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소니와 파이어워크스튜디오가 손을 잡고 히어로 슈터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진행시킨 야심만만 프로젝트 '콘코드'가 결국 출시 2주만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며 3000억원 가량의 돈을 시궁창에 버리는 엔딩이 나왔다.
출시 이전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요소만 쏙쏙 골라내어 정치적 올바름과 버무린 캐릭터 디자인, 설정을 구성한 탓에 콘코드는 100점 맞을 수 있는 우등생이 작정하고 0점 맞으려면 얼마나 제대로 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좀 너그럽게 상기한 단점을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게임 완성도는 구멍이 송송 난 주제에 대부분의 경쟁 게임들이 취하고 있는 무료 플레이라는 트렌디한 가격 정책을 거부하고, 4달라 아니 40달라를 부르는 청개구리 같은 면모를 고수하고 있다 보니 콘코드의 배째라 스탠스는 암만 게이머들이 페르시아 황제 크레스크세스 1세급으로 관대해도 그냥 넘어갈 수준은 아니었다.
또 트인낭을 증명하며 퍼거슨의 연승가도가 고고히 이어지게 만든 콘코드 개발자의 트윗
늘 그렇듯이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게임들은 흥행성적이 안나오면 못배운 사람들이라 게임의 가치를 모른다는 사설들을 남기며 '우리 망했어요'라고 대놓고 샤라웃하고 있다.
그나마 콘코드에 그래도 칭찬할 부분이 있다면 빠른 서비스 종료(섭종)으로 어떻게든 손해를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판단력이라 볼 수 있다.
그나마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포장했지만 돈을 시궁창에 버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실은 콘코드보다 더 빠르게 섭종을 선언한 게임이 무려 3개나 더 있다. 일각에서는 슈팅 장르의 게임이라는 점을 들어 폭풍전야 '서든어택 2'를 '콘코드'와 동일 선상에 두려고 시도하기도 헀다. 하지만 서든어택 2는 섭종 발표까지 29일이나 걸렸고 3개월 가까이 서비스하기라도 했으니 콘코드와 어깨동무를 시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다.
테레나스 메네실 페하가 남긴 명언 '영원한 왕은 없는 법'처럼 어느 게임이나 섭종은 언젠가 찾아올 필연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3개나 되는 게임이 콘코드보다 이른 타이밍에 섭종을 발표하게 된 것일까?
■ 3위. 페이퍼게임즈 - 샤이닝니키(8일)
??? : 한복은 중국 고유의 문화 (실제로 한 말)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는 전작인 '아이러브니키'가 여성향 코디 게임이라는 마이너한 장르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한 좋은 선례로 꼽히고 있는 만큼, 한국 서비스에 앞서 풀더빙 지원과 입간판 및 대중교통 광고, 한국 전용 의상 콘텐츠 제공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들고 오며 야심차게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샤이닝니키의 한국 서비스 종료를 불러온 주체는 바로 다름 아닌 한국 전용 콘텐츠로 기획된 그 한복 의상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한국 이용자들은 한국의 문화 사회적인 요소들을 중국것이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는데, 돈 받고 파는 상품으로 한복을 내세우고 중국 본토에서 개발사의 입장문이라고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며 그 국론에 따라 한복은 중국 고유의 문화'라고 주장하던 것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이 보이콧으로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물론, 한국 서비스 담당자들은 카페 공지를 통해 성난 민심을 달래려고 시도하긴 헀으나 본인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서비스하는게 아니다 보니 본사 지침에 따라 일방적으로 판매 중지 및 회수를 진행하는 게 고작이었고 이후 중국 본사의 의향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공지가 새로 올라오며 섭종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샤이닝니키는 제작사 페이퍼게임즈와 연관이 있다고 추정된 '무기미도'를 비롯하여 동시기에 한국에서 서비스 중이었던 중국산 게임 전반에 많은 상흔을 남겼다.
실제로 지금도 대외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준수한 퀄리티의 게임이라도 일단 중국에서 제작했다고 한다면 학을 떼고 싫어하는 이용자들이 많을 정도다.
본사가 그렇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자
물론 앞으로 한국에서 곱게 서비스할 생각은 고이 접어야겠지만 말이다
■ 2위. 나딕게임즈 - 클로저스RT: 뉴 오더(7일)
이것이 2023년 모바일 게임의 기술력이다
나딕게임즈에서 개발하고 넥슨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벨트스크롤 액션 RPG 게임인 '클로저스'의 스핀오프로 제작된 게임이다.
대체 어떤 이슈가 있었냐고 내막을 궁금해할 만한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보면 가장 명확한 이유로 7일 만에 섭종을 선언한 게임이다. 단순하게 게임의 완성도가 낮아서 이용자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플레이가 담긴 이번 신작에 많은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는 대표의 부탁이 무색하게 출시일과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그렇게 뒤늦게 출시한 게임이 심심하면 버그와 크래시가 발생했으며, 에셋의 퀄리티는 한참 예전에 나온 본편에 못미치고 전략 게임인데 결전기와 오퍼레이터 운용과 관련된 명령 체계 외에는 깊게 파고들 요소도 부족했다.
당연히 졸속에 가까운 완성도로 클로저스를 즐겨보지 않은 사람들도 혹평을 내렸고, 원작을 플레이해본 사람들은 그나마 있는 원작 IP에 대한 추억이 더럽혀졌다는는 평가를 내렸는데 사실상 이 게임에 대해 미리 기대를 접고 손도 대지 않았던 사람들만이 차원전쟁의 진정한 승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참고로 라이벌 취급받는 '소울워커'도 비슷하게 전략 게임 형태의 스핀오프 작품 '도시전략전'을 야심차게 출시했다가 22일만에 섭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쪽은 외주를 줬고 여기는 직접 개발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매번 트래쉬 갈비지 게임 나올 때마다 1승 낭낭하게 챙기시는 중
■ 1위. 텐나인게임즈 - 귀살의 검(4일)
도깨비는 한국에도 있는 괴물의 갈래다 보니, 한국 고유의 문화라고 생각했나 싶기도 하고
섭종 발표와 실제로 섭종까지 걸린 기간만 따지면 가장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국내 개발사 '텐나인'의 처녀작이었던 작품으로 기합찬 해병정신으로 긴빠이의 극한을 보여준 사례인데 안들키면 상관 없다는 마인드로 게임을 제작한 것 같다.
당시에도 지금도 가장 핫한 만화-애니메이션 IP인 '귀멸의 칼날'을 대놓고 복붙한 것이 안좋은 쪽으로 이슈가 됐고 결국 들통나서 게임 오픈 4일만에 섭종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파고 들어간 결과 아예 다른 작품인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캐릭터 디자인도 표절했다는 것이 후일 밝혀진 상태다.
기회가 된다면 진심으로 안 들킬거라고 생각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을 정도였는데, 제작사 텐나인게임즈는 이전에도 '탈주닌자 키우기'라는 이름으로 다른 만화 작품을 긴빠이친 회사 '저스티스 소프트'와 동일한 업체라는 의혹이 있는 만큼 언제 또 신작을 출시하고 최단기 섭종을 갱신할지 기대만발이다.
원래 한번 일어난 일은 두 번, 세 번도 일어나는 법이니 말이다.
이타치가 왜 강한지 알고 있나? 집단 뿐만 아니라 원작에서도 탈주했기 때문이지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기사의 저작권은 게임조선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무단으로 기사 내용 전제 및 다운로드 링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