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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해드리뷰] 백영웅전, JRPG 장인들의 클래식 RPG

작성일 : 2024.06.01

 

게이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겨운 게임은 어차피 30분을 하나 30시간을 하나 지겹다’라고.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요즘, 단 30분이라도 게이머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게임조선이 나섰다. 장르 불문 게임 첫인상 확인 프로젝트, ‘30분해드리뷰’
 
게임조선이 여러분의 30분을 아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30분 분량은?: 북쪽 룬 유적 탐사까지 30분
 
래빗 앤드 베어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백영웅전'은 환상수호전 시리즈를 계승한 JRPG입니다.
 
환상수호전 시리즈는 중국의 고전 소설 '수호전'에서 모티프를 얻은 JRPG로 무려 108명의 동료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 보더라도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은 108명의 동료들과 함께하는 모험담, 동시에 6명이 참가하는 전투, 캐릭터들의 인연을 느낄 수 있는 협력기까지 독특한 매력으로 게이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2012년 PSP로 출시된 외전인 '환상수호전 이어지는 백년의 시간'을 마지막으로 환상수호전 시리즈의 신작은 더이상 출시되지 않고 있지만, 이 시리즈를 제작한 개발진들이 래빗 앤드 베어 스튜디오를 설립, 백영웅전이라는 새로운 작품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체험한 빌드는 게임 초반부 약 2~4시간 분량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동료 10명과 영웅 콤보가 등장해 환상수호전 팬의 추억을 자극했습니다. 이번 프리뷰에서 다루는 30분 플레이에서도 동료 6명, 룬 렌즈, 전투 방식 등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을 맛볼 수 있었죠.
 
이야기는 국경 마을 출신 '노아'가 변방 마을 경비대에 들어가 동료인 가오, 량, 미오와 만나고, 제국 장교 세이, 힐다에게 유적 조사라는 공동 임무를 맡으면서 시작됩니다. 이 시점에서 주인공 노아와 동료들의 수는 6명으로 전투 파티가 가득 차는 수준입니다. 다른 게임이었으면 중반부나 돼야 모일만한 수의 동료가 시작부터 한 번에 모인 것이죠. 이들은 단순히 숫자만 채운 전투원이 아니라 스토리에서 함께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가고, 모험을 할 때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는 동료로서 게임의 볼륨을 채워줍니다.
 
외형도 성격도 개성 넘치는 동료들이 게이머를 반긴다
 
전투는 고전 JRPG를 계승한 작품답게 랜덤 인카운터와 턴제 전투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환상수호전과 마찬가지로 한 번에 6명의 캐릭터가 전투에 참가하며, 일부 캐릭터는 서포트로서 한 명까지 전투를 지원해 줍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전열 캐릭터 3명, 후열 캐릭터 3명이 S, M, L로 나누어진 자신의 공격 사거리에 맞춰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 사거리가 S인 캐릭터는 전위일 때 상대 첫 번째 열의 적만 공격할 수 있고, M의 경우 전위 일 때 상대 첫 번째 열과 두 번째 열, 후위일 때 상대 첫 번째 열만 공격할 수 있으며, L인 캐릭터는 전위와 후위 어디에 있더라도 상대 첫 번째 열과 두 번째 열을 모두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아군을 배치할 땐 최대한 많은 상대를 공격할 수 있도록 전열과 후열을 구성하고, 상황에 따라 공격 사거리가 긴 적을 먼저 처치해 남은 적이 전열에만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있죠.
 
적과 마주친 후 각 캐릭터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면 캐릭터마다 공격이나 방어 등의 행동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공격 방식은 단순히 무기로 공격하는 '공격'과 자원을 소모해 룬 렌즈로 공격하는 '룬 렌즈' 2가지가 있습니다. 룬 렌즈를 사용하면 매 턴 조금씩 회복되는 SP를 소모해 발동하는 '기술'과 아이템과 여관으로 회복되는 MP를 소모해 발동하는 '마법'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캐릭터의 행동을 지정했다면 상단에 표시된 행동 순서에 따라 캐릭터들이 지정된 행동을 수행합니다.
 
