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시 장르의 거탑 '테일즈샵'과 네이버웹툰의 인기작 '랜덤채팅의 그녀'가 만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원작이 범죄 추리 액션 활극으로 변모해가는 와중에 미연시에 충실한 하렘 장르로 재탄생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월 28일 '스팀'과 '스토브'를 통해 정식 출시됐습니다.
국내 미연시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 시리즈로 잘 알려진 'Zad' 작가가 집필했으며 'Kero' 작가가 일러스트를 담당했습니다. 여기에 성우분들의 열연까지, 아무래도 테일즈샵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랜덤채팅의 그녀'는 원작 자체가 컬러감을 잘 살린 수준급의 연출로 유명하고, 특히, 등장인물들의 교복과 사복 등 의상이 화려하고 디테일 했으며 여체 몸매가 예쁜 작화로 인기를 끌었었죠.
초중반은 원작과 거의 동일한 진행을 보인다.
이 때문에 게임을 처음 접할 시에는 아주 약간의 괴리감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작화 자체도 원작 캐릭터의 성격을 잘 반영한 미려한 일러스트기에 초반 플레이 중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초반부에는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등장인물들을 소개해 주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등장하고, 중반을 넘어서며 특정 히로인 루트에 진입하게 되면 원작과는 다른 분기를 선택할 수 있고, 이때부터는 'IF 스토리'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중간중간 수위를 적당히 지켜주는 이벤트 CG를 감상할 수 있다.
공략 가능한 대상은 '성아', '유리', '하민', '리라' 4인입니다. 보는 바와 같이 원작에서 비중적으로 다른 역할을 하던 '성아'와 '유리'도 공략 대상에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분기 선택이 생겼다는 점을 볼 수 있겠죠.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감수해서인지 캐릭터들의 욕설이 상당합니다. 주인공 '최준우'를 포함해 그 나이 남학생들의 걸쭉한 욕설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원작 기준으로도 직설적인 폭언 기질이 있는 히로인 '하민'과 '리라'의 대사에서도 적나라한 욕설들이 쏟아집니다. 주요 인물의 경우 풀더빙을 한 탓에 성우분들의 욕설 연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탐험 요소가 존재한다.
일종의 월드 탐험 요소가 존재합니다. 캐릭터를 움직여 맵을 돌아다니며 학교나 학교 앞 거리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고, 이벤트 존에 직접 움직여서 다음 이벤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메신저 기능, SNS 기능, 선물하기, 알르바이트 등 메인 이벤트 외적인 요소를 통해 데이트? 비용을 벌거나, 호감도를 올리거나, 바로 직전, 혹은 앞으로 일어날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메신저 대화를 통해 호감도를 올릴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대단히 큰 볼륨은 아니고 별 의미 없이 그냥 이벤트 존까지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고작이라 어느 정도 진행하다 보면 이 '탐험' 요소를 스킵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조작감까지 바닥을 치죠. 그냥 구색을 맞춰 놓은 느낌입니다.
원작에서는 갑자기 온갖 청소년 범죄 집단이 주인공 근처에 몰려들면서 경찰 없는 세계관으로 변모, 주인공이 흑화 해서
추적하고 반격 당하고 도로 단죄하는 이벤트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아마도 4인의 히로인과 크게 상관없는 연애 외적인 이벤트는 최대한 배제한다고 했으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리라의 등장까지 해서 히로인이 전부 모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리라'의 환경적인 불우함은 그대로 살려 원작 설정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한 점이 보입니다.
다만, 문제는 생각보다 원작의 비중이 심각하게 높습니다.
초반에 몇몇 대사들은 그냥 웹툰을 보고 그대로 써 내려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동일하고, 또 동일한 흐름을 너무 오랫동안 타는 통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실 원작의 흐름이 항상 매끄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죠. 다만, 웹툰이란 플랫폼은 컷과 컷으로 이루어진 연출과 주 1회 연재라는 연재성 탓에 어느 정도 감수하고 볼 수 있었는데 텍스트 위주에 마음만 먹으면 쭉 훑을 수 있는 미연시에서도 원작 흐름 그대로 가고, 다소 이상했던 상황 설정, 인물들 간의 주요 대사를 살려서 가려니 등장인물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플레이어의 마음을 대변하는 태양
특히, 대부분의 감정 묘사를 최준우 개인의 독백에만 집중한 터라 원작이 비판받는 요소 중 하나인 소위 '정병 급발진' 느낌이 더 강해졌습니다.
고등학교 배경인 만큼 해당 나이대 아이들의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몰라도 지나친 욕설 사용과 초성체 사용 역시 재미보다는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니, 몽글몽글한 연애물을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굳이 이 딥다크 이벤트를 살렸어?' 싶은 부분이 많죠.
미연시 '랜덤채팅의 그녀'는 팬층이 두터운 인기 개발사와 인기 IP가 만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때문에 출시 전부터 기대감이 높았으며 4만 원에 달하는 가격 역시 그러한 흐름이겠습니다.
원작 설정을 설명하기 위한 과한 할애가 오히려 독이 됐다.
다만, 원작의 장점은 작화뿐만이 아니라 랜덤 채팅이란 독특한 소재를 빌미로, 어둡고 습하지만 끝내 주변의 도움으로 극복해 내는 주인공 최준우와 주위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물고 물리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백미였는데 이런 점은 없어져 버리고 주인공의 답답함은 그대로 유지된 채 후반에 가서야 히로인 엔딩 루트에서 급발진을 타게 되니 오히려 원작 고증을 하려고 한 부분이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테일즈샵은 랜덤채팅의 그녀 발매 이후 하루 만에 중요 공지를 통해 기존 시나리오는 '웹툰 원작 버전'으로 해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게 놔두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해 '최준우'가 아닌 유저가 이름을 정해 플레이할 수 있는 새로운 주인공을 중심으로 진행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피드백으로 받은 시나리오적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죠. 리콜까지는 아니어도 일종의 전면 AS 공지인 셈이니 이러한 반응을 제대로 체크하고 있단 소리겠네요.
팬들이 바라는 '랜덤채팅의 그녀'의 미연시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랜덤채팅의 그녀 영상
서비스 테일즈샵
플랫폼 스토브 / 스팀
장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출시일 2023년 03월 28일
게임특징
- 원작이 있는 게임에서 원작이 발목을 잡는 희한한 상황.
[김규리 tete0727@naver.com] /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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