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라는 절대적 인프라를 중심으로 하는 EA(Electronic Arts)의 화려한 2003 하반기 라인 업을 발표하는 행사를 보면서 '게임을 작품으로 보는 관점'과 '게임을 제품으로 보는 관점'의 차이가 개발사는 물론 유통 사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FIFA2004,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SSX3 등 화려한 타이틀을 공개한 이 자리에서 필자가 받은 느낌은 '작품' 보다는 '제품'을 소개하는 시연회장의 느낌이었다. 얼마나 완벽한 상품으로 출시될 것인지, 어떤 인프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것인지, 타사의 게임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등 마케팅과 세일즈를 위주로 진행되는 행사는 한 해에 3조 이상을 매출고를 기록하는 회사의 행사다웠다.
이에 반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 시에라(Sierra) 등 세계 최고의 개발사들을 지니고 있는 비벤디 유니버설 게임즈(Vivendi Universal Games)의 행사장에 가보면 '작품 발표회'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포스터 하나부터 행사장 무대에 걸쳐 하나도 빠짐없이 이뤄지는 개발사들의 감독과 승인, 어떻게 팔 것인지 보다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전작의 단점들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등 게임 내적인 면들을 강조하는 설명을 보고 있으면 자신들의 게임이 세계 최고이며, 작품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개발사들이 왜 비벤디 유니버설 게임즈 산하에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마인드의 차이는 곧 소비자들에게 게임 자체 내에 철저한 마케팅 소스와 세일즈 활동을 접목시켜 판매 시기와 시장성을 철저히 분석해 '이건 사야 돼' 라는 느낌을 주는 '제품'의 느낌과 기획 초기부터 철저한 감수와 논의를 거쳐 게임이 가져야 할 모든 부분을 어떤 조건이나 한계에 구속 받지 않고 게임이 가져야 하는 순수한 게임성을 바탕으로 개발해 그와 상충되는 마케팅과 세일즈로, 소비자들에게 '재미 있겠는데?' 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 의 결과를 표출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품'의 경우 '게이머'들에게 게임 자체로 인정 받는 경우가 드물며, 그 소재가 대중적인 만큼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작품'의 경우 수많은 호평은 받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과 개발적인 문제점들이 마케팅, 세일즈에 영향을 준다는 단점이 지적되고는 한다.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도 게이머들이 즐기지 않는다면 그 게임은 게임으로서의 본질성을잃어 버린다. 하지만 '제품'을 사는 사람은 '소비자'이며, '작품'을 사는 사람은 '게이머' 이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건 '게임'인 것이다. 게임을 파는 건 다른 제품을 파는 것과는 다르다. 이런 부분들에서 '제품'과 '작품' 가지고 있는 차이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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