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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요버스 '진짜'들이 만들어낸 이야기, '붕괴3rd'의 1부를 되짚어보며

작성일 : 2022.11.19

 

호요버스를 대표하는 ARPG '붕괴3rd'가 어느덧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지 5년째다. 오랫동안 꾸준히 많은 함장(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가운데 호요버스가 최근 5주년 업데이트와 함께 메인 스토리 1부 '달의 기원과 종언'의 최종장을 업데이트할 것을 공지하면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붕괴3rd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들이 에픽 판타지 내지 모에 코드로 불리는 실물 의인화 기반의 캐릭터 수집 게임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세계관'을 내세우는 독특한 포지션을 취하며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냈고  충성도 높은 팬덤을 확보하며 장기 서비스를 이어 나가고 있다.

특히 붕괴3rd의 경우 다른 모바일 게임과 비교해봐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메인 스토리 진행 도중 중요한 국면에서는 반드시 컷신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들이 주요 전투를 앞두고 쉬어가는 타이밍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몰입감을 높여주고,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는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이 들어가며 마무리를 장식함과 동시에 다음 챕터에 대한 예고를 겸하고 있어 게임이 호평받는데 일조하고 있다.

과연, 붕괴3rd는 왜 이런 포지션의 게임이 됐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으로 다듬어져 완성된 것일까? 한국 서비스 시작부터 지금까지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필자가 사심을 가득 담아 이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 Prologue(序) '세계를 구하는 오타쿠'들의 아마추어리즘


붕괴3rd 로딩 화면, 위로 상승하여 함교에 닿는 연출을 거꾸로 뒤집어 지하로 내려간다면 그냥 에반게리온의 네르프 본부 진입 연출이다 = 게임조선 촬영

붕괴3rd와 그 제작사 호요버스에 대해 깊게 파고든 사람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사실이 하나 있다. 이 게임의 뿌리는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고 붕괴3rd는 그 팬보이들인 호요버스의 덕질에 있다는 것이다.

전작에 해당하는 FlyMe2theMoon, 붕괴학원 1, 2편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엔딩곡 제목'이자 상징성이 높은 요소 '달'이 핵심  키워드로 사용됐고, 붕괴3rd는 '시리즈 3작'이라는 의미와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3차 붕괴' 사건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수출판 제목에서만 표기되는 '3rd Impact(서드 임팩트)' 그리고 전반적인 디자인 요소와 색배치에서 노골적이라고 느낄만한 수준의 리스펙트가 드러나고 있다.


호요버스가 게임을 이 악물고 잘 만든건 몸집을 불려서 이런 식으로 소원을 이루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 호요버스 공식 이미지

물론 혈기로 무장한 아마추어리즘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기 쉽다. 붕괴3rd의 초창기는 분명 전작들과 전혀 다른 장르를 처음 시도하고 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잘 다듬어진 액션성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반대급부로 그에 반해 빈약한 내러티브가 돋보이는 모습도 있었다.

스토리는 잘 들여다보면 구멍이 안 난 곳이 없었고 파워 밸런스 등의 설정도 일관적이지 못했으며 한국 한정으로는 실망스러운 번역까지 겹쳐서 스토리텔링을 보고 게임을 하는 진짜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 Destruction(破) '이대로만 갑시다 여러분들'을 용납할 수 없는 '진짜'들


실제로 인게임 스토리는 '여왕 강림'을 기점으로 서사가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 게임조선 촬영

상기한 문제점을 제작진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현재까지 진행중인 1부 스토리 '달의 기원과 종언' 시즌 1에서 서사 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에 해당하는 '여왕 강림' 챕터를 업데이트하며 호요버스는 과감하게 붕괴3rd 초반 스토리를 갈아엎는 리부트 'Reburn'을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상기한 리부트가 '후카, 리타 등 추후 스토리에 등장하여 활약하고 플레이어블이 될 캐릭터들의 빌드업이 너무 빈약하다'는 비판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쨋든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서 '잘 팔리게 만들기 위해선, 일단 이용자들에게 비호감으로 각인되면 안 되니까'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호요버스가 어떤 곳인가, 오타쿠 중에서도 '진짜'로 분류되는 사람들만 모인 그룹이다. 그들은 신규 캐릭터를 제작할 때마다 제작 과정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반영되고 어떤 최신 기술을 사용했는지 썰을 푸는 후기 영상을 올리는데 커뮤니티에서 이를 보고 가장 많이 하는 우스갯소리가 '신뢰도 급상승하는 관상'이다. 


