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은 자살한 K양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아바타에게 옷을 사 입히는 온라인게임을 하다 이용료가 170만원이 나와 어머니에게 자주 야단 맞았다는 것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사건이 있어도 사고의 정황을 정확하게 조사하지도 공개하지도 않는 것이 관례인 것 같다.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죽었다는 사실만을 단편적으로 알려줄 뿐이서 객관적으로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날 이후 게임 기자들은 사건과 관련된 게임 업체가 도대체 어디인지 알아내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추가적인 사실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게임 업계 일각에서는 "누가 게임하래?" "죽긴 왜 죽냐?" "어차피 죽을 애였어" 등의 말로 어린 소녀를 다시 한번 죽이고 있다.
이들은 게임에 무지할 수 밖에 없는 소녀의 부모님에 대해서도 "환불도 모르는 멍청이" "얼마나 애들에게 관심이 없었으면" 등의 말로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소녀의 자살에 책임이 없다는 것을 해명하려다보니 이런 말이 튀어나왔겠지"하고 애써 이해하며 이 사건을 덮어두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자살을 했다면 그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은 사람들은 죽은 자를 자살로 몰고간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더욱이 또래집단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게임 때문에 초등학생 소녀가 자살했다면 다른 어린이들도 똑같은 이유에서 자살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또다른 초등생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생각에서 소녀가 살고있던 지역의 경찰서를 찾아가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았지만, 직접적인 사인이 게임 업체가 아닌만큼 게임 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자세한 내용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원인은 꾸중한 어머니란 뜻인가?
사건 당시 기자들 사이에는 소녀가 즐겼던 게임포털이 'N'으로 시작되는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불행하게도 게임포털을 운영하는 'N'으로 시작되는 업체는 NHN(한게임), 네오위즈(Neowiz), 넷마블(Netmarble) 등 너무 많다.
이들 업체 중 보도된 내용에 가장 근접한 업체는 '네오위즈'라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퍼졌지만, 확인되지 않은 억측일뿐이었다. 그래서 언론과 방송은 대부분의 게임 포털들을 죄없이 연루해 비주얼(동영상 또는 사진)을 만들어내 보도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소녀의 자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게임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동종 업체들만 심판받는 꼴이 일어나게 됐다. 게임 업계에 대한 사회의 곱지않은 시각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게임 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초등학생을 자살로 몰고간 게임 업체가 어디인지 찾아내 공개한 후 스스로 정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슬픔에 젖어있을 K양 부모님들의 용기도 필요하다. 딸의 죽음을 숨기기만 하면 안된다. 사회단체들과 힘을 합해 이번 사건의 본질을 밝히고 부모의 시각에서 느낀 극복 방안을 다른 부모에게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K양 부모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이번 사건에서 사회가 책임져야할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소녀의 죽음을 일그러진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 K양의 자살과 관련된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부탁합니다.
[박형배 기자 art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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