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드 레오파드는 궤적 시리즈 신작 '영웅전설 계의 궤적 -Farewell, O Zemuria-(이하 계의 궤적)'의 출시의 앞서 니혼팔콤 대표이자 이번 작품의 프로듀서인 콘도 토시히로와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계의 궤적은 전작인 여의 궤적에서 이어지는 후속작이자 궤적 시리즈의 클라이맥스다. 궤적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기 캐릭터들이 등장해 제무리아 대륙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이하는 콘도 토시히로 대표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아크라이드 해결사 사무소의 이야기지만, 여의 궤적 3이 아니라 계의 궤적이다. 시작의 궤적과 비슷한데 '계'에 담긴 의미는? Farewell, O Zemuria라는 부제도 의미심장하다. 곧 궤적의 역사는 마무리되는가?
콘도 토시히로(이하 콘도): 기본적으로 여의 궤적 2의 연장이라 처음엔 여의 궤적 3로 개발했지만, 하늘의 궤적부터 시작된 시리즈 전체로 볼 땐 시리즈 클라이맥스기라서 사내에 이런 분위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시리즈 팬들도 하늘의 궤적부터 시작한 분들도 있지만 섬의 궤적부터 시작한 분들도 있고 다양한 유형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위해선 여의 궤적 3이란 타이틀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클라이맥스를 한 문자를 전하기 위해 고민했다. PV를 보면 아시겠지만 제무리아 대륙이라고 하는 큰 무대의 상식이 뒤집히고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계의 궤적은 제로의 궤적이나 시작의 궤적 당시 냈던 이름들 중 하나였는데 이번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어서 계의 궤적으로 정했다.
서브 타이틀의 경우 제무리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으로 정했다.
Q. '여의 궤적'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이전 궤적 시리즈보다 더 많은 등장인물과 인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많은 등장인물이 살아서 돌아오거나, 그것이 핵심 반전이 됐던 '섬의 궤적' 시리즈와 특히 비교된다. 전반적으로 성인을 타깃으로 하는 이런 기조가 '계의 궤적'에서도 이어질지 궁금하다.
콘도: 진짜 죽음을 그린 여의 궤적은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계의 궤적의 분위기는 죽음보단 불가사의를 향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상식이 무너지고, 경계를 돌파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Q. '그림 가르텐'이라는 콘텐츠가 준비되어 전작에 있었던 '메르헨 가르텐'를 계승하는 듯 보이지만, 세부 콘텐츠나 진행 방식과 더불어 무엇보다 우로보로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나 세계관을 다룬다는 점이 큰 차이로 보인다. 해당 콘텐츠를 통해 부가적으로 세계관과 스토리를 풀어나간 이유는 무엇인가?
콘도: 본편은 공화국 전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우로보로스는 이를 관찰했다. 우로보로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있고,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그림 가르텐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를 본편에 넣으면 이야기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본편에선 반 일행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사실 뒤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식으로 그림 가르텐을 활용할 것이다.
또한 우로보로스는 전작의 이야기를 알아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취사선택을 위해 이런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하면 서브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시겠지만, 우로보로스에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하기 때문에 팬분들에겐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Q. 지난 7월 25일 소개된 그림 가르텐을 보고 시작의 궤적이 연상된다는 팬들의 반응도 있었다. 그런 부분도 의식해서 구상했나 궁금하다.
콘도: 어느정도 의식은 했다. 시작의 궤적처럼 캐릭터가 많다 보니 본편만으론 RPG 성장 요소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또한 캐릭터들의 크로스 오버를 즐길 수 있는 가상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고, 본편에서 불가능한 플레이를 그림 가르텐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그러고 보니 이번 계의 궤적에서 알티나가 린을 부르는 호칭이 '린 교관'에서 '린 씨'로 바뀌었다. 혹시 스토리적인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콘도: 섬의 궤적 당시 알티나는 린의 학생이었다. 그래서 교관으로 불렀다. 계의 궤적에선 알티나가 사회인이 되었고, 다른 조직에 몸담고 있는데 린과 함께 행동하게 되어 이런 호칭이 되었다. 이들의 관계 변화 같은 부분을 즐겨주시길 바란다.
Q. 지난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계의 궤적’으로 궤적 시리즈의 클라이막스로 접어들었다고 했는데, 방대한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인 만큼 그 분량도 상당할 것 같다. 대략 어느 정도로 보면 될까? 향후 궤적 시리즈의 마무리를 위해선 몇 개의 작품이 발매되는 걸까?
