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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대부분은 '그거'입니다. 유명 게임의 대표적인 '버그'들

작성일 : 2023.01.21

 

최근 발매한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최신작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이 이전까지는 다른 기조로 혹평받으며 안 좋은 의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포켓몬 시리즈는 늘 신작이 나올 때마다 급변하는 시스템과, 크고 작은 문제점이 산재하고 있어 '구관이 명관이었지', '전작이 선녀로 보인다'고 평가받는 게 연례행사와 다름없었는데 유독 이번 경우가 심하다는 평입니다.

살짝 발을 담궈본다면 오히려 게임성은 최근 나온 포켓몬 시리즈 중에서는 상당히 괜찮다는 호평이 많습니다. 특수 배틀 시스템인 '테라스탈'은 전략적인 활용과 관련해서 메가진화-Z기술-다이맥스 등 논란이 있었던 이전과 달리 밸런스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고,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 육성과 수집의 편의성도 굉장히 좋은 축에 속한다는데 대부분 동의를 표하고 있죠.

문제는 게임성이 괜찮은데 각종 버그와 최적화 문제로 인해 구매자들이 정작 그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기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는 점입니다.


보기만 해도 어질어질한 게임의 품질

2022년 작품임에도 뚝뚝 끊기는 프레임과 낮은 품질의 그래픽은 물론이거니와 인카운터 대상이 허공을 답보해서 제대로 된 상호작용과 진행이 불가능하고, 캐릭터들의 팔다리가 엿가락처럼 늘었다 줄었다 꺾이면서 괴기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일부 오브젝트는 제 위치에서 벗어나 보기 민망한 모습이 되는 등 각종 버그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고 그 수도 많아 게임의 평가를 깎아먹는데 일조하고 있죠.

이처럼 개발 과정에서 생겨난 버그들은 때로는 좋은 방향으로, 때로는 나쁜 방향으로 게임의 이름을 알리는데 영향을 주는데요. 과연 어떤 사례들이 게임을 대표하는 버그로 등극했을까요?

■ 아념몬드의 야망을 막아라, 꺼라이어스의 깐프여!

'워크래프트 3:리포지드'(이하 리포지드)는 고전 명작 RTS '워크래프트 3'의 리마스터 버전으로 야심 차게 내놓은 블리자드의 회심작이었지만 영 좋지 못한 완성도와 거짓 마케팅, 그리고 넘쳐나는 버그들로 인해 지적받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작품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깐프'로 대표되는 '폰트 깨짐 버그'입니다.

사실, 리포지드 직전 출시했던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에서 오역 이슈가 불거져 나온 탓인지 리포지드의 번역과 더빙의 퀄리티는 상당히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런 좋은 현지화 퀄리티가 무색하게도 아주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실수 그리고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검수가 환장의 콜라보를 이루며 폰트가 깨지고, 겹치면서 이상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 위의 버그인 셈이죠.


번역 검수가 깐깐하지 못해서 깐프 사태가...

이 버그는 특정 문자가 다른 특정 문자로 치환된다는 법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엘'은 '깐'으로 바뀌고, '르'는 '람'으로 바뀌며 일부 문자는 아예 사라지는 현상이 벌어져 아주 괴이한 구조의 문장이나 명사를 만들어 버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기묘한 버그는 오히려 많은 플레이어들이 시달리던 끝에 정이 들었는지 멀쩡하게 잘 나오는 문장도 버그를 적용해 치환하여 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요. 아쉽게도(?) 2020년 2월 업데이트로 버그가 수정되어 지금은 볼 수 없다고 하네요.

■ 신비와 마법이 넘치는 판타지 월드의 1차 세계대전


아마도 배필 시리즈 최후의 불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배틀필드 1은 대부분의 밀리터리 FPS/TPS 대다수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그 이전에 벌어진 가장 큰 전쟁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희귀한 게임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세간에서는 2차 세계대전의 규모나 피해 그리고 파급력이 워낙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1차 세계대전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는데요. 배틀필드 1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때까진 제작진이 아직 언에듀케이티드했던 것인지 시대상 고증은 아주 철저하게 지켜졌고, 시나리오의 밀도나 플레이 측면에서의 재미도 충분했으며 사후 지원도 아주 빵빵했죠.

