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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HOXY 아십니까? 기묘한 제목으로 어그로를 유도하는 게임들

작성일 : 2023.01.14

 

가끔 문화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범인(凡人)의 시선으로 이해하기 힘든, 특이한 제목을 가진 작품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들어서는 본편의 내용과 괴리가 있는 제목들로 '입구컷'을 하는 라이트 노벨이나 '무슨 의미가 부여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제목의 게임이 그렇죠.

위에서 예시로 든 두 작품의 경우는 전자의 라이트 노벨은 제목만 봐서는 그냥 서비스신이 난무하는 유희물에 가까운 제목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나타낸 성장소설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시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면 39라는 숫자에 대해 대체 후속작을 몇 번을 우려먹은 것인가 편견을 가지기 쉽지만, 실은 3과 9를 일본어로 읽는 방법인 고로아와세로 '미'와 '쿠'를 대입하면 '미쿠's' 혹은 'MIX'로 읽을 수 있어 저런 제목이 책정됐다고 합니다.

심지어 프로젝트 디바 메가 39's는 주인공 캐릭터인 미쿠의 생일인 3월 9일, 혹자는 시리즈 팬들에게 감사를 뜻하는 Thank you(산큐)를 음독인 3(산), 9(큐)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기묘한(?) 타이틀명인데요.

이번 조선통신사에서는 이처럼 독특하고,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한 제목들을 가진 게임 타이틀을 모아봤습니다. 


■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


가증스러운 용사놈들!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는 SCE에서 개발한 퍼즐 RTS 장르의 게임입니다. 2007년 발매작 주제에(?) 패미컴 시절의 8비트 도트 그래픽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과 음원 그리고 실소를 자아내는 개그 센스로 나름대로 팬층을 확보하며 성공을 거둬 꽤 장수하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죠.

제목의 유래를 잘 모르고 보면 서브컬쳐 분야에서 드문드문 나오는 단순한 '용사물 비틀기' 장르의 작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실제로도 플레이어는 적대 세력인 용사에 맞서 마왕에게 호출된 파괴신으로 용사를 막기 위한 함정과 몬스터를 준비하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제목이 가진 진짜 의미를 알게 되면 꽤 흥미로운 부분이 더욱 많이 보이게 됩니다. 게임의 제목인 '○○ 주제에 건방지다'는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일컬어지는 '도라에몽'의 캐릭터 비실이에게서 유래한 명대사입니다.

보통 도라에몽의 명대사라고 한다면 비밀도구나 장난감을 빼앗으며 '네 건 내 거고, 내 것도 내 거야'라는 퉁퉁이의 대사를 떠올리지만 그에 동조하는 비실이의 대사가 바로 '노진구 주제에 건방지다'입니다.


사실 퉁퉁이의 명대사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즉 이 게임은 단순한 용사물만 비트는데 그치지 않고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의 요소들을 전부 비틀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작품 내 등장하는 용사라는 작자들은 전혀 정의롭지 않은 수단만 골라가며 최속으로 던전을 클리어하려고 들고, 때때로 치트까지 동원하면서 이름은 죄다 AAA, BBB, CCC스러운 무성의한 이름을 하고 있어 효율만을 추구하며 로망이 사라진 게이머들을 꼬집고 있습니다.

심지어 악마성에서 채찍과 단검을 들고 활보할 것 같은 용사 '리히텔', 수상한 무기에 정신이 홀려 미쳐버린 용사 '카미유'에 몬헌에서 본 듯한 '미라...' 어쩌고, '리오...' 어쩌고 하는 마물들이 언급되며, 후속 시리즈는 제목에 좌절을 의미하는 'Or2(좌절)', ':3(비웃음)' 등의 넷 슬랭이 추가되는 등 서브컬쳐 지식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는만큼 보이는게 많아 더욱 즐거운 게임 되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도라에몽에서 '비실이'의 음성을 담당한 성우는 '세키 토모카즈'인데요. 이 게임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를 소환한 NPC 캐릭터 '마왕'을 담당한 성우도 '세키 토모카즈'입니다. 마왕이 비실이 톤으로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라고 외칠 것을 상상해보면 여러모로 노림수가 느껴지는 캐스팅입니다.