동료와 적의 속성을 이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전투를 이끌 수 있습니다. 속성은 크게 물리 속성과 마법 속성으로 나누어지며, 물리 속성은 다시 베기와 찌르기, 타격, 격파, 비상 5개, 마법 속성은 화, 수, 풍, 토, 광휘, 명암 6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방어구 수치가 높은 적은 물리 속성 대미지를 감소시키지만, 타격 속성 공격을 이용하면 방어구 수치를 깎을 수 있고 격파 속성 공격을 하면 방어구 수치를 무시하고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방어구 수치가 높은 적과 만나면 속성 상성을 생각해 타격으로 방어구 수치를 깎고 동료들의 피해량을 높일지, 격파로 직접 피해를 줄 것인지, 아니면 마법 속성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힐 것인지 다양한 전술로 적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전열 3명 후열 3명 총 6명으로 구성된 파티로 턴을 주고받는 식의 전투
 
공격 유형과 속성을 이용하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게이머의 눈을 사로잡는 부분은 역시 연출입니다. 전반적인 그래픽은 최근 JRPG가 자주 채용하는 HD 2D 방식을 선택해 캐릭터는 2D 도트, 배경 사물은 3D로 나타냈죠. 덕분에 백영웅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앞, 뒤, 좌, 우, 그리고 대각 4방향으로 표현된 캐릭터에서 과거 2D JRPG와 같은 클래식한 감성을 느낄 수 있고, 피사계 심도를 얕게 잡은 배경에선 풍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약 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환상수호전을 계승하면서 세련된 신작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전투 연출은 한 캐릭터의 행동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캐릭터의 행동이 시작되면서 마치 실시간 전투 같은 박진감을 선사했습니다. 마치 크로스 페이드처럼 아군 전열이 적에게 뛰어들어 공격하고,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아군이 적에게 뛰어드는 식으로 캐릭터들의 행동이 끊임없이 이어지죠.  또한 각 캐릭터의 행동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 생동감을 살렸죠. 분명 각 캐릭터가 자신의 행동 순서에 따라 움직이는 턴제 방식이고 움직이는 캐릭터는 2D 디자인이라 얼핏 봤을 땐 올드함이 느껴지는데, 연출은 마치 실시간 전투처럼 이어지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상당한 박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HD 2D 방식을 이용한 그래픽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연출은 박진감을 선사
 
다양한 각도에서 펼쳐지는 공격은 보는 맛을 한껏 살렸다
 
물론 고전 JRPG 장인들이 만든 게임인 만큼 올드함이 묻어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필드를 움직일 때 일정 확률로 적과 전투가 시작되는 랜덤 인카운터입니다. 많은 JRPG가 무작위로 적을 만나는 랜덤 인카운터 대신 상대할 적이 명확하게 보이는 심볼 인카운터를 선택하고 있는 것에 반해 백영웅전은 과거 JRPG처럼 랜덤 인카운터를 유지한 것이죠. 이 부분은 적당한 긴장감 느낄 수 있는 요소인 동시에 게임 플레이의 흐름을 끊는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어 게이머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 같습니다.
 
대신 계속되는 전투의 피로도를 조금 덜어낼 수 있도록 자동 전투 도입하고, 자동 전투를 선택했을 때 캐릭터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할 것인지 작전으로 지정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전을 '자유롭게 행동'으로 지정하면 각 캐릭터들이 공격과 룬 렌즈, 방어를 자유롭게 선택해 적과 싸우지만, MP 사용 금지로 설정하면 일반 몬스터를 상대할 때 회복하기 힘든 MP를 아끼면서 빠르게 전투를 진행하고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 좀 더 여유로운 상태에서 전투를 진행할 수 있겠죠.
 
전반적인 게임의 인상은 올드 게이머를 위해 과거에서 미래로 보낸 선물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초반부만 놓고 본다면 환상수호전이나 JRPG 팬들에겐 반가움을 듬뿍 선사하지만, 이 장르가 낯선 게이머에겐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인 100명 이상의 동료들과 그들이 펼치는 군상극을 어떻게 살렸냐에 따라서 단순히 팬들만 만족하는 게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수많은 게이머에게 클래식의 매력을 선사할 작품이 될 것인지 갈릴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이머들에게 다시 한번 JRPG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든 무라야마 요시타카의 명복을 빕니다.
 
퍼즐을 풀 때 흐름을 끊는 랜덤 인카운트
 
기적의 시야를 가진 게이머라면 바로 앞에서도 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올드 게이머에겐 추억, 새로운 게이머에겐 클래식의 감성을 느끼는 경험이 될 것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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