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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서 맥못추는 비디오용 롤플레잉게임

 

플레이스테이션(PS)2가 정식으로 출시된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X박스와 게임큐브(GC)도 갖가지 재미있는 비디오게임 타이틀을 발매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은 북미 및 유럽, 일본의 시장보다 규모도 작고 출발도 늦은 핸디캡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게임업체의 노력에 힘입어 그 수는 많지 않지만 한글화돼 나온 타이틀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업체들이 큰 기대를 갖고 한글화하는 게임 대부분은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검증된 롤플레잉 게임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게임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비디오게임 시장이 탄탄하게 자리잡은 미국과 일본, 유럽의 경우 롤플레잉게임이 비디오게임기의 판매를 좌지우지하는 킬러타이틀이지만, 국내의 경우 의외로 평범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게임에 대한 평가가 좋고 인지도 또한 매우 높은 PS2용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와 GC용 '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의 경우 3만장도 채 안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경우 단일 국가 안에서 수백만장이 팔리는 것과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인지 업계 관계자들은 정확한 판매량마저 밝히기를 꺼려한다.

이처럼 남코나 닌텐도, 스퀘어에닉스 등 기라성같은 업체가 만든 롤플레잉게임이 속속 국내 시장에 발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비디오게임 업계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여러 의견들 속에서 가장 설득력있는 것은 역시 '부모와의 타협설'이다. 아직 비디오게임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게임은 나쁜 것' '게임은 시간 때우는 놀이'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청소년들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롤플레잉게임보다 짧은 시간에 화끈하게 승부를 걸 수 있는 액션, 슈팅, 레이싱, 대전 등의 장르를 선호하게 된다.

롤플레잉게임을 하려면 드라마와 뉴스를 보려고 하는 부모님을 밀어내고 안방이나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독점해야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결국 롤플레잉게임은 이러한 '부모와의 타협'을 거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게임 관련 업체들이 한글화를 거친 좋은 내용의 타이틀을 값싸게 공급해 부모들을 설득한다면 비디오게임기용 롤플레잉게임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의외로 빨리 올 것으로 생각된다.

[최종배 기자 shyri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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