어라?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의 상태가?

■ 염소 시뮬레이터 3


아무도 기대 안했지만 그 염소들은 돌아왔다

2014년, 스웨덴의 커피 스테인 스튜디오에서 사내 콘테스트 결과물로 나와 여러 의미로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던 '염소 시뮬레이터'의 후속작입니다.

8년만에 나오는 후속작이긴 한데 염소 시뮬레이터가 2편을 건너 뛰어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자사의 인기작을 3편 이상 내놓지 않는 '밸브'의 시리즈 정책, 그리고 이 게임의 콘셉트와 제작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데드 아일랜드'가 베이퍼웨어에 가깝게 2편을 내놓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돌려까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힝, 우리 밸브는 3편 같은 거 몰랑

재미있는 사실은 '데드 아일랜드 2'의 경우 개발 환경에 난항을 겪으며 지속적으로 개발사를 갈아탄 끝에 2023년 출시가 확정됐지만 이를 놀려먹으면서 등장한 염소 시뮬레이터3 는 훨씬 빨리 발매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1편부터가 짧은 시간 내에 콘셉트만 확실하게 잡아 만든 누더기에 가까운 게임이었기 때문에 컬트적인 인기와는 별개로 순수하게 게임성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고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DLC로 이를 커버한 감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3편은 전작에서 할 수 없었던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 및 개선되면서 샌드박스 게임으로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팬들로부터 기대를 불러 모으는 중이죠.

다만, 이번에도 제목 어그로가 너무 강한 탓에 게임성이 과연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지는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네요.


이미지가 깨지거나 글리치가 난 게 아닙니다. 제목인 다운그레이드 에디션에셔 알 수 있듯이 의도된 것입니다

■ 뿌요뿌요 通(2)


한국어 버전에서도 뿌요뿌요 투 보다는 츠에 가깝게 읽힙니다

'뿌요뿌요 2'는 뿌요뿌요 시리즈의 2번째 작품으로 컴파일을 돈방석에 올려놓으며 당시 기준 강소기업의 반열에 서게 한 고전 명작 퍼즐게임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JRPG '마도물어'의 스핀오프였던 뿌요뿌요가 후속작인 뿌요뿌요 2를 통해 일약 손 댈 부분 없는 완전체로 거듭나면서 당시에는 딱히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재조명 받은 사실이 있는데요. 게임의 규칙성과 시스템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에 적용되는 '말장난' 또한 뿌요뿌요 2가 그 시초라는 것입니다.

뇨끼 할배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前 컴파일 사장 니이타니 마사미츠는 2016년 인터뷰 당시 뿌요뿌요 2의 원 제목의 통(通)에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를 풀었는데요. 


본명 '니이타니 마사미츠'나 개발자로서의 이름인 'MOO 니이타니'보다 '뇨끼할배'라는 별명이 더 익숙한 그 분

뿌요뿌요 2의 이름이 그리 정해진 건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게임잡지 패미통(通)을 의식한 것도 있고, 근거리 통(通)신 대전이 가능하다는 이유도 있으며, 통(通)이라는 한자가 일본어로 음독할 경우 '츠'로 읽히고 이는 일본어로 영문 숫자 2(Two)를 읽을 때와 같은 발음이라는 복합적인 이유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후 시리즈는 이러한 유래 때문에 타이틀명에 크고 작은 말장난이 들어가는 게 일종의 전통이 되어버렸습니다. '뿌요뿌요 SUN'의 경우 선탠을 편하게 하고 싶다는 하찮은 이유로 마계의 '태양'을 강하게 만든 마왕을 혼내준다는 게임 스토리뿐만 아니라 SUN과 3의 읽는 법이 '산'으로 같다는 이유가 반영됐으며, 뿌요뿌욘 역시 숫자 4를 일본어로 읽는 여러 방법 중 '욘'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후 컴파일이 도산하면서 세가 쪽으로 판권이 넘어가며 퍼즐의 규칙을 제외하면 아트 스타일이나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고 말장난도 사라졌지만 구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말장난 또한 추억의 요소로 간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신호현 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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