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드게임 시장은 말 그대로 급격히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 보드게임 카페가 대학가에 들어서면서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지만, 한동안 이렇다 할 변화 없이 특정 게임에 집중돼 명맥을 유지했으나, 스플렌더나 테라포밍마스 등의 인기있는 보드게임이 대거 발매되면서 보드게임 판도 자연스레 커졌다.
단순 해당 게임의 발매뿐만 아니라 방과 후 수업에서 보드게임이 나름 입지를 굳혀나가기도 했으며, TV 예능으로도 유사한 형태의 게임이 다수 등장했고, 젊은 부모 세대가 보드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기에 여러 요소가 맞물려 일어난 열풍인 셈이다.
코로나19 이전 보드게임페스타 = 게임조선 촬영
이러한 발전 와중에 코로나19로 뜻하지 않는 발목을 잡히게 됐다. 보드게임은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면으로 즐기는 게임인 만큼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에는 매년 열리던 보드게임페스타나 보드게임콘이 모두 취소 혹은 온라인으로 대체됐으며, 집합 인원수도 제한이 생기면서 5인 이상 즐기는 보드게임은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드게임 시장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게임이 발매되고 있으며, 4인 이하 게임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뿐 아니라 국내에도 보드게임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소개되면서 여전히 마니아 사이에서는 인기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바로 '보드게임 아레나'와 '테이블탑 시뮬레이터'다.
어느 것이 무조건 낫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테이블탑 시뮬레이터는 PC를 통해 즐기는 게임으로 실제 테이블 위와 같이 꾸며놓은 3D 그래픽이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다만, 정식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게임이 다수 있는데다, 시뮬레이터와는 별도로 게임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손꼽힌다.
스팀에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테이블탑 시뮬레이터 = 스팀 상점 페이지 갈무리
오늘 소개할 보드게임 아레나는 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포지션에 있다. 웹브라우저를 통해 보드게임 아레나 사이트에서 즐기는 방식으로, 당연히 테이블탑 시뮬레이터보다 그래픽은 낮지만, 가벼운 용량, 자유로운 매칭, 그리고 모든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웹사이트에서 즉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아레나 = 게임조선 촬영
물론 프리미엄 서비스라고 해서 월 정액으로 추가적인 서비스를 받거나, 프리미엄 게임 방장을 하는 권한이 있지만, 굳이 하지 않더라도 모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자신의 플레이 방식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일부 게임의 경우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아야만 방을 생성할 수 있는데, 해당 게임의 경우 프리미엄 회원이 아니더라도 참가는 가능하기 때문에 큰 제약은 아니다. 다만, 아는 사람끼리만 즐길 경우에는 1명은 프리미엄 회원이 돼야 특정 게임의 방을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월 정액 자체도 월 5,000원, 혹은 연간 2,000원으로 즐길 수 있어 큰 부담은 아니다.
처음 접속 시 비교적 간단한 게임을 추천해준다. = 게임조선 촬영
올해 초 보드게임 개발/유통을 하는 아스모디에서 보드게임 아레나를 인수하면서 라이선스에서 보다 자유로워진 것 역시 장점이다. 최근 국내 보드게임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플렌더가 추가되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웹브라우저를 통해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PC로도 가볍게 즐길 수 있고, 모바일에서도 전용 UI를 지원하면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PC에서 진행 중인 스플렌더, 별도의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즐길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재미있는 점은 실시간 모드가 아닌 '턴 기반 모드'도 있다는 점이다. 턴 기반 모드는 실시간으로 즐기는 보드게임과는 궤를 달리하는 모드다. 자신의 턴일 때 알림을 받고, 몇 시간 내에 턴을 진행하기만 하면 다음 플레이어가 턴 알림을 받고 해당 플레이어가 몇 시간 안에 다시 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실시간에 비해 시간적 압박이 적고, 동시에 여러 게임을 돌려놓고 자신의 턴 알림이 오면 자세히 살펴보고 플레이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즐기는 보드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모드인 셈이다.
보드게임 아레나만의 묘미 '턴 기반' 모드 = 게임조선 촬영
한편, 복기가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다. 보드게임 아레나는 각 게임별로 랭크와 자신의 성적이 기록되기 때문에 플레이 이후 자신의 플레이와 다른 플레이어의 플레이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플렌더의 경우, 기본 선택지로 '서로 다른 토큰 3개 가져가기', '같은 토큰 2개 가져가기', '카드 하나 저장하면서 황금 토큰 가져오기' 액션을 각각 몇 번씩 선택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턴이 왔을 때 평균적으로 토큰을 몇 개 유지했는지 등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함께 플레이한 유저의 성향도 볼 수 있기 때문에 패배 시에는 어떤 부분을 좀 더 선택하는 게 좋았을 지 복습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진행 중인 스플렌더(좌측)와 경기 후 복기할 수 있는 통계 화면(우측) = 게임조선 촬영
이외에도 각 게임별로 자신의 점수와 랭크, 업적 등이 기록되기 때문에 꾸준히 플레이할 목적을 만들어준다.
보드게임 아레나에는 현재 300종이 넘는 보드게임이 등록돼 있으며, 스플렌더처럼 가벼운 전략부터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이나 난이도 높은 전략 보드게임 '테라 미스티카' 등도 플레이할 수 있다.
복잡한 전략 보드게임도 지원한다. 다른 플레이어의 테라 미스티카를 관전 중 = 게임조선 촬영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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