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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엘든 링, 소울류 팬 최고의 선물, 오픈월드 팬은 글쎄...

작성일 : 2022.03.04

 

2월 25일 많은 게이머들이 기다려왔던 '엘든 링'이 출시됐다. 엘든 링은 세계에서 어렵고, 어둡고, 불편한 게임을 가장 잘 만드는 프롬소프트웨어가 제작한 게임으로 다크소울, 블러드본, 세키로 시리즈로 대표되는 일명 '소울류' 장르 창시자다. '소울류' 게임은 대체로 호불호가 명확해 대중적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팬이 된다면 대체제가 없는 수준의 재미를 보장하는 독특한 장르로 꼽힌다.

그런 소울류가 오픈월드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한번 진화를 꾀하니 그 이름이 바로 '엘든 링'. 더 넓어진 세계와 더 자유도 높은 소울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은 전 세계 팬들을 흥분시켰고, 출시 전 97점이라는 파격적인 리뷰 점수가 공개되며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항간에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 버금가는 오픈월드 대작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출시된 엘든 링. 과연 엘든 링은 오픈월드를 평정하는 새로운 명작일까? 아니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는 게임'일까?


엘든 링을 향한 위대한 도전이 시작되려 한다

 

◆ 죄송하게도 본 리뷰어는 소울린이에 가깝다

엘든 링은 일반 게임과 확연히 구분되는 게임인만큼 리뷰어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는 것이 수순이다.

기자는 솔직히 말해 소울류 게임 경험은 제법 있지만 팬이라 말할 수준까진 아니다. 가장 오래, 재미있게 즐긴 게임인 '블러드 본'은 플레이 시간 약 300시간, 초회차 기준 약 20회 정도 클리어한 나름 팬에 속하지만, 다크소울 시리즈는 1편과 2편은 겨우 클리어만 해본 수준이고 다크소울 3편과 세키로는 중반 즈음 중도 하차했다.

즉, '소울류' 팬이라기보다 '블러드 본'의 팬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이유는 '블러드 본' 특유의 회피 중심 전투가 입맛에 맞았기 때문인데 반대로 말하면 다크소울 시리즈 특유의 무겁고, 자유도 높은 전투는 취향이 아니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엘든 링'은 엄밀히 '다크소울'에 가까운 게임이기에 여타 광팬 리뷰어들과 달리 시스템의 이해나 전투 부문에서 상당히 곤욕을 치루며 플레이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본 리뷰는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으로 플레이한 후 작성됐습니다.*
*본 리뷰는 일부 스포일러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죄송하게도 리뷰어의 멘탈과 피지컬은 지극지 미미한 수준이다 

 

◆ 더 넓고, 더 복잡하고, 더 아름다운...

우리는 소울류 게임을 말할 때 이걸 어떻게 디자인했지?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 짜여진 맵 디자인'과 어둡지만 감탄이 절로 나오는 '배경 그래픽'을 빼놓지 않는다. 엘든 링은 이 부문에서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발전된 기술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기의 등장은 가장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탄생했다.

과장을 아주 약간 더하면 엘든 링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당신이  언제, 어디서, 어디를 바라보던 아름답거나, 몽환적이거나,  공포스럽거나, 신비로운 배경을 감탄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어딜가도 놀라운 세상~ 엘든링 세상~

 

자꾸 강조하는 것 같은데 엘든 링은 오픈월드 소울류 게임이다. 오픈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넓은 지역을 꼽을 수 있는데 단순히 지역만 넓어진 것이 아니라 몬스터, 보스, 오브젝트가 꽉꽉 알차게 들어가 있다. 지역을 넘나들 때마다 확실히 변하는 맵 분위기도 여전해서 탐험의 재미가 더해졌다.

간단한 예로 엘든 링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보스의 수는 110마리가 넘는다. 이는 다크소울 시리즈 기준 DLC까지 포함한 1,2,3편의 모든 보스를 합친 것보다 많다. 물론 여기에는 중간 보스 수준의 다소 약한 보스들도 존재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압도적인 콘텐츠 양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넓어진 지역을 원활하게 탐험하기 위해 점프와 탈 것 시스템도 추가됐다. 점프는 실내 지역에서 더 복잡한 형태의 탐험 경험을 제공하고 점프 공격도 가능해 액션의 바리에이션이 가능해졌고, 탈 것 '토렌트' 역시 넓은 맵을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이동 수단인 동시에 적과 마상 전투도 가능해 특정 전투를 쉽게 풀어가는 수단이 됐다.

다크소울의 골수 팬일수록 프롬소프트웨어가 처음 도전하는 오픈월드식 구성에 대해 우려가 있었는데 이를 완전히 종식할 수 있을만한 그래픽과 맵 구성을 가졌다 할 수 있겠다.


더 넓은 지역! 더 많은 보스!


