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로 대표되는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은 많은 지역에서 존중받아 마땅한 권리, 인권으로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성기의 형태에 따라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지는 신체적 성별과 마찬가지로 각자 스스로가 인식하는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은 그 사람의 의향과 상관없이 정해지죠. 이들은 사회적으로 소수였고, 한때는 질병의 일부로 취급받기도 했지만, 사회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이들도 인간의 다양한 모습 중 한 부분으로 존중받고 있습니다.
LGBT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대중문화도 차츰 이들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게임 역시 예외는 아니죠. 이제 게임에서 레즈비언 주인공이나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으며, 이들을 위한 이벤트나 오프라인 게임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게임사들의 이러한 행보를 때론 거부하기도 합니다. 의미 없는 끼워 맞추기 식 LGBT 추가는 게임성을 훼손한다는 것이죠. 사이버펑크 2077처럼 자유도 높은 게임에서 남성의 신체에 여성기를 달거나 동성과 연애하는 것에는 충분히 납득하지만, 이미 완성에 가깝게 정립된 캐릭터의 설정을 무작정 바꾸거나 게임 외적인 이유로 바뀌는 것에는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오버워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5월 31일 바티스트와 파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편 소설 'As You Are'을 공개했습니다. 이 소설에서 바티스트는 캐서디에게 호감을 느꼈으며, 동료인 파라에게 캐서디와 관계를 묻자 파라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밝힙니다. 바티스트가 양성애자, 파라가 동성애자라는 설정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사실 두 캐릭터의 성적 지향성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를 공개한 시기입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17일 오버워치 2의 안정적인 라이브 서비스를 위해 기존에 발표한 PVE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주 후 두 캐릭터의 성적 지향성을 담을 소설을 발표했죠. 6월은 전 세계적으로 성 소수자를 기념하기 위한 'Pride month'인 만큼 이번 소설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지만, 유저들 입장에선 PVE를 버리고 선심 쓰듯 캐릭터에게 성 소수자 설정을 붙여주는 모습으로 비쳤습니다.
이 같은 논란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솔져 76 역시 업데이트가 방치된 상황에서 게이라는 설정이 드러나 빈축을 샀죠. 게다가 2021년에는 사내 성차별과 성추행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 레인보우 식스 시즈

유비소프트의 레인보우 식스 시즈 역시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비소프트는 게임 내 최초의 게이 캐릭터인 '플로레스', 최초의 트랜스젠더 캐릭터인 '오사', 최초의 논바이너리 캐릭터 '센스' 등 다양한 LGBT 캐릭터들을 추가해 왔습니다. 유저들은 망가진 밸런스와 심각한 버그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특수부대에 합류한 게이 의적 캐릭터인 플로레스 등이 추가되자 반감을 보였고, 여기에 유비소프트 일부 직원의 성폭력 범죄 혐의까지 폭로되자 유비소프트의 행보를 위선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기존 캐릭터에 대한 설정에도 문제가 생기면 더 커집니다. 매시브 엔터테인먼트의 작가인 '로렌 스톤'은 캐릭터 '펄스'가 양성애자고 바람둥이인데 사람들이 왜 이것을 모르는지 궁금하다고 SNS에 게재합니다. 펄스는 이전까지 양성애자라는 묘사가 적었고, 후속작에선 여성 캐릭터인 '히바나'와 딸까지 가졌기 때문에 유저들은 LGBT와 관련 있는 캐릭터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부 유저는 "왜 우리가 그런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체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여기 설정 변경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남자가 또 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 '바루스'는 신전의 수호자로서 녹서스에 맞서 싸우다가 가족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며 자신을 타락으로 내던진 캐릭터였지만, 개편된 설정에선 사랑하는 남성과 하나의 육신을 공유하며 자신들의 사랑으로 다르킨을 억누르는 전사가 되었습니다.
바루스 설정 변경의 가장 큰 문제는 변경된 설정이 캐릭터의 대사와 모션, 게임 내 세계관과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루스가 녹서스와 전혀 상관 없는 별개의 인물이 되고, 가족들이 사라지면서 "죄지은 자 고통받을지어다"라는 대사나 목걸이를 만드는 모션은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세계관 역시 그림자 군도와 슈리마, 빌지워터 스토리 개편과 다르게 다르킨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립 없이 바루스의 설정만 변경되었기 때문에 어색할 수밖에 없었죠. 이는 다르킨 캐릭터들이 추가된 이후에도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남아있습니다.
대중문화에서 LGBT를 다루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LGBT는 다루기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주제입니다. 앞선 사례들처럼 LGBT를 위해 게임을 뜯어고치는 방식은 게이머들에게 있어 자칫 게임을 파괴하는 행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임 속에 담은 텍스트가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개발에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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