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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이것이 트루 광기? 내 안의 유교혼 깨우는 한국인 캐릭터

작성일 : 2021.08.01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비디오 게임이 처음 등장한 이래로 다양한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전적인 태권도 캐릭터부터 게임 강국과 K-POP이라는 이미지에 기반한 새로운 캐릭터까지 한국인 캐릭터의 범주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랑전설'에 등장하는 김갑환처럼 선역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인상적인 악역, 특히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한 한국인 캐릭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트리트 파이터'의 한주리와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학지운' 등이 있네요. 한주리 같은 경우엔 기존 한국인 캐릭터들이 쌓은 이미지와 크게 동떨어져 출시 당시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이제는 독특한 매력을 소유한 미친X 콘셉트로 사랑받고 있죠.

그런데 가끔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한국 유저가 보기엔 괴상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메탈 슬러그 4'에 등장했던 '트레버 스페이시'는 그저 이상한 캐릭터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일부 캐릭터는 개방적인 한국 유저조차 '나는 이 캐릭터 용납 못한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게 만들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캐릭터길래 한국 유저들의 격한 반응을 이끌어냈을까요?

■ 화랑 - 철권

한국인에게 충격을 준 한국인 캐릭터의 대표 사례로는 '철권' 시리즈의 '화랑'이 있죠. 출시 당시에는 촌스러운 장발에 묘하게 늙어 보이는 얼굴, 구린 성능 덕분에 안 좋은 쪽으로 인기가 있었지만, 그동안 관리를 잘했는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얼굴과 성능 양쪽으로 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그도 흑역사가 있으니 바로 '탈영'입니다. 철권 3 이후 특전사에 입대, 군 생활을 하다가 네 번째 대회가 열리자 참가를 위해 탈영한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한국인 입장에선 '얘가 제정신인가?' 싶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얘 탈영 당시 병장이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전역까지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은 시점에서 탈영을 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병장 주제에 염색 장발인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끝난 줄 아셨죠? 놀랍게도 화랑의 행보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탈영한 화랑을 잡기 위해 국방부는 무려 실탄 무장한 헌병대를 파견합니다. 당시 자리에 있던 카자마 진과 화랑은 훈훈하게 다음 대결을 약속하지만, 한국인, 특히 현역 복무 중인 청년들과 예비군 아저씨들이 보기엔 광기에 가득 찬 엔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영!창!

■ 크립토 - 에이펙스 레전드

최근 캐릭터 중에선 '에이펙스 레전드'의 '크립토'가 눈에 띕니다. 크립토는 태권도에 이어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은 IT 공돌이형 한국인 캐릭터로 해킹과 드론 조종에 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설정으로는 한국 이름은 '박태준'으로 각종 트레일러에서 한국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자신이 한국인임을 어필합니다. 

크립토는 어색한 이름이나 다소 어눌한 음성, 이질적인 외관 등 해외 게임사가 한국인 캐릭터를 만들 때 자주 하는 실수가 없어 무난한 한국인 캐릭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패스파인더 배경 이야기에 크립토와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할 땐 게임에선 드물게도 사자탈 그림까지 표현됐기 때문에 '개발사가 한국을 꼼꼼히 분석했구나'라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크립토는 매력적인 한국인 캐릭터로 보였지만, 짜잔! 절대라는 것은 없군요.  바로 크립토의 설정이 처음 공개된 '아웃랜드로부터의 이야기 - "영원한 가족"에 옥에 티를 남기고 맙니다. 

영상은 무난하게 시작됩니다. 크립토가 수많은 전자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해커로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는 장면이죠. 문제는 이 뒤에 루빅스 큐브를 맞추며 휴식을 취할 때 나타납니다. 바로 신발을  신고 침대에 누웠죠. 한국인으로서 견디기 힘든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유저들은 우스갯소리로 정신 나간 캐릭터의  대명사 한주리를 뛰어넘는 '트루 광기' 캐릭터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크립토는 한국인 캐릭터로서 충분히 개연성 넘치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애정 어린 농담으로 붙인 별명이었죠. 게다가 이 뒤로 충격과 공포를 보여준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며 상대적 평가가  높아졌습니다.


너... 발에 그거 뭐야...?(충격)

■ 제트 - 발로란트

마지막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제트'입니다. 제트는 발로란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쿠나이를 닮은 짧은 단검을 던지고, 연막을 사용해 적을 교란하는 요원입니다. 문제는 한국인 캐릭터로 기획했으면서 한국과 관련된 요소는커녕 일본의 닌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인 캐릭터가 꼭 한복이나 태권도 같은 한국적인 요소를 지녀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앞서 소개한 크립토처럼 최근에는 IT나 e스포츠 산업에 관련된 설정, 혹은 K-POP 아이돌의 이미지를 차용하며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죠. 이들은 굳이 전통적인 이미지에 매달리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한 한국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트는 한국과 정치 역사 적으로 골이 깊은 일본의 문화 아이콘을 사용하며 한국 유저의 반발을 샀습니다. 게다가 제트의 무기를 '은장도', 허리띠를 '저고리'라고 하며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죠. '배트맨 비긴즈'에 나왔던 브루스 웨인처럼 닌자 콘셉트를 하게 된 이유가 있었더라면 참작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제트의 설정과 뒷이야기는 '근본' 없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제트의 등장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캐릭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 될 것 같습니다.


쿠나이가 아니라 은장도라구요..?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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