덕분에 배틀필드 1은 후속작인 배틀필드 V(5)와 배틀필드 2042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전작인 배틀필드 4와 함께 게임의 수명이 한없이 길어지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가지 흠결을 잡을 게 있었다면 바로 출시 전, 그리고 출시 초기의 황당한 버그들입니다. 추락하던 초거대 비행선 그라프 체펠린이 다른 비행기 전투기와 부딪히더니 관성의 힘으로 공중에서 팽이 돌듯 격렬하게 회전하며 잔해와 불을 뽐어내는 '파이어 토네이도'나 바다가 아닌 공중을 부양하는 '우주전함 드레드노트' 외에도 물리 엔진의 오류로 인해 발생한 버그들이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큰 웃음을 줬습니다.

버그의 양상 자체는 도입부에서 언급한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과 크게 다른 게 없지만 그나마 이쪽은 게임 진행에 크게 악영향은 주지 않는 선이고 발생 빈도도 적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끔 터지더라도 기분 나쁘다기보다는 빵 터진다는 게 면죄부가 된 셈이죠. 그래도 버그는 버그다 보니 제작진에서도 이를 수정하여 지금은 보기 힘든 광경이 됐습니다.


화염 마법이 실존하던 제 1차 세계대전의 현장

■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세기말의 농구 코트로


세기말은 이런 것이다를 몸소 보여주는 게임

길티기어, 블레이블루 시리즈를 개발하며 캡콤, SNK, 남코 못지않은 격투 게임 명가로 알려진 제작사 '아크 시스템 웍스'는 그 우수한 개발력을 인정받아 다른 IP의 격투 게임 제작 또한 여럿 진행한 바 있습니다. 

개중에는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드래곤볼 파이터즈 등 괜찮은 퀄리티의 작품도 있었지만 초기에는 영 신통치 않은 작품도 여럿 배출하곤 했죠.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 바로 아케이드판 '북두의 권'입니다.

북두의 권은 원작부터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탈을 쓴 개그 무협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기묘한 작풍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를 토대로 만든 게임인 아케이드판 북두의 권도 기묘함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등장 캐릭터의 파워 밸런스나 기술들의 원작 재현도는 상당했지만 원작을 너무 리스펙트하다보니 세기말스러운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버그는 세기말 격투 게임을 세기말 농구 게임으로 바꿔놓은 바스켓 콤보 버그입니다. 


실제 콤보가 이런 식으로 이뤄집니다

보통의 격투 게임은 실력차가 나더라도 손도 못 쓰고 패배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콤보 중 큰 손해를 감수하고 긴급 탈출이 가능하거나, 콤보가 길어질 수록 위력 보정이나 낙하 속도에 보정을 넣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아케이드판 북두의 권은 낙하 속도 보정이 잘못 걸려 있는지 콤보수가 늘어나면 강제로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버그가 있었고 아크 시스템 워크스 게임 특성상 따로 절대 판정이 없어도 콤보가 유연하게 이어질 수 있었기에 모두가 기상천외한 루트로 상대방을 농구공으로 만들어 무한 콤보를 노리는 게임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무한 콤보는 이론상 모든 캐릭터로 구사할 수 있고,  콤보를 사용하는 것의 난도가 상당하다 보니 바스켓 콤보 버그를 쓰는 것부터가 실력으로 인정받는 수라도가 열리게 됐습니다. 사기캐부터 최약캐까지 모두가 사기를 칠 여지를 가지게 되니 역으로 밸런스가 맞춰져 게임의 수명이 말도 안되게 늘어났죠.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여기에 어울리지 않을까요.

■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버그라도 불사한다


설정상 악인은 용서 못한다는 정의덕후이신데...

격투 게임에서 버그를 활용한 창발적 플레이가 일종의 시스템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테크닉 중 하나가 바로 KOF(더 킹 오브 파이터즈)에 등장하는 김갑환의 테크닉 '패기각 캔슬' 통칭 패캔입니다.