호요버스 제작진은 그냥 보기만 해도 게임 잘 만들 것 같다는 신뢰를 준다고 = 붕괴3rd 공식 유튜브 채널

누군가는 오타쿠의 스테레오타입을 가지고 외모를 비하하는 것이냐고 불편해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호요버스한테는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그들은 오타쿠라는 사실을 딱히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숨길 생각도 없으며 누구보다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게임 내에 누구보다 잘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호요버스 팬들은 상기한 우스갯소리로 칭찬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진짜들은 결국 붕괴 세계관을 한 번 파괴 아니 붕괴시켰다. 아직까지도 호요버스식 스토리텔링이 항상 좋은 평을 듣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붕괴3rd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오타쿠로서의 혼이 담금질 된 '작품'이었기에 그런 과감한 선택이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 Quickening(急) 완성도는 유지하되, 전속전진 속도를 올려라


여왕 강림 이후의 모든 챕터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다들 적당한 수준의 전개 속도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 게임조선 촬영

한 번의 리부트를 거치고 난 뒤 붕괴3rd의 내용 전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프롤로그부터 주인공 '키아나'의 1차적인 내적 성장 과정이 끝나는 '공간의 율자' 강림 스토리까지는 무려 1년 넘게, 9개 챕터에 걸쳐 진행됐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빌드업을 차근차근 쌓아온 이야기는 분명 감동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다소 늘어진다는 비판도 꽤 있었다.

이를 수용한 것인지 호요버스는 이후 챕터들은 2장에서 3장 내외의 분량으로 옴니버스 방식을 취하여 이야기를 전개했다. 적절한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각 이야기가 자체 완결성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몰입도를 크게 저해하는 경우는 없었고, 각 이야기에서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뜬금 없는 언행들이 아주 나중에 가서야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등 복선 배치도 꽤 정교해졌다.


21챕터 6화에서 등장하는 의미불명의 행동은 무려 2년 뒤 영원의 낙원 스토리에 가서야 진의가 밝혀진다 = 게임조선 촬영

신염의 율자 각성을 다루는 '그렇게 화염이 남았다' 챕터처럼 자가복제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었고, '아포칼립스가 말하기를' 챕터처럼 절대 악으로 묘사되던 인물이 실제로는 덮어두고 미워할 수는 없었던 인물로 세탁되는 뻔한 흐름도 보였다.

하지만, 전자는 방황하던 주인공이 비로소 완전히 내적 성장을 마치고, 후자는 그동안 벌여온 악행의 업보를 제대로 청산하며 소원을 이루는 등 좋은 방향으로 그리고 깔끔하게 이야기를 끝맺음하는데 성공했다.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호요버스도 스토리를 다루는 능력이 계속 성장하고 있던 것이다. 


■ REPEAT(:||) 반복되는 이야기에 행복한 엔딩의 꽃다발을


드디어 1부 최종장인데 남은 상대들이 죄다 코스믹 호러급의 존재들이다 = 호요버스 공식 이미지

게임 서비스 5주년 시점에서 붕괴3rd의 1부 스토리 '달의 기원과 종언'은 드디어 막바지에 이르렀다. 역사의 흐름이 반복되며 주인공들은 이전 문명을 완전히 붕괴시키며 멸망의 길로 인도한 '최후의 적'을 맞닥뜨리고 그 최후의 적에 맞서 싸운 끝에 잘못된 길에 들어선 '마지막 용사' 또한 넘어서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어차피 시퀄 스토리 콘텐츠인 '붕괴후서'의 존재 때문에 주인공들이 지키고 있는 인류와 문명의 승리는 사실상 확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내는지는 필자를 포함한 모든 붕괴3rd 플레이어 '함장'들에게 있어 초유의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안그래도 최근 옆동네 '원신'에서 4지역 '수메르'의 이야기를 역대급 호평을 받으며 마무리를 한만큼 붕괴3rd의 스토리 전개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된 상태다.

과연 호요버스는 주인공들이 '비극으로 끝난, 전 문명의 반복되는 역사'를 멋지게 극복하는 감동적인 피날레를 쓸 수 있을까? 쉬고 있던 함장들은 지금 즉시 복귀하여 이야기의 엔드 마크를 함께 하길 추천한다.

[신호현 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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