애마 '토렌트'가 없었다면 탐험이 엄두가 나지 않을만한 수준이다

 

지역이 더 넓어진만큼 엘든 링은 무려 지도를 제공한다. 불편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치는 게임에서 지도라는 것을 제공한다는 것은 놀랄만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마저도 없다면 여기가 어딘지 감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도는 구역별로 해당 지도 조각을 얻어야 활성화되며 세이브와 정비가 가능한 축복의 위치를 포함한 주요 지역을 표시해줘 적어도 길을 잃게 만들진 않는 역할을 한다.

다만, 지도가 보통 게임들처럼 친절하게 표시한 것은 아니라 지도를 보고 있어도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분간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토렌트(말)가 들어갈 수 없는 성 내부 등의 실내 지형은 지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수준이기에 결국 직접 탐험하며 경험을 통해 지형을 숙지해야 한다.

소울류 특유의 복잡하고 기상천외한 지형은 건재해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잦으며 구석구석 찾았다고 생각했음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루트가 꼭 존재하는 등 항상 헤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이 소울류의 재미라면 재미겠지만 말이다.


지도는 대략적인 위치만 알 수 있고 나머진 탐험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 전투의 재미는 확실. 그런데 그게 소울류식 재미라서...

보통 오픈필드 게임들은 탐험,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과 스토리 텔링에 큰 비중을 두는만큼 상대적으로 전투의 비중을 가볍게 잡는 경우가 많았다. 가뜩이나 플레이 타임이 긴 편인데 신지역의 궁금함을 전투의 벽에 막혀 지체된다면 큰 스트레스도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에 따라 전투 난도를 타협하지 않는 게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스템을 파악하기 시작하면 1 대 다수의 전투도 비교적 쉽게 타계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주게 마련이다. 

하지만 엘든 링은 이 부분에 대해서 '타협 없음'을 택했다. 게임에 익숙해지지 못한 초반에는 지나가는 잡졸에게 쓰러지기도 하고, 극초반부터 아주 상대하기 어려운 보스를 배치하는 등 대놓고 '여기선 한번 죽어보고 가라'는 구간이 많은 편. 이는 게임이 익숙해지는 중반부도 여전한데, 예상치 못한 곳에 적을 배치하거나 패턴을 모르면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중견 몬스터도 많이 배치돼있다.

무엇보다 자유도를 중시하는 오픈월드 특성상 다양한 진입 경로가 있다보니 심하게 높은 난도의 지역을 별 생각없이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 강제로 후반부 지역으로 보내버리는 트랩까지 존재한다. 따라서 전투에 대한 체감 난도는 상당히 높다 볼 수 있다.


극초반 보이는 상자를 열면...


짜잔~ 최후반 지역으로 이동! 이것이 바로 오픈월드의 묘미(?)다

 

물론 엘든 링으로 넘어오면서 점프 등 전투 배리에이션이 늘어난 점, 초기 스테미너가 제법 넉넉해 공격과 회피 여유가 많아진 점 등 기존 소울류에 비해 다채롭고 전투 지속력이 길어진 것은 사실. 다만 그게 사망 횟수를 줄여주는 수준까진 아닌지라 당신은 언제든, 어디서든 손쉽게(?) 사망 화면을 접할 수 있게 된다.

화룡점정은 역시 보스들이다. 일부 보스는 어이없을 정도로 쉬운 경우도 있지만 이는 100개가 넘는 보스들 중 지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 보스는 10~20회 도전 정도론 클리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이머는 계속 맞고, 죽어가며 패턴을 파악하는 속칭 '헤딩' 플레이가 필수이며 이를 통해 알아낸 패턴을 숙지해 그에 걸맞는 완벽한 콘트롤을 보스가 쓰러질 때까지 반복하는 전투가 필수.

특히 '끔찍한 흉조 멀기트' 같이 특정 지역을 지키는 수문장 보스들은 회피나 방어 등을 예측한 기기묘묘한 엇박자 패턴을 가지고 있어 어떤 공격이 오는지 알면서도 자꾸 얻어맞아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도 많다. 기자도 나름 소울류 게임 중 엔딩을 본 게임도 있을 정도지만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플레이한 엘든 링은 약 45시간 정도의 플레이를 통해 총 5명의 보스밖에 격퇴하지 못했다.

특히 끔찍한 흉조 멀기트는 대략 100회 이상의 도전으로도 끝내 1:1로 격퇴하지 못해 결국 NPC 소환을 통해 힘겹게 클리어했다. 이런 불합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전투 난도는 그야말로 소울류 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기에 혹 오픈월드로 바뀌면서 난도가 낮아지지 않았을까 걱정한 팬이 있다면 안심하자.


지금도 생각난다 이 악몽같은 패턴...

 

◆ 퀘스트나 길찾기 기능따윈 겁쟁이들이나 필요한거지

방대한 맵과 다양한 즐길거리, 주인공은 메인 퀘스트를 통해 새로운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동시에 게임을 관통하는 메인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게이머의 의지에 따라 지역마다 존재하는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통해 게임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동시에 다양한 재미를 경험한다.