KOF는 기본적으로 일반 필살기의 후속 딜레이를 제거하고 파워 게이지를 사용하는 초필살기로 강제 연계를 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게이지를 소모값을 요구하는 슈퍼 캔슬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는데요. 극히 일부 필살기들은 초필살기로 강제 연계가 되는 것이 디폴트값인 몇몇 사례들이 있습니다. 패캔의 베이스가 되는 패기각-봉황각도 그렇죠.


패캔 중에서도 가장 구사 난도가 높다는 미끄러지는 패캔 '슬라(슬라이딩)패캔'

문제는 파워 게이지가 없는 상태에서 패기각-봉황각 연계의 커맨드를 입력하면 봉황각은 나가지 않지만 패기각의 후딜레이는 사라지는 버그가 우연히 발견됐고 이를 잘 활용하면 스탠딩 상태에서 높은 경직치를 유지한 채 콤보를 이어갈 수 있어서, 난도는 상당하지만 마음대로 구사할 수만 있다면 김갑환의 잠재력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는  고급 테크닉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갑환의 기본 성능이 엄청나게 향상된 2002 이후로는 사라진 버그지만, 그 이전까지 원거리 견제에 매우 취약한 김갑환이 어떻게든 적에게 붙기만 하면 강력한 압박 능력으로 엄대엄을 만들 수 있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버그라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워낙 구사하기가 어려운 버그다 보니 당하는 사람들도 기분 나쁘다기보다는 감탄사를 연발케 하기 때문에  제작사 측에서도 한동안 고치지 않고 놔두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 번외편, 존재 자체가 버그


오늘 밤 버그 사냥에 나선다

버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103번째 챔피언, 추적하는 사자 '렝가'입니다. 

렝가는 튼튼한 암살자, 전리품 수집 그리고 타 챔피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특수한 고점에 도달할 수 있는 등 독특한 시스템이 많이 활용된 실험적인 챔피언인데 특히, 렝가만이 사용하는 자원 '야성'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렝가와 렝가를 플레이 하는 유저, 그리고 함께 소환사의 협곡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버그에 시달리는 '원흉'이 되고 있습니다.

라이엇게임즈의 공식 토크쇼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는 원인에 대하여 야성 자원의 메커니즘 때문에 기본 코드가 복잡하게 짜여있고 야성으로 강화된 스킬과 일반 스킬이 쿨타임이 따로 도는 문제 때문에 강화 발동 시점과,사용 시점, 해제 시점을 모두 나눠서 처리하는 스크립트가 버그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라 언급했는데요.이로 인해 발생한 버그는 무려 수십가지가 넘습니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공식 토크쇼 '부쉬토크' 1화에서도 렝가의 버그는 가장 많은 문의가 들어온 내용 중 하나였습니다

조건만 맞추면 마치 우르프 모드마냥 쿨타임 제약 없이 스킬을 2연사, 3연사로 사용하며 사대를 도륙내는게 가능했고 야성 스탯이 가득찼을 때 단 한 번만 쓸수 있는 강화 스킬 여럿이 동시에 발동되는 버그도 있고, 기본 공격 모션과 판정을 활용하는 온 힛 스킬 포악함 때문에 기본 공격과 상호 작용하는 아이템들도 버그의 폭풍에 휘말렸으며 영구/반영구 은신으로 적 원거리 딜러와 마법사에게 섀도우 복싱을 요구하는 등 렝가는 버그와 공동 운명체에 가깝다고 볼 수준입니다. 심지어 몇몇 버그는 고쳐졌다가 나중에 또 부활하는 등 생명력까지 질기죠.

시간이 지나면서 남의 스킬셋을 훔쳐서 쓰는 사일러스, 비에고가 이처럼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인해 수많은 버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평을 듣지만 렝가 정도의 영향력은 가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렝가의 버그는 심지어 패치를 통해 고쳐진 게 한참 나중에 다시 부활하는 질긴 생명력까지 자랑하고 있어 궤를 달리합니다. 어쩌면 2023 시즌에서도 새로운 버그가 발견될 지 모를 일이죠.

[게임조선 편집국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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