하게 진행한 흔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이긴 한데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다시 연재해야겠다는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개발진의 반려동물을 기반으로 디자인된 게임 내의 장난감/인형 캐릭터들
Q. 등장 캐릭터인 장난감 인형의 디자인이나 스킬셋과 관련하여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으셨나요?
이서연: 첫 시작은 제로 베이스에서 기획을 할때 동물 콘셉트로 가자는 결정이 나왔어요 남녀노소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귀여워할 수 있는 동물의 모습에 앞서 소개한 인형의 내러티브를 넣었죠. 작품적으로는 '토이 스토리'를 참고한 부분이 있어요. 북미 감성의 카툰풍 디자인 관련해서요.
구체적인 디자인이나 스킬셋 관련해서는 개발진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기반으로 디자인을 하고 그 반려동물들이 좋아하는 것을 토대로 무기나 스킬셋에 활용하고 있으며 부족한 캐릭터와 포지션을 기획해나가고 있습니다.
Q. 그럼 실제로 등장하는 인형의 대부분이 직원분들의 반려동물 기반인 것일까요?
이종창: 론칭 빌드 기준으로는 3분의 2정도가 그렇습니다. 당장 12월, 1월까지도 저희의 반려동물이 캐릭터로 업데이트될 예정이에요.(웃음)
이서연: 나중에는 유저 분들을 대상으로 콘테스트 같은것을 열어서 유저들의 반려동물도 캐릭터화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종창: 부가적으로 말씀드리면 싱가폴과 태국 게임쇼 출품을 하면서 시연하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시는 분이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 가이드북이나 미니 아트북을 통해 제작 중인 내용이나 캐릭터들의 등장 비화를 넣어서 보여드리곤 했는데요. 캐릭터의 실제 외형과 개발진의 얼굴을 붙여놓으니까 굉장히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T1 이성훈 캐스터와 운타라 해설이 중계한 미니 e스포츠 대회 현장의 모습
Q. 경쟁이 주가 되는 게임이다 보니 e스포츠화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종창: 스포츠화에 대한 열망은 큰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e스포츠화까지 가기에는 거리감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성 게임들과 경쟁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것은 부족하다는 입장이에요.
그래도 2023년, 2024년에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도움을 받아서 태국게임쇼 출품했을때 작은 e스포츠 대회를 진행했었고 플레이엑스포에서도 T1의 이성훈 캐스터님과 운타라(박의진 선수)를 초청하여 32강 토너먼트 같은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게임이 워낙 직관적이기도 하고 보는 맛이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우와'하고 감탄할만한 포인트들을 같이 소리 질러주고 즐겨주는 장면을 보면서 e스포츠화 계획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11월에는 아이엠 브랜드와 경기도 협업으로 스트리머 대전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송출 플랫폼이나 일정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반응을 보고 e스포츠로서 보완할 점과 보는 맛을 더욱 살릴 방법을 고민하여 본격적인 준비는 내년 정식 출시 이후에 고려할 생각입니다.
Q. 최근 출시된 게임 치고는 시스템 요구 사항이 크게 무겁지 않은 편입니다. 최적화를 엄청 잘 하셨거나 혹은 모바일 버전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식 계획이나 크로스 플레이 지원 여부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현명한: 내년 4분기 즈음에 여러 플랫픔을 통한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스위치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쪽에 맞춰서 개발을 진행하다보니 요구사항을 낮게 잡고 최적화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내년을 넘어가는 먼 이야기지만 모바일까지도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출시 후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현명한: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페이 투 윈(P2W)은 절대 없게 하자는 주의고, 승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스킨과 배틀 패스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게임 타이틀 자체는 무료 플레이가 가능한 모델일까요?
이종창: 네, 맞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이 매우 귀엽게 잘 뽑혀 나와서 봉제인형이나 키링 형태로 잘 팔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Q. 실제로 장난감의 전쟁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해보면 IP를 활용한 인형/장난감 굿즈 위주의 캐릭터 상품 전개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준비하고 계신게 있을까요?
이서연: 아직 자세한 계획은 없지만, 실제로 관심 가져주시는 분이 많았고 행사 현장에서 IP화 제안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개발에 집중하느라 자세한 기획은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나중에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들처럼 IP화하여 상품으로 만나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긴 합니다.
이종창: 봉제인형에 대한 니즈가 가장 많은 것 같아요. 내부에서도 1순위고 박람회에서도 출품을 하면 인형으로 판매할 생각 없냐고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Q. 출시 일정과 업데이트 계획 등 간단한 로드맵을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현명한: 11월 5일 얼리 억세스 출시가 예정되어 있고, 이후 경쟁전과 랭킹 시스템 위주로 업데이트를 할 예정입니다.
특히 최대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많이 수용해서 정식 출시를 바라보고 있어서 내부적으로는 여러가지 게임 모드를 여러가지 출시하고 거기서 '게임 모드 월드컵'과 같은 유저 투표를 통해서 정식 출시에 내놓을 구성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을 기다리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현명한: 세계에서 제일 소통 잘 하고 피드백 잘 반영해주는 회사의 게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을 주시면 얼마든지 수용할테니 부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현명한: 세계에서 제일 소통 잘 하고 피드백 잘 반영해주는 회사의 게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을 주시면 얼마든지 수용할테니 부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서연: 저희 게임을 플레이해주시는 것도 모자라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디스코드나 여러 커뮤니티에서 소통하고 있지만 믿기지 않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이종창: 게임 개발자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뭐냐고 한다면 내가 만든 게임을 재미있게 즐겨주는 것 뿐인 것 같습니다.
인디 게임사로서 가장 힘들지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박람회에서 "혹시 개발자냐"고 물어봐주고 "게임 기다리고 있다", "그때 그 게임 거기서 봤던 그 게임"이라면서 말걸어주고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다고 소감을 남겨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도 저희는 박람회에 더 크게 출품하고 부스도 테마파크처럼 꾸미고 할텐데 편하게 방문하여 이야기하고 플레이하며 피드백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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