콘도: 볼륨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어려운데 텍스트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림 가르텐을 얼마나 플레이할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존 궤적 시리즈 수준이다. 시리즈가 몇 개 남았다고 말씀드려도 믿으시기 어려울 것이다. 저 또한 확실히 몇 개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번에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다음 시리즈 정도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
Q. 20년간 무려 13작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궤적’ 시리즈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다거나 콘도 대표께서 개인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 좋아하는 캐릭터도 함께 소개해 주세요.
콘도: 역시 무대가 바뀌었을 때, 제목이 바뀌었을 때라고 생각한다. 하늘의 궤적에서 섬의 궤적, 시작의 궤적으로 바뀌었을 때다. 이런 변화가 있을 때마다 게이머의 연령도 변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스토리를 다듬어야 했다.
터닝 포인트는 아니지만 역시 첫 작품인 하늘의 궤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게임 제작을 아무것도 몰랐을 때 자신이 쓴 스토리로 이벤트 신까지 작품으로 만들었던 것은 하늘의 궤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캐릭터 한 명을 고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처음 만든 하늘의 궤적에 등장하는 에스텔과 요슈아다.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캐릭터로 주인공을 여자로 하는 것이 좋을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두 사람의 성별을 바꾸는 것도 생각했다. 하지만 에스텔은 남녀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있다.
Q. 기술적인 궁금증이다. 여의 궤적부터 엔진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덕분에 그래픽과 연출 면에선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새로운 엔진으로 개발하면서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을 개발하면서 그래픽이나 연출 면에서 더 발전한 부분이 있을까? 혹은 전작의 문제를 해결한 부분이 있다면?
콘도: 게임 엔진의 기술적인 면에선 여의 궤적 2에서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계의 궤적에 이르러선 여의 궤적 2에서 쌓은 노하우를 이용해 계의 궤적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캐릭터 크래프트 연출이 대부분 바뀌었다. 여의 궤적에서 필드 배틀과 커맨드 배틀의 융합을 목표로 삼았는데 커맨드 배틀의 템포가 느리게 느껴지면 안 되고, 연출이 멋져도 스킵하고 싶어질 때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연출을 줄이는 등 변화를 줬다.
이스 10에서 캐릭터 표정이나 모션이 사내에서 호평을 받았고, 노하우도 쌓았다. 이에 영향을 받아 궤적에서도 캐릭터들이 웃거나 적들이 무서운 표정을 짓는 등 여러 연출을 보여주게 되었다.
여의 궤적을 거치며 엔진도 최적화하면서 당시 구현하지 못하는 필드 액션도 구현했다. 예를 들어 반이 필드에서 그렌델로 변신해 전투를 하는 부분이다.
Q. 여의 궤적 시리즈에서는 '그렌델'로 변신하는 기능을 특정 이벤트나 지속시간이 짧은 등 다소 제한적으로 활용했다. 반면 '계의 궤적'에서는 부스트 게이지를 소비해 그렌델뿐만 아니라 성흔 등도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각성 시스템이 도입됐었는데, 이런 시스템 변화의 이유가 있을까?
콘도: 여의 궤적을 통해 게이머분들께서 필드에서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받았다. 마침 엔진을 최적화한 덕분에 커맨드 배틀뿐만 아니라 필드 배틀에서도 아츠나 크래프트를 사용하는 등 특정 캐릭터가 변신해서 필드 위의 적을 일소하는 식의 리듬감 있는 플레이를 느끼실 수 있도록 각성을 넣었다.
Q. 전투 면에서는 블리츠 시스템이 눈에 띄는데, 자세한 설명과 여의 궤적 시리즈에서 변화를 주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콘도: AP 보너스를 획득해 발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발동하면 서포트 캐릭터가 도와주는데 공격과 회복의 효과를 높여준다. 캐릭터가 늘어나 파티 멤버 외에도 서포트 멤버도 많아졌기 때문에 그들의 역할을 주기 위한 것도 있다. 조작하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서포트 캐릭터를 통해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Q. 여의 궤적 1편은 궤적 시리즈를 하지 않은 게이머를 위한 배려가 있었다. 전작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극을 이끌지는 않는 부분이 그러했다. 이번 '계의 궤적'은 '여의 궤적' 최종장이면서, 궤적 세계관 중요 사건이 다뤄지는 만큼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게이머에게 다소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콘텐츠나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는가?
