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C용 하프 라이프2
국내 게임 개발자들은 "소스코드를 구해도 분석하는데 드는 노력이 만만치 않아 새로운 게임에 응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id소프트웨어 소속 개발자인 존 카멕이 합법적으로 공개한 1인칭 3D 게임 '둠1'의 소스 코드를 완벽하게 분석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소스코드를 부분적으로만 분석하더라도 만들 수 있는 '핵'과 '치트' 프로그램은 봇물 터지듯 개발될 것으로 예상돼 결국 '하프2'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비벤디유니버설게임즈아시아퍼시픽 측은 이같은 입방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프2'는 1998년 발매돼 각종 게임상을 석권한 1인칭 3D 액션 게임인 '하프 라이프'의 후속편. 미국 밸브소프트웨어(www.valve.com)가 제작했으며 비벤디유니버설게임즈(www.vugames.com)가 전 세계 배급을 맡고 있다.
이 게임은 올해 E3와 ECTS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 관람객과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현실에 가깝게 묘사된 3D 세계와 물리역학 법칙 등이 완벽하게 구현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PC게임 배급사들간에 물밑 판권 경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 허술한 보안이 이번 사태의 발단=밸브소프트웨어에 따르면 지난달 19일께 '하프2'의 소스 코드가 해킹용으로 변환된 리모트애니웨어(RemotelyAnywhere)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로 전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출된 소스 코드는 용량이 40메가바이트(MB) 안팎에 불과해 이미 인터넷 와레즈(WAREZ) 웹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게이브 뉴웰 밸브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는 "현재 '하프2' 소스 코드가 유출된 경위와 크래커를 색출 중에 있다"며 "게이머와 해커들이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줬으면 한다"는 내용의 격문(檄文)을 '하프 라이프' 관련 커뮤니티에 전달,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현재 '하프2' 소스 코드의 유출 경로와 기법 및 밸브소프트웨어의 보안 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없지만 이번 사건으로 밸브소프트웨어의 보안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블록버스터급 게임 타이틀을 개발하는 회사의 보안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 업계 및 게이머들의 의견.
더욱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완성한 '하프2'의 소스코드를 트로이 목마 프로그램과 바이러스, 크래커들이 난무하는 인터넷이 연결된 PC에 저장했다는 사실에 게이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외 유명 개발사들이 일찍부터 크래커 및 산업 스파이의 손아귀에서 자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PC에 보관하는 등 철통같은 경계망을 펼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PC게임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해외 게임 개발사를 방문했는데 외부인은 반드시 회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만 사내에서 이동이 가능했다"며 "메신저나 볼펜, 샤프 등의 필기도구 지참을 금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따라와서 동행했다"고 말했다.
◆ 소스 코드 유출로 밸브 '흔들'= '하프2' 소스 코드 해킹 파문은 제작사인 밸브소프트웨어와 배급을 맡은 비벤디유니버설게임즈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자사 핵심 기술이 무단으로 완전 공개된 만큼 어느 정도의 물질적인 피해는 불가피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우선 밸브소프트웨어가 '하프 라이프2'에 도입하기 위해 구입한 타 회사의 기술 엔진이 고스란히 유출됐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하프2'와 동반 유출된기술 엔진은 아일랜드 하복사(社)가 만든 물리역학엔진 '하복'과 미국 마일즈사(社)가 만든 사운드엔진 '마일즈' 등으로 알려졌다.
'하프2'가 사용한 타사의 게임 엔진은 이미 업계에서 기술력과 활용도를 입증받은 고가의 프로그램으로 해당 제작사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밸브소프트웨어는 꼼짝없이 당할 운명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극비(Confidential)로 취급되고 있는 '소스 코드'가 인터넷에 유출,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경쟁사들이 이를 입수해 게임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악용할 수 있다는게 큰 걱정이다.
저작권 문제로 '하프2'의 소스 코드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겠지만 신기능을 추가한 변종으로 나올 수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2002년 국내 모 온라인게임 개발사가 미국 유명 게임 개발사인 id소프트웨어(www.idsoftware.com)의 매핑 소스를 무단으로 도용했던 것과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하프2' 발매 무기한 연기?= 이번 사건은 비단 업계인만이 아닌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도 충격적인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게이머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하프2'의 발매일이 무기한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프 라이프'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중인 한 게이머는 "'소스 코드'가 유출됐다는 것은 개발사의 치부를 완전 공개한 것에 비견되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소스 코드' 수정 등의 이유로 '하프2'의 발매일이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그간 의욕적으로 '하프2'의 국내 배급권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국내 배급사들이 발을 빼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소스 코드 공개로 치팅 및 핵 프로그램이 양산되고 이것이 게임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의견이다.
◆ 韓게임개발자들 "소스 활용은 어려울 듯"= 유출된 '하프2'의 소스 코드는 과연 활용이 가능할까.
국내 게임 개발자들은 하나 같이 단기간내에 '하프2' 소스를 분석해서 활용하거나 자사의 게임에 성능을 개선해서 삽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은 "이론상으로 공개된 '소스 코드'를 활용하면 '하프2'와 똑같은 게임 제작도 가능하겠지만 직접 '소스 코드'를 만든 개발자의 도움 없이는 소스 코드를 단기간내에 분석해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데 활용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한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는 방식은 개인마다 너무 달라 분석하기 어렵다"며 "합법적으로 공개된 1인칭 3D 게임 '둠 1'의 소스 코드도 현재까지 완벽하게 분석한 사람이 드물다"고 덧붙였다.
정성일 테크비즈니스랜드 온라인사업부 차장은 "비공개적으로 '하프2'를 흉내낸 게임 정도는 나올 수 있겠지만 타인이 작성한 '소스 코드'를 완벽하게 분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하프2'와 동반 유출된 것으로 밝혀진 물리역학 엔진 '하복'의 사용법만 익하는 것도 새롭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수 기자 blair@chosun.com]

- 유출된 하프2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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