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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유행은 계속된다, 언제까지나! 2022년 한 해를 지배한 대표 게임 밈

작성일 : 2023.02.04

 

올 한해도 수많은 게임이 함께 했고 그로 인해 파생된 많은 밈들은 우리 게이머들을 즐겁게 만들어줬습니다. 예를 들어 <블루 아카이브>의 몰?루콘은 유저 밈에서 출발한 것이 공식 이모티콘으로 지정되고 6개월 단위로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적용되며 배포되는 등 작년에 시작된 것이 아직까지 유행하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일개 게임 밈은 위 사례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밈이 파생된 원본 게임이 높은 인기와 화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밈의 요소가 최근 트렌드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유행어처럼 쉽게 번졌다가 사그라드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드릴 내용은 조금 다릅니다. 대세 게임에서 발발하지도 않았고 최근 게임 트렌드와 크게 연관성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높은 활용도와 게이머들의 지속적인 회자를 통해 1년 내내 생명력을 유지하며 사랑받은 밈들이죠. 

따라서 이번 조선통신사도 지난주에 이어 밈(meme) 특집입니다. 이번에는 올해를 지배한 '2022년도 대표 게임 밈'을 다루고자 합니다.

■ 근데 이제 뭐함?

<가디언 테일즈>의 유저 커뮤니티인 '가디언 테일즈 마이너 갤러리'에서 시작된 밈으로 영화 <혹성탈출>에 등장하는 유인원들의 작중 모습을 짜깁기하여 배치한 것뿐인 조악한 퀄리티로 만들어졌지만 생각 이상으로 높은 인기를 끌며 유행하고 있죠.

기본적인 뼈대는 '콘텐츠의 부족 내지는 운영 실책으로 인해 해당 게임(작품)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콘텐츠 업데이트가 아닌 '예고'로 급한 불 끄기를 시전하는 제작사와 퍼블리셔'-'무지성으로 이를 찬양하는 팬덤 가운데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극소수의 유저'-'이를 분탕종자로 취급하며 마녀사냥'을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4단계를 따라갑니다.

이 밈은 사실 구석구석 잘 살펴보면 가디언 테일즈라는 게임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요소가 많습니다. 스토리텔링이 게임의 존재의의라 부를만큼 비중이 높고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업데이트 속도에 비해 콘텐츠 소모 속도가 워낙 빨라서 금새 손가락을 빨면서 정말로 '근데 이제 뭐함?'을 부르짖어야하는 유저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원래대로라면 내수용이 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내재한 밈이라는 것이죠.


머리를 봉합하고 이성을 찾은 오랑우탄이 하는 말은 만큼 사실 곱씹어 생각해보면 전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반창고를 머리에 붙인 오랑우탄'을 통해 무지성으로 게임(작품)을 찬양하는 '머리 깨진 유저'들을 비판하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신앙의 대상'이었던 프로듀서나 대표의 사진을 찢거나 불태우는 퍼포먼스는 어느 커뮤니티를 가도 볼 수 있는 공통적인 모습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갤러리가 쳐들어오고 게임의 발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척 하면서 사료 안 주면 민심을 되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이중적인 모습까지 속된 말로 거를 타선이 하나도 없습니다.

덕분에 '근이뭐'는 상용화 서비스 중인 온라인/모바일 게임 그리고 이를 넘어서 모든 종류의 서브컬쳐 콘텐츠에 적용할 수 있는 높은 범용성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용의 순서를 도치하거나 생략해서 진짜로 게임이 살아나는 것을 표현하거나 밑도 끝도 없이 망하는 상황으로 개조할 수도 있습니다. 조악한 퀄리티로 만들어진 것이 되려 장점으로 승화됐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 상원의원 암스트롱

역주행의 첨단을 달리는 선두주자, 메탈기어 시리즈에서 시열대상 가장 나중의 이야기를 다루는 <라이징 리벤전스>에서 등장하는 상원의원님을 올해의 밍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본래대로라면 상원의원님의 캐릭터성은 메탈기어 본편에서 주요 적대 세력이었던 '애국자들'과 직접적인 연계는 없었지만 끝없는 투쟁과 무정부주의라는 이념을 이어받아 극단적으로 해석한 인물이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행적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개요만을 읽는다면, '미치광이 혁명가'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흔히 말하는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는 높으신 정치가 포지션인거죠. 

보통 이런 '높으신 분'의 스테레오타입은 위에서 지시만 내리는 음험한 모습을 보이다가 주인공의 활약에 계획이 분쇄당하고 허무하게 사망하는 것입니다만 상원의원님은 달랐습니다. 최종장에서 최후의 메탈기어였던 엑셀서스를 탑승하고 나와서 주인공인 라이덴에게 처참하게 패배하는 것까지는 에상대로였는데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난데없이 나노머신으로 신체강화를 하더니 근육빵빵 올뺵머리가 되어 육탄전으로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최후의 적이 된 것입니다.

물론 메탈기어 시리즈 내에서 나노머신의 활용도가 거의 무안단물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이기에 그리고 상원의원님의 배경 설정을 보면 운동선수, 직업군인이라는 경력이 있었으므로 그렇게까지 뜬금없는 전개는 아니었지만 암만 두들겨도 체력이 0.1%단위로 소모되는 힘의 차이를 보여주고 일방적으로 사이보그 전사인 라이덴을 구타했기에 강한 인상을 남겨주는데 성공했죠.