콘도: 린이나 케빈이 등장하니 중요한 역할을 맡기지 않을 수 없다. 타임 리워드라는 기능을 넣었는데 이벤트 중간에도 이벤트에 등장하는 용어나 캐릭터를 알아볼 수 있다. 이야기 내에서 이런 것을 소개하려고 하면 이야기가 길어지고, 린이 자기소개를 10분 넘게 하면 이상해지기 때문에 이런 기능을 넣었다. 전작을 해본 게이머도 다시 정보를 확인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Q. 궤적 시리즈 부동의 인기 캐릭터 '린 슈바르처'가 다시 한번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그가 맡게 되는 역할은 무엇인가?
콘도: 린이 주인공이었던 섬의 궤적 다운로드 콘텐츠에서 크로우와 함께 기신을 타고 제무리아 대륙에서 이탈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린의 역할이다. 타이틀에 나온 것처럼 제무리아 대륙에 우주가 등장하고, 인류가 접근하게 된다. 린은 이미 그런 경험을 했고, 공화국도 이를 알고 있다. 린도 이 경험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에 행동에 나섰다.
린 개인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면 제국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재의 검성으로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윤 노사와 관계성 등이 등장하게 된다.
Q. 케빈 그라함'이 '하늘의 궤적 the 3rd' 이후로 오랜만에 핵심 캐릭터 중 하나로 등장해 팬들의 기대가 높다. 등장시키게 된 특별한 계기나 배경이 있는가?
콘도: 대단한 이유는 아니다. 크로스벨은 크로스벨, 제국은 제국의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 관련 설정은 있다. 다만, 다른 시리즈를 전개하는 이상 로이드의 이야기도 나와야 하기 때문에 삼가고 있었다. 이번에 계의 궤적에선 단죄 대상이 나오기 때문에 이건 케빈의 역할이라 등장했다.
또 거리를 다니다 보면 리벨 왕국이나 다른 지역 출신 인물들이 잠깐 등장한다. 본편에 모두 등장하면 복잡해지기 때문에 제대로 넣진 못했지만, 관련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마을 NPC 중엔 공화국에 유학했거나 친척이 있는 캐릭터가 등장해 궤적 시리즈 다운 표현을 넣었다. 등장하지 않더라도 그 시절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으니 힘들 수 있겠지만 팬이라면 한번 봐주시길 바란다.
Q. 아니에스와 일레인의 히로인 쟁탈전(?)에 대한 결말이 계의 궤적에서 그려지는지 궁금합니다.
콘도: 중요한 질문이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실 것 같다. 적어도 한 명과 확실히 결과가 나온다. 그게 어떤 쪽이 될지, 행복한 이야기인지 슬픈 이야기인지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Q. 닌텐도 다이렉트로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 소식이 공개됐다.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될 계획은?
콘도: 어제 발표되어 저도 놀랐다. 이 이벤트 직전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 시기에 하늘의 궤적을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20년 동안 '무엇부터 즐겨야 하는지'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궤적 시리즈를 플레이하시는 분들의 첫 작품이 되길 바란 점도 있고, 계의 궤적을 첫 작품으로 추천하긴 어려우니 하늘의 궤적을 리메이크했다.
약세이긴 하지만 JRPG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RPG의 매력을 전달드리고 싶지만, 제 나이도 있는 만큼 완전 신작을 만들기보단 기존 작품을 리메이크하기로 했다.
다른 플랫폼에 대해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아시아의 게이머분들이 폭넓게 즐기실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한국에 오실 계획이 있을까?
콘도: 하늘의 궤적 작업을 시작한 것은 22년 전인데 20년 넘도록 즐겨주신 게이머분들께 감사드린다. 궤적의 클라이맥스를 이렇게 선보일 수 있어서 개발자로서 기쁘다. 20주년 기념작을 초라하게 만들 수 없으니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여드리겠다. 마지막까지 응원 부탁드린다.
한국에는 꼭 가고 싶다. 대기실에서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대표님과 언제 가야 할지 얘기도 해봤다. 여러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고 한국 분들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뵙고 싶다. 첫 해외 출장이 한국이었기 때문에 추억이 많다. 다시 뵙길 바란다.
[(도쿄)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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