메인퀘스트를 뜻하는 노란색 느낌표는 오픈월드 게임이라면 거의 빠짐없이 채용하는 콘텐츠지만 엘든 링엔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조작법 파악을 위한 아주 최소한의 튜토리얼만 제공하고 바로 광활한 월드맵으로 인도된다. 그나마 튜토리얼도 약간의 안내를 통해 그쪽으로 유도할 뿐이지 게이머 선택에 따라 진행없이 탈출할 수도 있다.

즉 게이머는 게임을 위한 아주 최소한의 정보만 습득한 채 월드맵에 방출돼 시종일관 '여긴 어디고 난 어디로 가야되나?'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최소한의 퀘스트도, 안내도 없기 때문에 모든 지역과 몬스터를 몸으로 부딪혀 파악해야 하는데 위에 설명한 어지러운 레벨 디자인과 높은 전투 난도가 겹쳐 상당한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 탐색에 난황을 겪게 된다.

각 지역 곳곳에는 상인, 마법사 같은 상점과 몇가지 힌트나 세계관 이해를 돕는 대화형 NPC가 존재하지만 단 한 명도 시스템으로 유도되지 않아 스스로 찾아내야 하며, 대화 NPC들도 지극히 한정적인 정보만 제공하고 있어 전체적인 스토리를 파악하려면 많은 정보 수집과 함께 자신의 상상력을 더한 추론이 필요하다. 


퀘스트를 대표하는 느낌표는 없지만 진행에 따라 이벤트가 일어나기도 한다

 

◆ 최적화 논란. 플레이 스테이션 5 버전에선 체감 못해

출시 직전부터 가장 많은 논란이 된 최적화 문제, 특히 스팀 버전에서 플레이에 치명적인 수준의 프레임 드롭 현상이 알려지면서 한때 스팀평가 '복합적'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싶었으나 기자는 플레이 스테이션 5(이하 PS5) 버전을 통해 플레이를 했기에 스팀판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 못하는 점은 양해가 필요하다.

PS5는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큰 불편함을 느낄 수준으로 로딩이 늦거나 프레임이 낮아지는 현상은 찾을 수 없었다. 가장 많이 거론됐던 프레임 드롭 현상의 경우 PS5 버전의 경우 몬스터가 많이 모이거나 배경 스프라이트가 많은 곳에서 약간체감할 수 있었으나 플레이에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로딩의 경우 단순히 플레이하는 경우 거의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단, 사망이 잦은 게임인데 매번 약 5초 내외의 로딩이 있어 수십회 이상 트라이 해야하는 어려운 보스의 경우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최적화 논란 때문에 많이 궁금할만한 내용이지만 PS5 버전이라 답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

 

◆ 다크소울을 오픈월드로 푹 고아낸 게임

엘든 링은 소울류라는 장르를 통해 세계적 개발사로 거듭난 프롬소프트웨어의 신작이며, 오픈월드 도전작이자, 차기 10년을 책임질 신규 IP를 평가 받는 게임이다. '극한의 어려움을 대가로 최고의 달성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소울류의 특징과 '모험과 탐색을 통해 장대한 스토리를 즐기는' 오픈월드라는, 다소 상반된 이미지를 서로 접목한 게임이다.

이렇듯 도대체 어떻게 섞일지 예측할 수 없었던 엘든 링이었는데 프롬소프트웨어는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소울류의 특성을 확실히 지키면서 오픈월드를 접목해 소울류 특유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대한 세계관을 만드는게 성공했다.

그렇기에 유감스럽게도 엘든 링은 잘 짜여진 오픈월드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에겐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인 것이 사실이다. 엘든 링은 여전히 불편하고, 어려우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소울류의 특징을 고스란히, 거기에 오픈월드 요소로 복잡한 길찾기까지 추가된 게임이라는 것. 

누누히 강조하지만 기름 짜듯 극한까지 압축한 알짜배기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게임은 실패의 횟수가 많아질 수록, 그리고 투자한 시간이 길어질 수록 이를 돌파했을 때 따라오는 성공쾌감 역시 커지기 마련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소울류의 팬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국에... 아니 전 세계에 있는 귀인들이여, 헌터들이여, 늑대들이여. 당신에게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정신력과 이를 뒷바침할 수 있는 콘트롤 피지컬을 요구하는 게임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더 넓고, 더 많은 콘텐츠로 꽉꽉 담겨 있으니 게임성과 볼륨을 걱정하지 말고 빛 바랜 자가 돼 도전할지어다.

미안하지만 본 리뷰를 작성한 기자는 정신력도 피지컬도 비루한지라 유수의 빛 바랜 자들의 공략이 나올 때까지 비겁한 후퇴를 할 생각이다.


기자는 45시간을 불태우고 이제 잠시 물러나려 한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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