익숙한 사람은 장면전환 없이 도입부 대사인 Slippery Little Bastard (미꾸라지 같은 녀석)만 들려와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기까지는 밈의 조건을 충족하나 딱 하나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원본 게임이 2013년에 출시한 꽤 오래된 작품이었다는 것이죠. 이 밈이 왜 최근에서야 발굴됐냐면 극중 암스트롱이 자신의 진의를 숨기고 사람들을 선동하기 위해 거짓 공약으로 내세운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가 2020년도 말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방향과 상당부분 겹치던 정치적인 상황, 그리고 앞서 말한 힘의 격차를 보여주는 장면이 묘하게 웃긴 형태로 편집된 영상의 업로드 시기가 겹쳐서 생각치 못한 시너지를 낸 것이 큰 이유입니다.

영미권에서 2021년도를 기점으로 이 밈이 폭발적으로 유행을 탄 것이 전세계적으로 퍼졌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2022년에 들어서 한국에서도 유행하며 올해를 대표하는 밈 중 하나가 됐습니다. 주된 활용법은 누군가가 상대를 때리는 일촉즉발에 상황에서 상원의원님이 난입하여 후려치고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형태가 일반적이며 야한 장면을 잘라먹는 '너굴맨'이나 '빅 데이터 수집 로봇'과 단속반으로도 유의미한 활약을 보이고 있죠.


그립읍니다. 상원의원님

■ 켈시

<명일방주>의 등장인물 '켈시'는 스토리 내에서 핵심인물로 박사(닥터), 아미야와 함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역입니다. 박사와 아미야는 각각 모종의 이유로 기억 상실과 지휘관을 역임하게 되면서 신변에 변화가 있었고 그 중심에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켈시'가 중심에 있다는 정황증거가 있어 명일방주의 극초반 스토리는 켈시의 행적을 추적하고 그녀와 합류하여 로도스 아일랜드의 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주된 목표죠.

문제는 그렇게 만난 켈시는 마치 분탕을 치는 것처럼 이야기의 핵심만을 피해 뜬구름 잡는 소리만을 반복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박사와 아미야는 그녀에게 협조를 구하지만 떡밥만 잔뜩 투척하고 이를 전혀 회수하지 않는 행적이 게임 서비스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고 이에 대한 불만이 알음알음 쌓이다가 끝내는 밈으로 승화되어 놀림거리가 된 것이죠.


패러디물인 '켈시의 편지', 내용은 그럴싸하고 장황하며 문장은 많지만 정보는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켈시의 밈화는 한국 서비스 초기인 2020년부터 진행되어왔다가 최근에 다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수상할 정도로 한국 서비스에 진심인 명일방주가 풀 더빙 지원 등 아방가르드한 사후 지원으로 입소문을 타며 많은 신입 독타들을 끌어모아 켈시의 악명(?)이 다시금 퍼져나가게 됐고 그 와중에 켈시는 스토리에 진전이 없는 이상한 소리만 하는 증상이 여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는 상황이 절묘하게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심지어 도입부에서 소개한 몰?루콘과 기적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켈시콘의 등장으로 켈시는 현재 명일방주를 넘어서 온갖 곳에서 어그로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원하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엉뚱한 표정과 함께 모르쇠로 일관하는 몰?루콘은 절대로 원하지 않는 답을 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가득찬 켈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명일방주 관련 커뮤니티에서 초보 독타들의 질문글에 켈시가 등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켈시콘 때문에 분노한 초보 독타, 그리고 그 게시물에도 어김없이 달리는 켈시콘이 킬포인트입니다 

■ 풀캬루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 정보 공개 당일,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캬루 닮았다는 이야기는 똑같이 나왔습니다.

올해의 밈 마지막을 장식할 친구는 바로 풀캬루 아니 냐오하입니다. 포켓몬스터 최신작인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이 출시되기 전에 최초 정보 공개 당시부터 풀 타입의 스타팅 포켓몬으로 등장하여 많은 화제가 됐죠.

화제가 된 원인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생김새가 다른 게임인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의 주역인 '캬루'와 굉장히 닮아있다는 것이 그 이유죠. 

사실 이전부터 '캬루'라는 캐릭터부터가 작중 행적부터 제작진의 편애를 받는다는 성능 논란을 비롯하여 꾸준히 혐성 스택을 쌓아오며 게임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밈화되어 놀림감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게임의 등장 캐릭터가 고양이 귀, 번개 속성, 스파이 의혹이라는 속성 중 하나 이상 연루되어 있다면 그 이름을 덧씌워서 각루(원신의 '각청'), 총든 캬루(블루 아카이브의 '세리카') 등으로 응용되어 왔고 당연히(?) 냐오하 또한 이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풀캬루라는 밈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버렸는데요.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의 인게임 정보가 점점 풀려나면서 냐오하의 최종진화형 포켓몬인 마스카나에서 캬루와의 연관성이 더욱 확고해지는 일이 벌어진겁니다. 


오히려 공통점이 늘어나버렸다?

악 타입이라는 악당 속성, 매지션 포켓몬이라는 분류 때문에 마법사 속성, 양갈래 머리와 마스크라는 외형적인 특징을 캬루와 공유하고 있음이 밝혀졌고, 게임 본편의 내용은 아니지만 TV애니메이션으로 방영한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에서 캬루가 벌레와 관련한 수난사를 겪은 것 때문에 냐오하와 모든 진화형이 벌레 타입에 4배로 두들겨 맞는 풀 타입이라는 사실도 재조명되었죠.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냐오하는 미움 받는 포켓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능적으로는 유불리가 확실하여 엄청나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라 논란의 여지 없이 그냥저냥 활용되는 쪽이고 생김새는 고양이 기반 포켓몬이다 보니 귀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름 팬층이 두텁습니다. 원본에 해당하는 캬루보다는 상황이 훨씬 양호하죠. 냐오하 팬들이라면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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