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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탕에 갈비가 빠졌는데요? 시리즈 매력 사라진 '세틀러: 새로운 동맹'

작성일 : 2023.03.08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RTS 게임 '세틀러' 시리즈가 13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세틀러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인 '세틀러: 새로운 동맹'은 시리즈 25주년을 기념해 2019년에 발매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연기를 발표, 이후 두 차례 더 연기가 이뤄지면서 세틀러 팬들을 조바심 나게 만들었다. 무려 4년이나 더 기다린 작품인 만큼 세틀러: 새로운 동맹은 높은 완성도와 함께 전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로 가득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더욱이 다섯 번째 넘버링에 해당하는 '세틀러: 왕들의 유산'부터 본 시리즈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잃어가면서 많은 팬들이 실망한 바 있으며, 전작인 '세틀러7: 왕국으로 가는 길' 또한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세틀러: 새로운 동맹에 거는 기대가 컸다.

특히 세틀러: 새로운 동맹은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세틀러3'와 '세틀러4'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힘과 더불어, '세틀러1'과 세틀러3의 핵심 개발자인 Volker Wertich가 제작에 참여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Volker Wertich는 개발사와 의견이 맞지 않아 프로젝트에서 중도 하차했다)

과연 세틀러: 새로운 동맹이 시리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작품일까? 그리고 시리즈를 부흥시킬 수작일까? 직접 게임을 체험해본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처음 본 작품을 접하면 시리즈 특유의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를 가진 동화풍 비주얼을 만나볼 수 있으며 과거 세틀러를 플레이하던 추억을 강제 소환하게끔 한다.

특히 유비소프트의 자체 엔진 중 하나인 '스노우드롭' 엔진으로 개발됨에 따라 캐릭터의 움직임을 더욱 역동적으로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물과 절벽, 모래사장, 숲 등 다양한 지형지물을 실사와 같이 표현했다. 게임 내 지형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라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본작에서 가장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역시 '교통'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벌목을 통해 통나무를 획득해 판자로 만들고, 채석장 혹은 돌광산에서 석재를 캐는 등, 자원을 모아서 다양한 건물을 건설하게 된다. 전작들의 경우에는 건물만 지어놓으면 일꾼 유닛들이 스스로 생산 건물에서 얻는 자원을 제작 건물로 옮기는 등 크게 신경쓸 것이 없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교통망을 만들어 물자의 운송 효율을 관리하도록 했다.

기술자만 있다면 무료로 건설할 수 있는 흙길부터, 유닛들의 이동 속도를 대폭 향상시켜주는 돌길을 만들어서 교통망을 만들어가야하며, 교통망을 확충하고 유닛들이 더욱 빠르게 물자를 더욱 빠르게 운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물 건설 시에는 건물의 입구를 4개 방향 중 하나로 설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도로가 존재하는 쪽으로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도로가 없다고 하더라도 유닛들은 물자를 자동으로 운반하나, 운송 속도가 현저히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적군보다 더욱 빠른 물자 공급을 위해서, 그리고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통망 확충에 신경써야 한다. 효율적이지 못한 교통망을 갖출 경우, 유닛들이 물품을 운송하는 과정에 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세틀러 시리즈의 특징도 살렸다. 자원지에서 자원을 획득해 2차 가공품을 만들고, 해당 가공품을 각종 완성품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은 세틀러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한 것이다. 특히 경계석을 한땀한땀 넓혀가는 귀여운 모습의 파이오니어(Pioneer, 본작품에서는 기술자), 그리고 그들이 광맥을 찾았을 때 내는 "예삐!"하고 외치는 모습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하지만 세틀러: 새로운 동맹의 신선함과 전작에 대한 추억은 여기까지다. 세틀러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복잡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경제 시스템이라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제 시스템을 매우 간략하게 만들어놨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경제 매커니즘 간소화를 통해서 게임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게임에 대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 할 수 있으나, 이는 세틀러의 아이덴티티를 희석시키고 여타 RTS 게임과 다를 바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의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향상된 것도 아니다. 전작들에 비해서 플레이어가 신경써야 할 요소는 크게 줄어든 것이 맞지만, 여전히 병력을 생산하는데 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매우 느린 편이다.

게다가 나사 빠진 유닛 AI도 본 작품의 중대한 결함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싱글 캠페인, 그리고 AI 대전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AI 플레이어와 지루한 싸움을 펼쳐야 한다. 경제 시스템의 간소화는 병력 생산 및 전투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도록 만들었는데, AI 플레이어와의 전투에서는 전술적 요충지에 단 몇 개의 타워와 약간의 병력만 배치해놔도 손쉽게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의 게임 트렌드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빠른 게임 진행이라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매 판의 승부를 결정짓고, 다음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설계되고 있다. 세틀러: 새로운 동맹은 이러한 트렌드에 합류하기 위해 세틀러 시리즈의 특징은 최대한 담아내면서 본 시리즈의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느리면서도 복잡한 진행을 해결하려고 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악수가 됐다. 세틀러 시리즈 특유의 개성은 옅어졌으며, 재미 요소도 놓쳐버렸다.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는 세틀러 시리즈 본연의 색깔을 띠고 있으나,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세틀러 시리즈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게이머라면, 다음 정식 넘버링 작품을 기다리도록 하자.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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